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취재> 박근혜, MB 사돈 효성그룹 상대 ‘손보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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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칼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을 정면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는 지난 11일 효성그룹 본사와 조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14일에는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동윤 상무를 소환조사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지난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닮았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고발한 이후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는 점, 태광실업이나 효성 모두 정권의 특혜를 입은 기업이라는 점 등이 닮은꼴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곧바로 MB정권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각이다. 효성은 지난 2009년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으나, 당시에는 검찰이 일부 임원들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며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법조계 주변에서는 효성그룹이 조성한 수백억원의 비자금과 20년동안 해외로 빼돌린 불법거래 자금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수사는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나아가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과 4부자의 비자금 수사를 둘러싼 배경을 <선데이저널>이 파헤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때문에 효성그룹은 지난 정부 때 가장 잘 나가는 기업으로 꼽혔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혜택을 봤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1997년 IMF 위기로 발생한 해외사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숨기고 10년에 걸쳐 손실을 메우는 방식으로 1조원대 분식회계를 하면서 수천억원대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조 회장 일가는 차명으로 10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 회장 일가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서 차남 조현문 변호사(44)의 이름으로 50억원을 대출받는 등 임ㆍ직원 명의를 도용해 계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고 되갚은 방식으로 회삿돈을 유용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효성캐피탈이 매년 조 회장 일가 등에게 대출해준 돈은 3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대 분식회계 1천억 비자금 조성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특히 주목할 점은 사건의 배당이 특수부로 배당됐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탈세 관련 고발 사건은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하는데 검찰은 이번 사건을 특수 2부에 배당했다. 특수2부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저축은행 비리 등 굵직한 기업 수사를 맡아 온 윤대진 부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CJ그룹 사건을 맡았던 특수2부는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호칭답게 이재현 회장의 탈세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밝혀내 구속기소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 탈세 혐의를 넘어 그룹의 각종 비위와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중앙지검 특수1부는 효성그룹 임원들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며 조 회장을 한 차례 소환했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효성 임원 일부를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끝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당시 효성 수사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대선자금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2009년 11월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송영길 인천시장은 “2007년 6월 대검 첨단범죄수사과 정부수집팀은 대검 수사기획관에게 효성 관련 첩보보고서를 제출했으나 6개월 동안 대검 중수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대선이 끝난 후인 2007년 12월 26일에서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답변대에 섰던 이귀남 법무장관은 “8월 27일에 받았다”면서 “첩보를 검토한 팀이 ‘신정아 사건’으로 서부지검에 파견을 나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송 의원은 그러나 “당시 BBK 주가조작사건과 친인척 비리문제가 있는 그대로 수사됐다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겠느냐”며 “일부 정치검찰의 조직적 은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특히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이귀남 법무장관이었고, 12월 26일 사건을 배당 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은 BBK 사건 무혐의를 내린 최재경 검사였다”며 “이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영전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효성캐피탈은 1997년 설립 당시 50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2000년 150억 원을 증자해 현재까지 200억 원이 자본금인데,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3형제는 1998년 말과 1999년 초반 사이 효성캐피탈에서 321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며 “당시 조현준, 조현문은 학업을 마친지 2년 밖에 되지 않고 갓 서른 살을 넘었고, 조현상은 불과 28세에 불과한 나이에 어떤 담보를 잡고 321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대출 받고 한 달에 1억 원이 되는 이자를 갚을 수 있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대출 건은 보고 못 받았다. 현재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고, 계좌추적 여부에 대해서는 “법사위에 계좌추적을 보고한 적 없다”고 답했다.


2009년 이미 대선자금 의혹 제기


결국 검찰은 1년 넘게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조 회장을 직접 소환까지 했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효성중공업이 일본 법인을 통해 수입한 부품을 한전에 납품하면서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33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했지만 임직원들을 형사처벌 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검찰이 당시 수사자료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다 국세청의 고발자료까지 확보한만큼 이번 수사는 당시보다 더 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번 검찰의 수사를 2008년과 2009년에 진행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수사와 오버랩시켜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2008년 7월 말 국세청은 박 회장이 운영하는 신발 제조회사인 태광실업과 골프장을 운영하는 정산개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는 경남 김해에 있는데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지방청 조사4국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10월 말에, 12월5일까지로 조사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세청은 2차 조사가 끝나기도 전인 11월21일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박 회장이 해외에 유령 회사를 세워 거래하는 과정에서 200억원대의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12월12일 구속됐다.
검찰은 구속한 박 회장을 압박해 그간 박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칼을 들이댔고, 결국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씨에게 50억 원을 건넨 사실과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권양숙 여사에게 돈을 준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돈의 성격을 놓고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조석래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점, 또한 해외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용처가 모호하고 여기에 대한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 사정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효성 수사가 제2의 박연차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석래 포토라인 설 가능성













▲ 위쪽부터 조석래 회장.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검찰은 박연차 수사 때처럼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일단 11일에는 효성그룹 본사와 조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14일에는 효성그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지원본부 소속의 고동윤 상무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동시에 재무ㆍ회계 담당 임직원 3~4명을 불러 탈세, 분식회계 등을 통한 차명재산 조성 경위와 규모 등에 관해 캐물었다. 검찰은 탈세ㆍ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가 총수 일가의 지시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경위와 지휘ㆍ보고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검찰은 2001년 이사로 승진한 뒤 약 12년 간 비서실ㆍ지원본부 등을 오가며 조 회장의 금고지기처럼 활동한 고 상무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고 상무 등을 밤늦게까지 조사하고서 일단 귀가시킨 뒤 추가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본부는 효성그룹 내 주요 경영 사항을 관장하는 핵심 부서다. 검찰은 또 차명 주식과 계좌를 통해 각종 금융거래를 반복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주식 거래와 입출금 내역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개인금고’처럼 이용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해외로 빼돌린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상 불가피한 이유로 계열사들에 손해를 끼친 사건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을 유용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입증된다면 조 회장과 세 아들 모두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 나아가 비자금의 용처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경우 그 목적지는 한 곳 밖에 없다고 보고 사건을 정관계 로비 의혹쪽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특별하명 수사로 검찰의 재탕수사격인 이번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4부자에 대한 횡령 탈세 비리 의혹에 대한 범죄 수사가 세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MB에게 맺힌 한을 사돈에게 풀고 있다’는 세간의 조소 섞인 비아냥거림을 웃어넘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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