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 조선일보 방상훈회장아들회사 5백만 달러사기당한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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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그라운드, 방상훈 회장 차남 방정오가 하이그라운드 최대주주
◼ 2019년 뉴욕한인 이한웅씨 회사에 5백만 달러 대여해줬다가 물려
◼ ‘K드라마 핵심-가상화폐 선두주자’유혹에 흔들 ‘사기 당했다’ 주장
◼ 대여계약서 명시된 법인 아닌 다른 법인에 송금한 석연찮은 ‘의혹’
◼ ‘돈 빌려간 회사 알고 보니 자본금이 1달러’…텅빈 맨해튼 사무실
◼ 2022년 4월 감사보고 앞두고 또 계약 수정했지만 한 푼도 못받아
◼ 이씨, 이메일서 언급한 ‘블루런의 KY’는 구본무 회장 맏사위 윤관
◼ 하이, 대여금전액손실 인정하고 전액 대손충담금설정해 의문 증폭

방상훈 조선일보회장의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가 대주주인 드라마제작회사 주식회사 하이그라운드가 뉴욕한인에게 5백만 달러를 사기를 당했다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이그라운드는 지난 2019년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뉴욕한인이 설립한 싱가포르법인에 무담보로 5백만 달러를 빌려줬으나 475만 달러를 돌려받지 못했으며, 이 씨가 싱가포르, UAE, 말레이시아, 룩셈브루크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이그라운드는 금전대여계약서상 대여자로 명시된 법인이 아닌 다른 법인으로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으며, 만기 일자를 1년 당겼다가 다시 늦춘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외부감사에서 부실대출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이그라운드는 결국 지난해 이 대여금에 대해 손실이 우려된다고 판단,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차남 방정오씨가 29.1%의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로 확인된 드라마 제작회사인 주식회사 하이그라운드. ‘TV조선’이라는 안정적 납품업체를 확보, 승승장구하고 있는 하이그라운드, 이 하이그라운드가 과연 드라마 제작회사인지,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인지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이그라운드가 지난 2018년 영어유치원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19억 원을 빌려준 뒤 이를 돌려받지 못한데 이어, 지난 2019년에도 뉴욕한인이 운영하는 싱가포르회사에 60억 원, 5백만 달러를 빌려주었으나 만기상환일이 지났음에도 이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드라마 제작회사이지만, 마치 은행처럼 다른 법인에 여러차례 돈을 빌려주고 있고, 돈을 빌려줄 때마다 돈을 떼이고 있는 것이다. 채권자가 추후 돈을 갚는다면 돈을 떼였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지만, 하이그라운드는 자신들의 장부에서 이 대여금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둔 상태로서, 이는 스스로 회수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돈을 떼였다고 표현해도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하이그라운드, 드라마제작사냐 은행이냐?

한국법인 하이그라운드주식회사와 싱가포르법인으로 한국법인의 종속회사인 하이그라운드PTE는 지난 10월 2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이헨리한웅, 제네시스디지털에셋, 제네시스그룹 파트너스, 네온파트너스, 스톤포트컨설턴트, 페트라에코빌드, 웨스트랜치캐피탈매니지먼트, 줄스코퍼레이션, 줄스코퍼레이션의 대표 조나단 찬 등을 대상으로 대여금미상환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페트라에코빌드, 웨스트랜치캐피탈, 줄스코퍼레이션 등은 금전대여계약상 채무자가 아니며, 채권자인 하이그라운드를 속이기 위해 이한웅 씨 등의 사기행각에 직간접적으로 협조한 혐의로 피고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그라운드는 소송장에서 ‘한국법인은 2014년 5월 27일 서울 마포구에 설립된 드라마 제작 및 배급회사로서, 케이만군도에 설립된 BRV로투스 그로스펀드 2015의 관계회사이며, 이는 미국의 블루런벤처스의 한국 자회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하이그라운드PTE는 지난 2019년 4월 9일 싱가포르에 설립됐으며, 이 소송장에서 하이그라운드와 하이그라운드PTE를 하이그라운드로 통칭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이 사건 피고인 제네시스디지탈에셋PTE가 싱가포르에 설립된 날짜도 2019년 4월 10일로, 하이그라운드의 싱가포르법인 설립일자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이다. 하이그라운드는 소송장에서 ‘이헨리한웅은 GDA의 이사 겸 오너이며, NYU스턴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미국시민권자로 확인됐다. 이씨는 2019년 4월 10일 자본금 단돈 1달러로 페이퍼컴퍼니인 GDA를 설립한 뒤 자신을 이사로 임명했으며, 2008년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인벤시스펀드의 오너’라고 밝혔다.

