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대마초 파동에 휩싸여 가수생활에서 은퇴한 뒤 전격 도미, 지난 89년 LA 한인들의 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라디오코리아’를 창립한 가수 이장희 씨.
그는 지난 2003년 연말 “전파임대료 인상에 따라 더 이상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며 기습방송 중단을 선언한 뒤 결국 현 라디오코리아 손태수 회장에게 경영권 일체를 매각하고 15년 세월의 인연을 손수 끊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라디오코리아에 재직했던 대다수 임직원들은 일언반구의 언질도 없이 2003년 12월 31일을 기해 15년 역사의 방송활동을 단숨에 접어버린 이장희 씨에 대한 원성과 분노를 여전히 가슴 속에 품은 채 앙금이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아울러 라디오코리아 인수과정에서 명칭과 웹사이트의 인수가 지연되면서 ‘파워코리아’라는 차선책 명칭이 등장하는 등 당시 이장희-손태수 전현직 대표가 벌인 감정싸움 또한 아직까지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8년만의 어색한 악수
이렇듯 다시는 얼굴을 안 볼 것처럼 ‘법정싸움’까지 운운했던 이장희 씨와 라디오코리아 손태수 회장이 8년여만에 조우했다.
앞서 전문에 언급한대로 지난 28일 가수 이장희 씨가 MBC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라디오코리아 사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촬영 건을 놓고 라디오코리아 내부 임직원들의 찬반은 크게 엇갈렸다. 과거 이장희 대표 시절 헌신짝처럼 버려진 아픈 기억을 간직한 직원들은 반대입장을 피력한 반면, TV 제작국을 비롯해 사업국에서는 최근 ‘상품가치’가 높아진 가수 이장희 씨를 통해 ‘라디오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로 삼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아무튼 이장희 씨가 가수로서 제2의 고향인 LA에 금의환향했다고는 하나, 라디오코리아 창립자로서의 명예를 도저히 회복시켜주기 싫었던 일부 직원들의 바램은 현 손태수 대표의 넓은 아량(?)으로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후문이다.
사실 엄밀히 따져봤을 때 라디오코리아의 선장이 바뀐 시점으로 계산하면 손태수 호는 출범 7년에 불과한데, 그러한 약점을 장기적 안목의 화해로써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외부의 관측은 창사 22주년을 내세워 오는 9월 라디오코리아 측이 마련한 ‘세시봉과 김동규와 함께 떠나는 8박 9일 지중해 크루즈’ 이벤트와 관련해 출연협상 등 이장희-손태수 두사람간 모종의 딜이 이뤄졌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