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영장기각은 사실상 검찰의 면죄부…영장발부확실 호언장담이 虛言이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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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꾸라지 우병우 봐주기 위해 세월호 수사외압 적시하지 않아

‘범죄사실 대폭축소해 영장 신청했다’

우병우역시 예상대로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본국 시간으로 4월 12일 새벽 기각됐다. 법원의 범죄 혐의에 비추어봤을 때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영장 기각은 사실상 검찰의 부실 수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세월호 수사외압과 관련한 직권남용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은 세월호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수사팀이 결과적으로 수사에 방해를 받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이 청와대와 해경의 통신내역이 담긴 해경 본청 압수수색에 나서자, 윤대진 광주지검 형사2부장(현 부산지검 2차장)과 통화하는 등 수사팀에 접촉했다. 또 현장 구조책임자였던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는 것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수본은 당시 수사팀이 결국 해경을 압수수색한 점과 김 전 정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을 고려해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 혐의를 영장 청구서에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검찰의 핵심 라인이 대부분 우 전 수석과 가깝다는 점을 비추어보면 사실상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법보다 우병우가 위에 있는 셈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은 사실상 검찰이 대충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기각한 모양새에 가깝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우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했는지를 검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특검팀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과 법무부가 수사 대상이어서 미온적으로 처리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시 수사와 관련해 우 전 수석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검찰·법무부의 수뇌부를 조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을 당시인 지난해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수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병우 범죄사실 대거 축소 영장신청

실제로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서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의 영장보다 범죄사실을 1/3로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영장 내용은 오히려 줄여 ‘조직적인 봐주기’를 한 셈이다.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검의 영장이 40쪽에 달하는 것은 국정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공무원들을 불러다 양말을 벗기는 등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은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생략됐다. 범죄 사실도 특검 때보다 상당히 줄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 등 개인비리 혐의도 영장 청구서에 넣지 않았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특검 수사기간 종료 이후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특검이 수사하지 못했던 개인비리 혐의와 세월호 수사외압 의혹을 언급하면서 “시간이 없어서 못한 것이지 영장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오히려 특검보다 수사를 훨씬 축소한 것이다.

검찰은 특검에서 기초수사를 마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는 김수남 총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수뇌부가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에서 특검법상 한계로 수사하지 못한 △가족회사 ‘정강’ 관련 탈세ㆍ횡령과 △변호사시절 수임료 등 개인비리 부분도 검찰의 영장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와 반대로 특검에서 혐의가 불분명해 수사를 중단한 부분을 포함시켰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최순실씨가 K스포츠클럽과 연계한 이권사업을 돕기 위해 기존의 다른 스포츠클럽을 조사했다. 특검도 이 부분을 들여다봤지만 크게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덮어둔 것인데 검찰은 ‘히든 카드’로 활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영장 청구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형식적인 영장신청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

일각에서는 소위 ‘검찰 개혁’ 여론에 떠밀린 특수본이 제대로 수사하고자 했으나, 이미 증거 확보 등 수사에 유리한 ‘골든타임’이 지났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이 우 전 수석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하지만 당시 특수팀는 우 전 수석의 연수원 동기로 친분 관계가 있는 윤갑근 대구고검장(53·19기)이 수사를 맡아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윤 고검장은 2014년 대검 강력부장과 반부패부장을 겸임할 당시에는 우 전 수석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지휘해 ‘우병우 라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달반만에 ‘성사’된 소환조사에서는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짓는 사진이 공개되며 ‘황제 소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우 전 수석은 가장 오랜 기간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고검장이 투입된 특별수사팀이 126일간 우 전 수석 비리를 조사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70일간 우 전 수석의 비리를 파헤쳤다. 특수본 1·2기가 수사한 기간까지 합치면 우 전 수석 수사에만 200일이 훌쩍 넘는 시간이 들어갔다.

2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검찰이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범죄 혐의는 모두 8개에 이른다. 8개 중 한 가지만 제대로 증명됐어도 구속이 가능했지만 단 한 가지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우 전 수석이 받는 혐의가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입증하기 어려운 범죄임은 맞지만 200일이라는 시간과 그동안 투입된 인력 등을 고려하면 영장기각을 둘러싸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다수의 인사는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로만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우 전 수석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실장은 특검에서 한 번에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구속을 피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우 전 수석의 두 차례 영장 기각은 확실히 이례적이다.

영장기각 예상하고 모양새 갖추기 위해

이로써 “구속영장이 재청구된다면 100% 발부된다”는 박영수 특검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됐고 우 전 수석을 구속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 마지막 관문을 돌파하려던 검찰의 의도도 좌절됐다. 이미 정치권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수본 2기 출범 때부터 우 전 수석 수사 전담팀을 꾸렸던 검찰의 체면 역시 구겨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죄 입증이 쉽지 않아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시점인 이번 주 후반쯤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구속 등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반쪽짜리 수사’라는 비판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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