또 ‘UAE에 설립된 제네시스-네온홀딩스유한회사의 소유주이며, 네온파트너스유한회사, 제네시스그룹파트너스유한회사 등의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고, 이른바 제네시스그룹의 사무실은 뉴욕 맨해튼 1250브로드웨이 36층’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한때 우리아메리카은행 본점이 입주했던 건물로, 맨해튼 코리아타운 한복판에 있다. 하지만 하이그라운드조사결과 지난 8월 현재, 제네시스네온그룹 등은 이 건물에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피고 중 스톤포트컨설턴트는 UAE에, 페트라에코는 말레이시아에 설립돼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웨스트랜치캐피탈매니지먼트는 텍사스에, 줄스주식회사는 싱가포르에 있고, 조나단 챈이 줄스주식회사 CEO’라고 밝혔다.

피고를 살펴보면 딱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피고법인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은 물론, 법인등록지역이 너무 버라이어티하다는 점이다. 뉴욕,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UAE, 텍사스, 말레이시아, 그야말로 글로벌이다. 아무리 글로벌시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여러나라에 등록된 법인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는 사기꾼들이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강점이기도 하지만, 또 누구나 실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기꾼의 약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게 또 먹혀 들어간 셈이다.

싱가포르 두 법인 설립일자 하루차이

소송장에 따르면 하이그라운드는 싱가포르법인 설립직후 이한웅 씨가 대표인 제네시스디지털 에셋[GDA]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마치 이한웅 씨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한 것일까 생각할 정도로 시기가 엇비슷하다. 하이그라운드의 싱가포르법인 설립일자는 2019년 4월 9일, 이한웅의 싱가포르법인 GDA의 설립일자는 2019년 4월 10일이며, 이들 법인이 설립된 지 약 보름 만에 5백만 달러 대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그라운드가 미국연방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하이그라운드싱가포르법인은 2019년 4월 25일, 싱가포르법인 GDA에 5백만 달러를 대여하며, GDA는 이를 2022년 5월 24일 모두 상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하이그라운드싱가포르법인을 대표해 정회석씨가 디렉터, 즉 이사의 자격으로, GDA를 대표해 이한웅 씨가 디렉터 자격으로 각각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약서의 제목은 ‘TERM LOAN AGREEMENT’로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상환기일이 정해진 금전대여계약서’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하이 그라운드, 돈을 빌리는 사람은 GDA이며, 대여금은 5백만 달러, 이자는 연리 7%, 이자는 10월 25일부터 지급하기 시작해, 매 6개월이 되는 달의 25일에 지급하며, 만기는 2022년 5월 24일이고, 디폴트 시 연리 10% 또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이자를 가산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돈을 빌리는 사람은 페널티 없이 대여금을 조기상환할 수 있으며, 상환일로 부터 7일이 지나도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연체료로 25만 달러가 부과된다’는데도 합의했다.

이 계약서 어디에도 담보물권은 없었다. 하이그라운드가 이 씨 측에 5백만 달러 무담보대출을 해 준 것이다. 5백만 달러 무담보 금전대여계약서는 단 3페이지, 그나마 서명 페이지를 제외하면 단 2페이지였고 이 계약서에 공증인의 공증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류는 하이그라운드가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적어도 이 증거에는 공증인의 공증이 없었다. 공증은 계약 등을 공적으로 증명하여 주는 것으로, 계약의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은 아니더라도 공증인 앞에서 당사자들이 계약서 등의 서류에 서명했다는 증명에 해당한다. 부동산매매계약, 금전대여계약 등 모든 계약에는 반드시 양당사자가 공증인 앞에서 서명했다는 공증인 서명이 있어야 합법성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하이그라운드가 중요한 계약서에 공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계약서대로라면 GDA는 2019년 10월 25일, 2020년 4월 25일, 2020년 10월 25일등 매 6개월마다 연리 7%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하이그라운드가 이를 받았는지는 소송장에 언급돼 있지 않다. 5백만 달러의 7%라면, 35만 달러, 연간이자는 약 35만 달러인 셈이다.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한 뒤 하이그라운드는 이한웅 측에 2019년 5월 14일 150만 달러, 5월 28일 350만 달러 등 5백만 달러를 각각 송금했다. 이처럼 금전대여계약서 작성일로 부터 약 1개월 만에 5백만 달러가 넘어간 것이다. 특히 이 씨는 돈을 송금받기에 앞서 ‘2019년 5월 11일 제네시스네온그룹유한회사와 관련회사들은 GDA가 하이그라운드에서 빌린 돈에 대해 GDA가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상환할 것을 보증한다. 나 또한 이를 상환할 것을 보증한다’는 서류를 하이그라운드의 정회석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서류의 제목은 ‘GDA에 대한 보증서’였으며, 이 씨의 여권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서류 역시 공증인의 공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격하게 법적 효력을 따진다면 이 씨가 이 서류에 서명했음을 인정받기 힘들 수도 있다.

