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마각을 드러내는 尹… MB라인과 통화중 ‘딱 걸렸다’
링에 오르기도 전에
혹독한 신고식 치를 것
한국 대선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열차가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잠행을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은 최근 정치인 및 전문가들과의 회동을 계속 이어가면 언론노출 빈도를 점차 높이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이 만나는 전문가 그룹은 주로 최근 본국 사회에서 관심이 많은 사회 및 경제 현안과 관련한 인사들로 압축된다. 공개된 인사를 보면 반도체 및 부동산, 청년 및 노동분야 전문가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정치인 그룹이다. 그가 만난 인사들을 보면 주로 국민의힘 내 현역의원들이 많고, 그 중 MB라인 인사들이 상당수다. 또한 국민의 힘 내에서 그의 영입을 주장하는 인사도 주로 MB계 정치인들이다. 바로 이 부분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검사 윤석열은 이명박 정권 때 가장 잘 나갔다. 특수부장, 중앙수사부 과장, 범죄정보담당관 등을 MB정권에서 역임했다. 청문회 때 “이명박 대통령 때가 가장 검찰에 쿨했다”고 말한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BBK 특검 파견검사로 나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대가로 승승장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공식은 결국 MB라인과의 결합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근 한국 언론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국시간으로 5월 29일 외가가 있는 강원도 강릉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사실이 공개됐다. 윤 전 총장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정치 진로를 두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특히 권 의원과의 만찬에 배석한 지인들이 ‘무조건 대권 후보로 나와야 한다’, ‘당신을 통해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지만 사실 이날 회동의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과 함께 사진에 담긴 제 3의 인물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는 가운데에 윤 전 총장이 자리잡고 오른쪽에는 권성동 의원이 있었다. 그런데 왼쪽에 있는 다소 낯선 인물에 대해서는 본국 언론에서도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가 강릉시 전 의장이었던 김홍규라는 사실만 간략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과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조직이 세를 모으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김홍규 전 의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 기업인이지 정치인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 가장 주목받는 공기업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감사를 했던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민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인물로, 당선 과정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MB자원외교 핵심 공기업이었던 광물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외곽에서 지원했던 단체로 박영준 전 차관이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MB정부 최고 실세로 왕차관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함께 지역 직능 지식인 단체 수백 곳을 조직화해 460여만명을 관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2월 선진국민연대 핵심인사 2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기도 했다.
실제로 대선 이후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승승장구했다. 당시 선대위 네트워크 팀장이던 박 전 차관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들어가 차관까지 맡았고, 함께 조직을 이끌었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는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과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도 이 조직 출신이다. 장제원 선진국민연대 교육문화위원장과 조진래 선진국민경남연대 대표는 국회의원이 됐다. 박 전 차관이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재임할 당시 선진국민연대 출신 들이 다수 청와대에 들어갔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무리수를 써가면서 공기업 등에 진출한 사례를 수집한 바 있는데 여기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홍규 전 감사다.
선진조국연대 출신들과 밀약
이런 사정들을 모르는 본국 언론이나 정치권 인사들은 이날 회동에 초점을 윤 전 총장과 권성동 의원에 맞췄지만 사실이 날 모임의 핵심은 바로 대선 조직 구성에 전문가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가 동석했다는 점이다. 권성동 의원 역시 친이계에 속하는 인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인물이다. 그는 2007년까지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에 임명되면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강원도 강릉시 선거구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뿐만 아니다. 최근 윤 전 총장과 네 시간이나 단독 회동을 가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친이계 핵심 의원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5월 26일 만나 충청 연고를 고리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한편, 내년 대선에서 기필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아버지 윤기원 교수의 고향인 공주 출신으로 분류되고, 정 의원은 이 지역 터주대감 국회의원이다. 정진석 의원은 본국 언론과의 전화 통화 등에서 “정치 참여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며 “윤 전 총장이 확답하지 않았지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간 윤 전 총장과 전화 등으로 소통해 온 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우회로를 찾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하는 인물로 안다”며 거듭 입당 기대를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4일에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통화했다고 한다. 장 의원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4일 직접 전화를 걸어와 “생각도 깊어지고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국민들이 가진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을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고 윤 전 총장은 “(나중에) 한번 뵙겠다”며 만남을 기약했다. 그런데 바로 장제원 의원 역시 선진국민연대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전형적인 친이계 인사다.
