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시관 폐쇄한 LACMA의 설립취지 퇴색에 비난
◼ 삼성이 후원한 전시회 끝나자 삼성가 인사 이사 선임
◼ LACMA 성명서에서 “체스터 장 기증품 위작 아니다”
◼ 체스터 장 박사 기증품 과학적 검증 과정 거친 ‘진품’
◼ ‘위작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검증하지않는 이유는?’
◼ 전문가 감정만 하면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위작논란
LACMA(LA카운티미술관)는 원래 초창기 1965년 당시 한국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방문시 동행하면서 LACMA를 방문했는데, 미술관에 한국 미술품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어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이듬해 도자기 25을 기증받은 계기가 한국 미술품 소장의 시초였다. 이 같은 LACMA는 지난 60여년을 지나오면서 한국정부와 민간 재단과 기업 등으로 부터 많은 한국 예술품과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는데, 지난 2019년 돌연 한국관을 폐쇄시켜 한국정부와 한인커뮤니티에 충격을 주었다. 한편 LACMA는 최근 미국 문화예술계와 언론으로부터 “애초의 설립 취지가 퇴색되고 현대적 미술품 수집으로 변모되는 양상”이란 비난에 휩싸이자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1,000여개의 ‘한국 보물’(“Korean Treasures”)을 지닌 체스 장 박사와 한국의 리움 미술 (Lee-UM Art Museum)/호암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 재단을 두고 “양다리” 를 걸치다가 불거져 나온 사건이 소위 “한국 보물 전시품 위작 사건”이다. 본보는 이 같은 위작전시 논란에 대해 무엇이 핵심 문제이며, 그 실체는 무엇인지 세번째로 집중취재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한국의 삼성문화재단에서 만든 사립 미술관인 리움 미술관은 한국 고미술에 대단히 심취했던 이병철 회장과, 그의 사후 아들 이건희, 홍라희 부부 등 범 삼성가 가족들의 취향이 혼합돼서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리움 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의 Lee와 museum의 um을 따서 ‘리움’ (Leeum Museum)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원래 이병철 회장의 아들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리움의 관장이었으나, 2017년 3월을 끝으로 홍라희 여사가 관장직을 사퇴하였다. 다만 여전히 리움의 운영권은 삼성 대주주 일가에 있는데 이재용 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씨가 사실상의 미술관장 격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LACMA 한국보물 전시회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위작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보물 전시회에 기증된 명성황후 후손 체스터 장박사의 ‘이중섭·박수근’ 작품을 비롯한 도자기들이 모두 ‘위작’이라는 충격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LACMA,삼성재단 미국진출 교두보
LACMA는 2015년부터 올해 2024년까지 10년 동안 현대자동차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프로 젝트 전시회를 개최 중이다. 그중 현대자동차는 LACMA에서 ‘사이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the space between: the modern in Korean art)라는 전시회를 2022년 9월 11일부터 2023년 2월 19일 까지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사이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 전시회는 한국 근대 시기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를 서양의 미술관인 LACMA에서 선보이는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당시 전시는 한국 근대 미술의 형성 시기인 1897년부터 1965년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영향을 주고받은 작가 88명의 작품 130여점을 선보였다.
당시 전시회에는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품 20여점을 포함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술품 63점을 한국 작가 뿐 아니라 조선 말기부터 광복 전까지 해외 문화 교류기에 한국 근대 미술사 형성에 영향을 주고받은 유럽, 미국, 일본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LACMA는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한 ‘사이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 전시회가 지난해 2월 19일 종료되자 한달도 안된 3월 7일자로 LACMA의 새로운 이사진을 발표했다. 이 신임 이사 명단에 삼성가의 이부진 사장 이름이 발표했다. LACMA는 이부진 사장의 이사 선임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부진 사장은 근‧현대 미술의 영향력있는 후원자이며, 지난 10년간 아트-필름 등 다양한 후원을 해왔다”고 밝혔다. LACMA의 한국 국립현대미술관과 LACMA가 공동 주최한 ‘사이의 공간’ 또한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이부진 사장의 지원을 받았다.