전혀 관련 없는 법인에 5백만불 송금

특히 중요한 것은 하이그라운드가 돈을 금전대여계약서상 돈을 빌리는 사람[BORROWER]로 명시된 GDA가 아니라 스톤포트 컨설팅으로 송금했다는 점이다. 송금에 앞서 이 씨는 정회석 씨에게, 또 참조인에 ‘우정한’ 이라고 명시된 이메일에서 ‘UAE의 무르뱅크에 개설된 스톤포트 컨설턴트 계좌로 돈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하이그라운드도 소송장에서 ‘우정한씨는 블루런벤처스 코리아의 매니징파트너이며, 하이그라운드는 싱가포르 법인계좌에서 GDA를 위해서, GDA의 지시대로, 스톤포트에 돈을 송금했다’고 설명했으며, 이는 일단 5백만 달러가 GDA가 아닌 스톤포트로 송금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엄격히 따지면 하이그라운드는 돈을 빌리는 법인이 아닌 다른 법인에 5백만 달러를 보낸 셈이다. 하이그라운드입장에서 천만다행인 점은 이씨가 5백만 달러를 빌렸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씨가 오리발을 내밀었다면 공증 없는 금전대여계약서와 금전대여계약서상 돈을 빌리는 법인과는 다른 법인에 돈을 보냈다는 점에서, 5백만 달러 대여를 법적으로 인정받기가 힘들 수도 있었지만, 이 씨가 대여사실을 자인함에 따라 한숨을 돌린 것이다. 하이그라운드와 이씨는 2020년 10월 23일 상환일정합의서라는 계약을 다시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측에 돈을 빌려준 지 1년 6개월만이며, 10월 25일 세 번 째 이자상환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양 측은 지난 2020년 3월 7일, 만기상환일을 2022년 5월 24일에서 2021년 5월 24일로 1년 앞당기기로 합의했으나, 2020년 10월 7일 GDA가 조기상환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합의서는‘GDA는 5백만 달러 대여금 원금 및 2020년 10월 25일 이자 17만 5천 달러를 상환할 의무가 있으며, 이 원금과 이자를 2020년 11월 7일까지 상환하겠다’고 돼 있다. 이 씨가 만기보다 1년 6개월 정도 빠른 시점에 조기상환 한다는데 동의한 것이며, 양사를 대표해 정희석씨와 이한웅 씨가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 이자상환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조기상환계약서가 작성됐으나 역시 공증은 되지 않았고, GDA는 이처럼 돈을 빨리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2021년 2월 ‘금전대여수정계약서’라는 문서를 다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앞두고 양측 다른 계약서 작성

이 문서에는 2021년 2월로 기재됐을 뿐 날짜를 기입하는 난은 공란으로 남겨져 있었으며, 주요골자는 ‘5백만 달러 대여금의 만기상환일을 2022년 5월 24일에서 2021년 5월 24일로 앞당긴다’는 내용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7일 만기상환일을 1년 앞당긴다고 계약서를 수정했고, 10월 7일 이씨가 조기상환의사를 표명했고, 10월 23일 상환일정합의서를 작성했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 수정계약서는 양 당사자 누구도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계약서에는 유치원 등 조기교육업체라는 싱가포르소재 ‘줄스코퍼레이션’이 등장한다. 계약서에는 ‘줄스코퍼레이션이 2021년 4월 또는 5월에 나스닥 또는 비슷한 주식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며, 조나단 찬이 이 법인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이며, 이 법인의 보통주 673만주를 소유하고 있다. 조나단 찬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전체를 5백만 달러 대여계약의 담보로 제공한다’고 돼 있다.