나경원 주호영도 친이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윤 전 총장에 대한 후보들 간 자세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천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분위기고, 다른 후보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들은 5월 31일 MBC 백분토론 국민의 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런 입장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는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선거를 치르려면 특정인을 기다려선 안 된다”며 “특정인이 원하는 노선으로 다녀도 안 된다”고 강조, 윤석열 전 총장에 비중을 둔 대선 경선에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공정하고 엄격한 룰을 통해 경선을 운영하고 오히려 그것이 플랫폼화 돼야 많은 주자가 참여할 것”이라며 “우리가 언급한 수많은 주자, 윤석열, 안철수, 우리당 출신 홍준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들이 작금에 특정 주자를 위해 룰을 만들려는 듯한 모습에 실망하고 참여하기 주저할 수 있다”며 “공정하고 엄격한 룰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반면, 주호영 후보는 “윤석열, 김동연, 홍준표 모두 하나의 단일 플랫폼에서 단일 후보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먼저, 국민의 당과의 통합 이룬 다음에 다른 후보 모두가 와서 기득권 없는 공정한 경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도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 당 후보 잘 받들어 모셔야 하지만, 밖에 있는 후보가 우리 정당 플랫폼이 공정하다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며 “공정하다는 신뢰를 줘 모든 범야권 후보를 모아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윤 이외 대안없다’ 절체절명 위기
특히 이준석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을 국민의 힘 대선 경선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해다. 나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윤석열 전 총장이 당에 안 타도 그냥 (경선열차를) 출발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을 거론하는 순간, 나경원 후보 머릿속에는 윤석열 총장 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맞 받아쳤다. 이 후보는 당 대선경선 방식을 놓고 나 후보에게 “우리 당의 다른 훌륭한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면서 이같이 반박했다. 이에 나 후보는 “지금 윤석열을 말하는 건 지금 지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의 경선열차는 추석이 지난 9월에 출발하겠다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멀찍하게 경선일을 정하고 충분히 야권 후보를 모으는 작업을 하겠다”며 “성급하게 출발시켰다가는 다른 후보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토론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나경원 후보나 주호영 후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나 후보는 2004년의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계에 진출했다. 3년 후인 2007년의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그의 당선에 기여했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MB 정권에서 잘 나가며 대표적 친이 여성 정치인으로 꼽혔다. 주 후보의 경우 이번 대표 경선에서도 친이계의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살 정도로 대표적 친이계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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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BBK 수사면죄부 뒤에 尹도 숨어 있었다
최재경은 ‘총대’ 매고
윤석열은 ‘실속’ 챙겨
윤 전 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친이계 인사들의 지원을 받는 것은 그의 검사경력과도 무관치 않다. 특수수사로 잔뼈가 굵은 윤 전 총장은 MB정권 초기부터 잘나가던 검사다. 2013년 초 시작된 BBK 특검에 파견돼 MB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했으나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그 후 대검 중수 2과장, 중수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석열이 면죄부를 주고 MB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말이 지금까지 검찰 내에서 나온다. 그가 가깝게 지내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나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모두 이명박 정권에서 잘 나갔던 인사들이다. 윤 전 총장도 MB정권에 대해 너그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현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임명됐음에도 국정감사에 나가 “MB정부가 검찰 중립성에서 쿨했다”고 한 발언이 묘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당시 3년간 특수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등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MB의 형 이상득이 저축은행에서 불법 자금을 받아 구속된 것은 2012년 6월이다.최시중, 박영준 구속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위세가 곤두박질칠 때다. 검찰이 용감했거나, MB가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실세들의 전횡이 심해 민심이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들은 그가 MB정권 인사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혹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윤 전 총장에 의해 수감됐다고 지적하지만 사실 그가 직접 수사에 관여한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따라서 친박계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지만 친이계 정치인들은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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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가까우면 모두 무죄?
권성동 – 나경원 – 정진석 – 주진우 수사 모두 무혐의 처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 의원이 강원랜드 관련 사건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받은 사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18년 10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의혹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최종원 전 서울남부지검장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외압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하고,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은 안미현 검사가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할 당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제기됐다. 당시 안 검사는 한 방송 인터뷰에 나와 “이 사건을 전임자로부터 넘겨 받을 당시 최흥진 전 강원랜드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초안은 물론 검사장의 지시가 꼼꼼히 적힌 메모까지 전달받았다”며 “최종원 지검장이 당시 김수남 총장을 만난 다음 날 (최 전 사장에 대해) ‘불구속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관으로부터 권 의원이 불편해 한다는 말을 듣고, 권성동 의원 등이 등장하는 증거목록을 삭제해달라는 압력도 지속해서 받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최 전 지검장을 고발했고, 이후 김 전 총장 등 4명을 추가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는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전 총장이었다. 현재 윤 전 총장의 우군인 나경원 의원 관련 사건도 비슷한 케이스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나경원 후보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검찰은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나경원 전 의원이 딸의 대학 성적을 정정했다는 혐의와 조직위·SOK 재단의 예산집행 관련 비리 혐의 등과 관련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나경원 전 의원 딸의 대학 입학 비리 의혹과 조직위 비서 채용, 스페셜 올림픽 개·폐막식 예술감독 선정 등과 관련된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월 나경원 전 의원이 SOK 회장 재직시절 지인의 자녀를 부정 채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지난 20일에는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 김씨가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국제학술회의 논문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한 의혹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김씨가 제4저자 등재 포스터의 외국학회 제출 및 외국대학 입학과 관련된 부분은 형사사법공조 결과 도착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로써 나경원 전 의원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하거나 경찰이 송치한 13건의 사건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친정권 검사장인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지휘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과는 관련이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 사건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고발이 들어왔던 사건으로 고발인 조사만 여러 차례하면서 사건을 뭉갰던 것으로 평가받는 사건이다. 뿐만 아니다. 윤 전 총장이 한 때 가까웠던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나 방송인 김어준 씨도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일 때 명예훼손 사건으로 여러 개 걸려 있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