[이재용의 화려한 꼼수] 한국 언론이 말하지 못하는 고 이건희 재산기부 논란 꼼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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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들통 차명계좌 사회환원 약속위해 1조원을 의료사업에 기부?

삼성은 대한민국을 기만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이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을 본국 의료사업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13년 전 고인의 사재출연 약속을 지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 유족은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천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천억 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본국시간으로 4월 28일 밝혔다. 하지만 삼성 측의 이 같은 발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으로, 사실은 13년 간 사회환원을 미룬 대가로 10조가 넘는 재산상의 이득을 본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물론 1조원의 현금과 수 조 원대의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 있을 수 있겠지만, 오랫동안 재산헌납을 미뤄오면서 얻은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이나 이번 재산헌납을 즈음해 또 다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이야기가 수면 위로 나오는 것은 삼성그룹이 그동안 돈으로 여론조성을 해보려는 ‘악습’들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번 상속세 발표에서 이재용 부회장 및 홍라희 여사, 이부진·이서현 자매에 대한 분배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과거 불거졌던 역성혁명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재용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상속재산가액은 18조 9천633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 400억 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한 수치다. 나머지 상속세액 1조 원 가량은 부동산 등 유산에 매겨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낼 ‘이건희 상속세’는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선대와 비교하면 이번 ‘이건희 상속세’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액 176억 원의 무려 680배에 달한다. 당시에도 ‘이병철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1988년 5월 당시 이건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유산 273억 원에 상속세 150억 원을 신고했으나 국세청 조사에서 미신고 재산 36억 원이 드러나 고지세액이 늘어났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은 상속재산 중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천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천억 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재출연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 5천억 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중 1조 원 가량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삼성그룹의 광고료가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본국 언론의 상황에서 감히 이 전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지적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10월 25일 이 전 회장이 사망한 후에도 모든 언론들이 상속 규모와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선데이저널이 <이재용 상속세 논란은 악어의 눈물‘이란 기사를 통해 이 전 회장이 13년 간 미뤄왔던 1조원 재산의 사회환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이로인해 누리는 경제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 기사가 나갔다. 이런 기사가 본국 사설 정보지 등에 언급되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서 사회환원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재용 사면론 ‘군불 때기’용

실제로 2008년 삼성특검에서 드러난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재산 중 헌납을 약속한 금액은 1조원이 넘는 금액이었는데이건희 이는 현재 가치로만 따져도 6조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 263만주 등이 오른 것을 감안해 계산하면 가치는 더욱 커진다. 2007년 말 주당 1만 1000원(액면분할 이전가 68만 7000원) 안팎을 오르내렸던 것이 2020년 12월 상속세 정산 기준 금액으로 보면 약 6배 정도 올랐다. 계산하기 쉽게 당시 주식가치의 6배를 곱하면 이 금액은 10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0조원 안팎은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 이 부회장이 내야하는 상속세 11조 400억 원에 거의 근접하는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이 내는 상속세는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환원하지 않았던 금액과 거의 등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건희 전 회장이 2008년 사회환원을 약속할 당시 언제까지 재산을 환원하겠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이 쓰러지던 2014년 5월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여전히 사회환원보다는 회사 몸집 불리기나 경영권 지키기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어쨌든 삼성그룹은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소식을 국민들에게 알리면서 공교롭게도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동정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미 본국 재계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중심으로 5개 경제단체들이 모여 27일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재계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대표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면을 요청했다. 이들이 제출한 건의서에는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달라”라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에서 시작된 이 부회장 사면론은 최근 종교계와 정계, 세사람기타단체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본국에서 가장 급한 문제인 코로나19 백신문제에 대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투자와 백신을 교환해야 한다는 ‘백신 스와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할에 이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여기에 발맞춰 본국의 경제지들은 이재용 사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어떤지를 묻는지 여론조사까지 실시하고 있다. 특히 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비교해서 물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의 당위성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관건은 사면 결정권을 가진 정부의 판단이다. 당장 여론의 압박이 커지자 청와대는 지난 27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가 없고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해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흩트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고, 28일에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전에도 말했듯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장관으로서 (사면을)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 광고받는 언론들 ‘이재용 사면론’

선데이하지만 여론 흐름을 감안해 정부와 청와대 내에 기류가 바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총수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도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속세 발표에서 관심사항 중에 하나였던 재산 분배와 관련한 내용이 빠진 것도 향후 분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산 중 가장 큰 몫을 차지는 주식 분할은 국내 최대 그룹의 지배구조 변동과 직결될 수 있어 특히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상속인들 간 주식 배분 구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상속세 신고 뒤에도 상당 기간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상속인들이 금융위원회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을 공동 보유하겠다는 내용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이미 제기된 바 있는 추정이다. 당시 재계 안팎에선 유족 간 분할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돌았다. 유족 간 협의가 쉽지않은 이유는 결국 홍라희 여사의 의중이 이건희 전 회장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몇 차례 보도했지만 삼성가 안팎에서는 홍라희 여사를 필두로 한 중앙일보 홍 씨 집안이 언제든지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욕심을 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부회장은 중앙일보 계열인 JTBC의 보도로 자신이 구속에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홍라희 여사의 남동생인 중앙홀딩스의 홍석현 회장에게 크게 실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여기에 더해 로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검찰조사를 받던 다음 날 홍 여사는 하와이에 900만 달러 별장을 구매했단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드러났는데 이 사실을 알고 이 부회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런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족, 특히 이씨 집안과 홍 씨 집안 간 유산다툼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지배구도에 영향을 끼칠 유산, 특히 주식 배분 방안은 두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몫을 늘리는 쪽이거나,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는 길이다. 법정 비율대로라면 부인 홍라희씨가 9분의 3을,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는 각각 9분의 2씩 몫을 차지한다.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는 선택을 한다면 삼성물산(17.33%)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그의 지배권이 한 단계 높아진다. 대신 부담해야 할 세금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총수의 지배력을 키우느냐, 세금을 절약하고 가족 지분을 통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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