쥴스코퍼레이션이 이 씨의 백기사로 나선 셈이며, 이 수정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자신의 주식 전액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조나단 찬이다. 하지만 조나단 찬 역시 이 계약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이 계약서는 누구의 서명도 없으므로 계약서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하이그라운드는 이 씨가 하이그라운드를 속이기 위해서 쥴스코퍼레이션이나 조나단 찬을 동원했거나, 줄스와 조나단 찬이 이씨와 공모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제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환일정합의서, 대여수정계약 등을 통해 조기상환이 추진되면서 이씨는 2021년 4월 26일 49만 9천여 달러, 같은 해 5월 17일 25만 달러 등 이 씨의 대리인 격인 뉴욕의 한인 변호사 스캇 허를 통해서 갚는 등 지금까지 약 127만 달러를 상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이자는 제외하고, 원금만 따진다면 미상환금이 373만 달러 정도인 셈이다. 이씨가 2021년 5월 24일까지 전액상환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 이 씨는 지난해 4월 5일, 하이그라운드의 외부감사를 담당하는 대주회계법인의 김명찬회계사에게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대주회계법인 측의 감사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이 씨는 이 서한에서 ‘GDA가 하이그라운드에서 5백만 달러를 빌린 뒤 원금 25만 달러를 상환, 현재 미상환액이 475만 달러이다. GDA는 UAE정부가 인정하는 디지털자산라이센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들의 평가가치는 최소 미화 천만달러이상에서 2억 달러, 유로화로는 6백만 유로에서 2천만유로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13개정도의 업체 평가액을 제시했으나 이들 회사의 이름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씨가 대주회계법인에 서한을 보내던 날 하이그라운드와 이 씨 간에 또 다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금전대여계약 부속합의서’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이 서류는 첫 문장과 마지막문장이 범상치 않다. ‘이 부속합의서는 지난 2019년 4월 25일 체결된 금전대여계약서 및 지난 2021년 5월 20일 발효된 2020년 3월 7일 수정계약서의 부속문서’라고 밝혔다.

이 부속합의서의 주요내용은 ‘수정계약을 통해 2021년 5월 24일로 앞당겨진 만기상환일자를 다시 2022년 5월 24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등이 우리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양 측의 협상에 따라 상환일자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속합의서 마지막문장은 ‘2022년 4월 5일부로 이 부속합의서가 집행된다’고 규정했다. 즉, 외부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이 왜 GDA에 대출한 5백만 달러가 상환기일이 지났는데 상환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양측이 부랴부랴 다시 대출기일을 1년 더 연장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 씨가 이 같은 서한을 보낸 지 일주일, 그리고 양 측이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부속합의서를 채택한지 1주일만인 4월 13일 대주회계법인은 2021년 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대출을 적절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하이그라운드는 2022년 연말, 결산시기가 다가오면서 또 다시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정만기인 2021년은 급하게 만기 일자를 연장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넘어갔지만, 이제 2022년은 그냥 넘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故 구본무 LG회장 맏사위 ‘윤관’ 등장

이미 2020년 19억 원을 사실상 떼인데 이어 또 60억 원을 떼인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금전대여계약서, 상환일정합의서 등에 서명했던 정회석씨는 2022년 12월말 이 씨에게 여러차례 이메일을 보내 ‘대여금을 전액 또는 일부 상환하거나, GDA의 반기 재정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반드시 돈을 갚을 것이라는 확신을 제시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것’ 이라고 요구했다.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이때 정씨와 이 씨 간에 오고간 이메일은 김환철 하이그라운드 대표이사, 신해영 하이그라운드 전략기획본부장등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하이그라운드 측이 2022년 내 상환을 촉구하자 이 씨는 올해 1월 10일 미상환액이 475만 달러라고 확인했다는 것이 하이그라운드측 주장이다.