이같은 이부진 사장은 故 이건희 삼성 총수와 홍라희 전 삼성리움 미술관장 부부의 장녀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LACMA는 올해로 마감되는 대규모 신축 프로젝트에 총 7억 5천만 달러의 예산의 97%를 모금했는 데, 이 중 50%의 액수를 LACMA 이사들로부터 모금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신임 이사 이부진 사장도 모금에 참여했다. 미국 미술계에 정통한 한인 C박사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자연히 LACMA의 신임 이사로 선임된 이부진 사장을 통해 리움미술관/호암 미술관의 미주 진출을 위해 미국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LACMA를 디딤돌로 삼을 것이며, LACMA 역시 세계적으로 막강한 삼성가의 지원을 위해 이부진 이사와 거래할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문화재단과 LACMA 역할
LACMA는 지난 2월 부터 한국의 중앙일보로부터 LACMA가 전시한 <체스터&카머론 장 컬렉션>의 ‘한국 보물’ 중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위작이라는 지적으로 곤경에 처하고 있었다. 한국 언론 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이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지난 6월 26일 뒤늦게서야 한국 전문가를 이례적으로 초청, 특별 감정을 위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고반 LACMA관장은 “전시도록 발행을 일단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LACMA가 위작 전시를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LACMA는 지난 7월 8일 성명서를 통해 위작 전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체스터와 카메론 장 컬렉션의 한국 보물>은 LACMA의 큐레이터 책임자인 스티븐 리틀 주관하에 2024년 2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LACMA에서 전시됐으며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은 여러 세대에 걸친 개인 소장품이라고 밝혔다. LACMA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서 얻은 과학적 발견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위작 논란을 부인했다.
체스터 장 박사의 기증품들은 대부분은 한 세기가 넘도록 온전하게 보존되어 왔다면서 전시에서 는 전통 한국화, 서예 병풍, 20세기 중반의 남북한 유화, 도자기 등 고려 시대(918-1392)와 조선 시대(1392-1897) 왕조의 유물 도자기 등이라고 밝혔다. ‘한국 보물’은 최근 체스터 장 박사가 LACMA에 기증한 35점의 예술품으로 박물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품 기증으로 선정된 것이라며 ‘체스터와 카메론 장의 컬렉션’으로 100여 점의 기증으로 LAC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 기증품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성명서에서 체스터 장 박사는 아버지가 초대 주 로스앤젤리스 총영사로 임명되며 미국으로 이주 했다.(하지만 이 부분에서 LACMA 측은 장 박사의 아버지가 원래 LA총영사관 영사로 부임한 것을 “초대 총영사” 라고 잘못 표기했다.)
LACMA는 체스터 장 박사의 기증 작품에 대한 추가 연구를 계속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들과 그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추가적인 맥락화는 향후 온라인과 인쇄물로 발간되는 LACMA 간행물에 게재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에서 LACMA는 어떤 작품을 취득할 때 항상 출처를 확인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했다면서 이번 체스터 장 박사의 기증품도 수년에 걸친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쳤으며 현재까지 수행된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작 논란이 된 박수근과 이중섭의 작품에 대하여 2015년과 2017년에 기증자가 의뢰한 두 건의 과학적 분석 보고서의 결과는 박수근과 이중섭의 보고된 스타일과 일치하며 재료는 주장된 기간 동안 해당 작가들이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LACMA의 회화 보존처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2022년 보고서 연구소가 체스터와 카메론 장이 기증한 20세기 중반 한국 유화를 조사한 결과 이 작품이 1950년대/ 60년대이며 재료와 마모 및 손상 패턴이 마모 및 손상 패턴이 그 시대의 그림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명서에서 진위 여부가 의심되는 도자기 작품 중 일부는 옥스포드 인증(Oxford Authentication, Ltd.)에서 열발광 검사를 받았다면서 열발광 검사를 실시한 결과, 20세기 위작이 아닌 18~19세기 조선 시대 작품임이 명백히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체스터 장 컬렉션의 연대 측정에 대한 남은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도자기에 대한 검증도 열 발광 방법으로 테스트 한 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LACMA “의구심 없도록 테스트 할 것”
LACMA는 1999년에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의지원으로 독자적이 한국미술전시관(Korean Art Galleries)이 개관됐다. 지난 2006년 개관 40주년을 맞는 LACMA는 그해 ‘미주 한인의 날’을 기념 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했는데 새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는 한인 최초로 체스터 장 박사가 이사로 영입됐다. 이 체스터 장 박사가 1,000여점의 ‘한국 보물’을 지닌 주인공이다. 장 박사의 ‘한국 보물’은 원래 <체스터&카머론 장 컬렉션>(Chester and Cameron Chang Collection)이란 명칭으로 LACMA에 기록됐다. 카머론 장은 체스터 장 박사의 아들이다. 2006년 체스터 장 박사가 한국인 최초로 이사로 선임될 당시 LACMA는 당시 한국화 화사였던 김현정 상임 연구원을 한국 담당 큐레이터로 임명했다.
