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도미노 지연사태 ‘에어프레미아’ 불안 불안한 진짜 불씨는 알력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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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사냥 ‘사모펀드’ 개입으로 5년 간 주인 네 번 교체
◼ 2019년 탄생 후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 바람 잘날 없어
◼ 항공업계의 실적 호조 등으로 지분 매각은 오히려 난항
◼ 경영권 찬탈 쌈박질로 날새고 있는데도…‘국토부 뒷짐’

이른바 5대 항공기를 통한 돌려막기로 딜레이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에어프레미아에서 최근 몇 년 간 계속되어 온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항공기 연착륙 지연사태와 맞물려 다시 한 번 떠오를 조짐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출범 초기부터 경영권을 둘러싼 이슈가 계속되며 최대주주가 계속 바뀌어 왔다. 그러면서 경영 자체를 업무별로 분담해서 하는 등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계속 살아있었다. 코비드 사태가 끝나고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에어프레미아 고객수요도 늘어나면서 분쟁의 불씨는 계속 커져갔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제2 민간 항공사 자리를 에어프레미아가 차지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잇따른 항공기 지연사태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순조롭게 이런 계획이 진행될지에 대해서 의문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야심차게 출범한 에어프레미아가 코비드 이후 여행 붐에 올라타며 잘 나가는 듯 했으나 무리한 운항과 경영권 문제로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며 앞날을 예견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주 도미노 지연사태에 이어 이번 주는 경영권 분쟁으로 날 새는 에어프레미아항공의 엎치락뒤치락 상황을 짚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에어프레미아는 2019년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올해로 에어프레미아는 출범 5년째를 맞았는데 벌써 주인이 네 번 바뀌었다.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항공업계 전문가 등으로 경영진의 면면도 다양했다. 이응진 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부사장과 김종철 전 대표가 공동 창업주다. 2018년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과 홍성범 휴젤 전 대표,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합류해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쥐었다. 2021년에는 JC파트너스와 박봉철 회장을 필두로 한 코차이나가 합심해 경영권 지분을 취득했다.

그러나 박 회장과 JC파트너스 사이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 과정에서 JC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축했는데 박 회장의 투자 조건에 대한 해석이 갈리며 내홍이 불거졌다. 이들은 공동투자 양해각서를 시작으로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나섰는데,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지난 8월 1일 박 전 회장이 금융감독원에 JC파트너스가 자본시장법 등을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하면서부터다. 그러면서 결국 본국의 타이어 업체인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AP홀딩스라는 컨소시엄을 통해 실질적 최대주주에 올랐다. AP홀딩스·JC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약 74.7%다. 현재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는 AP홀딩스지만, JC파트너스와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경영한다.

아시아나 화물 인수문제로 분쟁

하지만 양측 역시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인수를 계기로 갈등이 작지 않음이 드러났다. 당시 에어프레미아는 표면상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본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월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비 입찰에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이하 스카이레이크), 파빌리온PE 등과 함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스카이레이크와 협상이 무산되면서 컨소시엄에 균열이 생겼다. 스카이레이크는 진용에서 이탈한 반면 파빌리온PE는 에어프레미아의 주요주주인 JC파트너스와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인 타이어뱅크 계열 AP홀딩스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당시 호소문을 통해 “항공사를 공동 소유할 파트너를 찾는다”고 공개 구혼한 바 있다. 그는 “항공업은 하늘 길을 지키는 일이고 외화를 벌어오는 사업”이라며 “충청도 상공인들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고 싶다”고 불특정다수에게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제주항공을 포함해 꾸준히 인수 파트너를 물색한 MBK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와 손잡게 된 시점도 비교적 최근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던 에어프레미아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25일 진행된 본입찰에 인수확약서(LOC)가 아닌 LOI를 제출하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JC파트너스 또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분위기다. 에어프레미아의 또 다른 주요주주인 JC파트너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와 맞물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회복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JC파트너스 측 우군은 파빌리온PE로 파악된다. JC파트너스는 올 초 에어프레미아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 보유 지분 중 약 13% 상당을 AP홀딩스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AP홀딩스가 에어프레미아 지분 43.5%를 갖게 돼 대주주에 올랐다. JC파트너스의 에어프레미아 보유지분은 22.1% 내외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는 파빌리온PE와 함께 증자에 나서 에어프레미아 지분율을 끌어올릴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보국 대표 사임 이유가 불씨

양측의 분쟁은 최근 경영진 교체 건을 둘러싸고 극에 달한 분위기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8일 문보국 대표 사임을 결정하고 다음 날 모든 결재라인에서 배제할 것을 사내 공지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주 보도자료에서 “문 대표가 사임하고 고문으로 보직을 옮긴다”면서 “사업계획에 따라 핵심과제를 재수립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결과적으로는 자발적인 사의가 아니었던 셈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문 대표가 밀려날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75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05% 늘었고 영업이익은 186억 원으로, 2017년 창사 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됐다는 배경이 실적 호조에 큰 역할을 했지만 정상화로 이끈 공로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항공업계에선 즉각 결재라인에서 배제하는 강력조치가 경영진 내 의견 충돌이 누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JC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회장이 ‘괘씸죄’로 해임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대주주인 AP홀딩스 지분도 김 회장이 더 많고 김 회장의 에어프레미아 지분도 9%로, 지배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부터 추진한 1단계 핵심과제 수행을 마무리하면서 올해에는 매출 5000억 원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까지 항공기 4대를 추가 도입해 기단과 노선 등 외형 확장을 꾀할 계획이지만 이중 2대는 오는 10월로 예상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의 일환으로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대여받을 계획이지만 아직 계획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 경영진 교체기를 맞으면서 내부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은 직원들의 줄서기 문화도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수차례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탓에 직원들은 라인 바꿔타기를 여러차례 했다.

직원들의 줄서기 문화도 확산

제주항공 김종철 회장이 데려왔던 사람이 김 회장에 등을 돌리고 남았다가 박봉철 회장과 손을 잡고 최근에는 또 다른 대주주를 등에 업었다는 소문도 있다. 에어프레미아 대주주들이 항공업계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지분 매각에 나서면 경영권 분쟁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인수 후보로 꼽히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항공 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인수합병(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메가 저비용항공사(LCC)는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에 위협적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제주항공이 단거리, 에어프레미아가 장거리 중심이기는 하지만 제주항공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나 전략적투자자(SI)도 에어프레미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항공사에 관심을 보였다.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소시어스PE는 에어인천의 최대주주다. 소노인터내셔널 품에 안기기 전 티웨이항공 최대주주는 JKL파트너스였다.

에어프레미아가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고 가치를 높여 엑시트할 생각이었는데 실패한 만큼, 당분간 기업가치를 높일 만한 요인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단 에어프레미아가 구하려는 B787-9 대형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제조사가 물량을 줄였고 코로나19 이후 신규 진입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빅 플레이어가 좌우하는 시장이 됐다”라고 밝혔다. 에어프레미아가 향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주 노선 슬롯 일부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회사도 미주 노선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 사활을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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