이씨가 127만 달러를 상환, 미상환원금이 373만 달러 남짓인데, 왜 미상환총액은 475만 달러일까. 당초 5백만 달러에 대해 연리 7%가 적용되며, 이는 1년 이자가 35만 달러임을 의미한다. 만약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이자를 갚지 않았다면 이자가 105만 달러에 달한다. 이를 가산하면 얼추 475만 달러에 달하는 것이다. 또 디폴트 때 자동적으로 25만 달러가 가산되므로, 이자 일부는 납입한 반면, 미지급 이자가 약 75만 달러, 디폴트 벌금 25만 달러 등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어쨌든 하이그라운드가 떼인 돈이 475만 달러에 달한다. 이 씨는 하이그라운드와의 협상과정에서 말레이시아 기업 페트라 에코, 미국기업 웨스트랜치캐피탈, 싱가포르의 줄스코퍼레이션 등 여러 기업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이들로 부터 대출 내지 지급보증을 받아서 돈을 갚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들이 과연 실체가 있는 지 의문이지만, 이 씨는 이들 나라의 글로 작성된 계약서 등을 하이그라운드에 제공했고, 하이그라운드는 이들 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사실 쳐다봐도 진위여부는 고사하고 이게 어느나라 말인지도 쉽게 알 수 없는 문서였다. 하이그라운드 측은 이 사건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하이그라운드는 소송장에서 ‘이한웅이 대출금을 갚은 생각이 없으며, 여러나라에 수많은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하이그라운드의 돈을 갈취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이그라운드가 사기꾼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이그라운드가 이 씨에 대한 적절한 실사를 했는지, 계약서 등은 꼼꼼하게 작성했는지 등은 의문이다.

특히 이 소송에는 故 구본무 LG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씨가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블루런 벤처스와도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웅 씨는 하이그라운드와의 5백만 달러 대여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시점으로 추정되는 2019년 4월 15일, 블루런벤처스코리아의 매니징 파트너인 우정한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하이그라운드와 GDA간 컨설팅서비스계약에 대한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루런벤처스는 하이그라운드에 투자한 특수관계회사이기도 하다. 또 2019년 5월 9일 이씨가 스톤포트로 송금해 달라고 요청한 이메일도 우정한 씨에게 공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존우라고도 알려진 우정한씨는 2019년 4월 16일 수신인 최진우, 참조인 정회석 및 이한웅에게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법인 컨설팅’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관련 컨설팅계약서 초안 요청, 대출대상이 될 회사와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간 자문계약서-구체적 내용은 내가 구두로 설명하겠음’이라고 밝혔다.

수상한 하이그라운드 대출 자문 계약서

특히 이한웅은 ‘GDA가 하이그라운드에 모종의 자문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현금 또는 대출의 형태로 받는다. GDA의 업무수행에 따른 비용은 개별사안별로 하이그라운드의 사전승인에 따라 다시 하이그라운드로 부터 돌려받는다’등 컨설팅계약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9년 7월 31일 이 씨가 우정한씨와 ESCAPE로 표기된 A씨 등에게 보낸 이메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씨는 이 이메일에서 ‘우리의 주요목표중 하나인 방캐피탈파트너스는 성공적으로 론칭됐고, 회석은 NYU후배이며, 20년 이상 개인적 친분이 있고, 서로를 잘 아는, 믿을 수 있는 친구들로 부터 추천을 받았으며, 각자 전문분야에서 성공했음도 입증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메일은 하이그라운드 측이 증거로 제출했다. 이 씨는 또 같은 이메일에서 ‘하이그라운드의 비즈니스는 감사나 법적 위협 등이 없으며, 하이그라운드의 글로벌 비지니스는 성공하게 될 것이며, KY/PM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이메일에서 ‘KY/PM은 블루런벤처스의 사람들이며, 이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 마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로 미루어 ‘KY’는 블루런벤처스의 한국책임자로 알려진 故 구본부 LG회장의 맏사위 윤관 씨의 이니셜로 추정된다. 또 PM은 프로젝트매니저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씨가 윤관 씨 등 블루런벤처스를 경계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우정한 씨에게 보냈으며, 하이그라운드는 소송장에서 우정한씨는 블루런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라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 씨가 블루런벤처스의 한국책임자인 윤관대표는 경계한 반면, 하이그라운드가 블루런벤처스의 매니징파트너라고 주장한 우정한 씨와는 우호적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블루런벤처스 직원 간에도 미묘한 갈등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씨는 하이그라운드의 목표를 글로벌 한류핵심기업으로서의 성장 및 블록체인 등 디지털자산분야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하이그라운드가 싱가포르를 글로벌 확장의 전진기지로 삼아서, 일단 남동아시아로 확장한 뒤 중동, 그리고 미국 등으로 넓혀나가며, 하이그라운드가 K팝, K드라마, K무비 생산의 리더가 되며,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통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한류상품을 배포하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보통신 및 기술관련 장관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8월이나 9월 방 씨와 정씨등과 싱가포르 관련업자들과의 미팅을 가지는 것 등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혁신적인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서 하이그라운드를 한국을 물론 세계적인 블록체인 관련 기업으로 성장시킨다’고 주장했다. 특히 ‘블루런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게 되면 이들의 간섭을 초래하게 된다. KY등의 승인을 얻는데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면 하이그라운드는 이 씨가 하이그라운드를 한류의 세계적 선두주자로 키워주고 가상화폐분야에서도 글로벌블록체인파운데이션 등과의 협력 등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고, 이 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500만 달러 사기당한 셈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하이그라운드의 소송을 통해서도 돈을 떼인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미 장부상으로도 사실상 손실을 인정했다. 하이그라운드는 지난 4월 13일 금융당국에 보고한 2022년 치 외부감사보고서에서, 싱가포르 소재 하이그라운드PTE에 대한 단기대여금이 지난 2021년 말 49억 4천여만 원에서, 지난해 말 52억 8천여만 원으로 증가했고, 이 대여금 전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돼 있다고 밝혔다. 하이그라운드는 종속기업인 하이그라운드PTE에 돈을 빌려줬고, 하이그라운드PTE는 이 돈을 다른 곳에 빌려주고 못 받는 바람에, 몽땅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대손충당금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14억 3천여만 원에서, 지난해 말 68억 7천만 원으로 증가, 약 54억 원 정도가 늘어났으며, 이중 52억 8천여만 원이 하이그라운드PTE의 대손충당금으로 드러났다.