LACMA는 당시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한국 등 각계 각층으로부터 박물관에 기증된 미술품 전시회도 성황리에 개막했다. 당시 전시회를 기획한 케빈 살라티노 큐레이터는 “지난 한해 LACMA 개관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92명의 기증자들이 300여점에 달하는 미술품들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며 “한국 중국 일본의 고 미술품부터 현대미술, 사진, 판화와 드로잉까지 다양한 미술품 150점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전시회에는 한인 최초로 LACMA 이사에 선임된 체스터 장 박사가 기증한 고려 후기의 도자기 1점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LACMA는 사전에 한국이나 미주한인사회와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LACMA의 해머빌딩에 위치한 한국전시관을 폐관시켰다. 이는 지난 1999년 LACMA의 한국관 개관이래 20년 만이다. LACMA는 한국관의 폐관은 LACMA의 신축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LACMA측에 따르면 신축 프로젝트는 7억 5000만 달러가 투입되며 한국관과 중국관이 들어가 있는 해머 빌딩을 포함 기존 4개 동을 허물고 2024년까지 신축 건물을 완공하는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으로 신축 건물을 세운다면, 없던 전시공간도 확장하는 법인데, 오히려 있는 것도 폐관한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당시 LACMA의 제시카 윤 홍보 디렉터(interim director)는 “한국관은 문을 닫게 되고 전시실에 있던 미술품들은 LACMA 수장고에 보관되거나 한국 미술품을 전시할만한 다른 뮤지엄에 임대를 해줄 예정”이라며 “2024년 신축 건물이 완공되면 한국 미술품들이 다시 전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미술품들이 4년 후 다시 전시된다고 해도 한국관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 미술품을 한 자리 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윤 디렉터는 “신축 건물에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안 국가의 미술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LACMA의 향후 방향은 예술품을 지역이나 국가로 분류하기보다는 글로벌한 개념에서의 예술품으로 전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관이 사라지는 것에 비하여, 기부를 통해 단독 전시관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전시관의 경우 신축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폐관되지 않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때문이다.
체스터 장 박사 ‘곧 입장 밝힐 것’
일본전시관은 현재 리노베이션을 위해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일본전시관은 존재하고 한국전시관은 사라진 것 이다. LACMA의 이중 잣대였다. LACMA 내 한국관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20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1999년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처음 개관했으며 2006년 미술관 공사로 잠시 폐쇄됐다가 2009년 한인사회에서 50만 달러의 기금을 지원하면서 규모를 확대하며 재개관 했다. 하지만 이후 점점 축소되면서 2011년에는 해머 빌딩 전면에 설치되어 있던 ‘Korean Art Gallery’ 대신에 ‘Chinese Art’ ‘Korean Art’라는 표시로 대체 되고 전시관도 한국 전시관으로 쓰이던 공간에 중국 전시실이 조성되기도해 한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같은 LACMA의 한국관 폐관 결정은 LA에서 한국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관이 사라질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완공될 예정이었던 한미박물관 프로젝트가 지연된 영향도 있다. 한미박물관이 당초 계획대로 완공됐다면 LACMA 한국관 폐관으로 갈 곳 잃은 예술품들을 대여받을 수도 있는 기회였다. 한편 ‘위작 논란’으로 심대한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체스터 장 박사는 금명간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지인을 통해 본보에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