하이그라운드PTE 대손충당금 외에 나머지 15억 원 정도는 컵스빌리지라는 영어유치원에 빌려준 돈으로, 이돈 역시 떼인 것으로 밝혀졌다. 외화자산 및 부채현황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외화 단기대여금이 417만 달러, 한화로 52억 8천여만 원이며, 지난 2021년말기준 외화 단기대여금역시 417만 달러였으나,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한화로는 약 3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하이그라운드가 지난 2020년 4월 2일 금융당국에 보고한 2019년 치 외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이그라운드는 2019년 하이그라운드PTE에 60억 원을 빌려줬고, 1억 9300여만 원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그라운드PTE는 순수자본금은 5126만원상당이지만, 부채는 58억 5천여만 원에 달했고, 이 부채는 전부 지배기업인 하이그라운드에서 빌린 돈을 추정된다.

또 2018년 구본무 LG회장의 맏사위 윤관 씨가 관여하는 BRV 로투스 그로스펀드 10402015로 부터 33억 5천여만 달러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869이한웅 씨는 정식 이름은 ‘이 헨리 한웅’으로, 지난 2007년 4월 25일, 뉴욕 맨해튼의 ‘350웨스트 42스트릿’의 콘도 18 K호를 80만달러에 매입, 현재도 소유하고 있으며, 매입 때 워싱턴뮤추얼뱅크로 부터 63만 5천 달러의 모기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기지의 만기는 2037년 5월 1일로 30년 만기 모기지였다. 이 씨는 또 지난해 1월 12일 이 콘도를 담보로 뉴저지 놀우드거주 고진영 씨로 부터 29만 5천 달러의 모기지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한웅 씨는 이에 앞서 2006년 8월 28일 뉴욕 맨해튼의 ‘445 5 애비뉴’의 콘도 14G호를 64만 달러에 매입한 뒤 지난 2016년 12월 16일 83만 5천 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02년 9월 30일 뉴저지 주 엣지워터의 ‘1203 리버로드’의 10J호 주택을 17만 2천 달러에 매입했다가 2010년 6월 23일 22만 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정회석씨는 ‘내가 2018년부터 하이그라운드주식회사의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이며, 계약서와 재무서류 등을 모니터링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소송장 등을 읽었으며, 내가 아는 한 소송장 주장은 모두 사실이다’는 확인서를 작성,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밝힌 이그제큐티브 디렉터가 정확히 어떤 직책인지 알 수 없으나, 하이그라운드주식회사의 핵심요직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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