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LA 자바 시장 멕시코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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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역으로 이주한 한인업체만 500여개

‘LA에서는 더 이상 사업 못하겠다’

LA다운타운 자바 시장은 한인 경제의 젖줄이다. 그런데 이 자바시장이 크게 변신하고 있다. 자바 시장을 떠나 타주나 외국으로 한인업체들이 이주하고 있다. 올해 8월  현재까지 멕시코로 사업체를 이주시킨 한인 업체가 500개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커 비즈니스 컨설팅(Parker Business Consulting)의 박철웅 대표는 “과거 택사스주나 베트남으로 이주를 원하던 봉제업체들이 최근에는 멕시고로 대거 이동했다”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약 500개 정도 한인 업체가 멕시코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멕시코 이주의 최대 요인은 LA시의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함께 계속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노동법 단속도 지속적인 상태에서 온 결과라고 박철웅 대표는 분석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에 ‘멕시코 진출은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한인 업체들의 멕시코 이주는 계속 증가했다. 이중에는 과거 LA한인회장을 지낸 배무한 회장이 운영하는 봉제공장도 있다. 최근 배 회장은 “멕시코 공장으로 이주를 완료했다”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이주는 잘한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멕시코로 이주를 마친 A봉제업소 김 모씨도 “멕시코의 부지 렌트비가 미국보다 훨씬 싸고, 무엇보다 인건비가 미국에 비하여 50-60%정도 저렴하다”면서 “무엇보다 LA에서 최저임금 인상 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해 비즈니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에 멕시코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주문은 예전대로 LA에서 받고 바느질만 멕시코 공장에서 하게 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작업을 할 경우, 우선 LA에서처럼 비싼 워컴 보험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멕시코에서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일부 로컬 경찰이나 사법당국의 행패로 과외 비용이 발생하고, 현자바시장지 생산된 물품이 미국으로의 국경을 넘어갈 때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멕시코 이주를 위해 미국내 공장에서 멕시코로 이전된 설비 시설들은 나중 미국에 다시 반입할 때 그대로 반입이 되지 않는 규정들이 있어 현지에 남겨 두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직도 LA다운타운 자바시장의 절반정도가 한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매년 1백만 달러 수익과 2만 여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인 업주들은 LA가 사업을 하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스몰비지니스, 자영업자들에게는 각종 세금으로 열악한 환경이다. 그렇다보니 노동비가 싼 중국이나 남미로 일을 주는 업체들이 늘면서 20여년 전만해도 주 전체에서 10만 4천여개 일자리를 창출하던 패션 업계가 2015년에는 절반인 6만 2천여개 그리고 그 수치는 계속 줄어 현재 4만 5천 여개로 크게 감소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LA시 정부는 뒤늦게서야 기업이나 업소에 부과하는 ‘사업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LA시의 사업세는 그동안 다른 도시들보다 높이 책정되어 있어서 업주들의 불만을 사왔다. 사업세를 앞으로 3년간 16% 인하해 더 많은 기업과 비즈니스 업주들이 LA에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타지역에 있는 업체들의 LA이전 효과도 노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 안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런 사업세 인하 정책 시행은 조금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여간 최근 들어 많은 한인 봉재업소가 거리가 먼 중국이나 베트남 보다는 훨씬 가까운 미국내 텍사스로 이주했다가 최근에는 가까운 외국인 멕시코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뒤늦게 LA 시 사업세 인하

2015년 당시 한인 자바 업주들은 사업을 운영하기에 더 나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텍사스 주로 눈독을 드리기 시작했었다. 당시 한인패션업계가 텍사스 주 엘파소로의 도매와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하는 데는 텍사스 주가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만큼 기업 운영에 도움을 받을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또 엘파소가 멕시코 국경과도 가까워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을 수급하는데도 유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었다. LA시는 2015년 당시 시간당 9달러 임금을 적용하고 있지만 엘파소에서는 연방 최저수준인 7달러 25센트였다. 더군다나 이곳은 아직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는 곳이다. 뿐만아니라 엘파소시는 리바이스, 랭글러, 존스 오브 뉴욕 등 유명 청바지 업체들이 사업을 하던 곳이다. 이렇게 LA자바시장이 번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의류생산이 발전했던 곳인 만큼 한인 업주들이 이주를 해도 적응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점이다. 물론 의류와 봉제업체들의 동반 이전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LA자바시장은 사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복 도매와 생산의 메카라는 이미지가 확고한 만큼 잘못 움직였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인건비라도 줄여 살아 남을 수 있다면 엘파소가 아닌 그 어떤 곳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중심을 잡고 의류기지 이전을 끌어 갈만한 업체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LA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인 의류, 봉제 업체들이 텍사스 주 엘파소로 대거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LA 타임스도 LA 패션 디스트릭을 한인들이 주로 부르는 자바시장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이 택사스 주로 대거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신문은 30여년 전 도미해 자바시장에서자바시장2 작은 원단장사를 시작으로 현재 공장까지 소유하고 있는 한인 김대재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왜 한인들이 LA보다 한인사회가 크게 형성돼 있지도 않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많지도 않은 텍사스주 엘파소로 이주를 결정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최근 한인원단협회까지 포함한 의류 3대 단체장들이 모임을 갖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텍사스 엘파소에서 부동산 브로커가 직접 LA 자바시장을 방문해 한인들을 대상으로 현지 공장 규모를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당시 이미 LA에서도 한인의류협회 관계자들이 대표로 엘파소를 찾아 현지 답사를 하고 왔으며 계속해서 현지 시 관계자와 인프라 이전과 관련 내용등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인 자바 업주들은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we are not thinking of going, we are going” (우리는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간다)라는 이런 완강한 표현을 하기도 했구요 또 “Exodus” 텍사스로의 이주가 힘든 경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자바시장 경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한인 자바시장을 다른 곳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계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노동법 단속 강화 등이 자바시장 한인 의류업체와 봉제업체들의 이주를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Exodus가 탈출구

특히 LA시와 LA카운티의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안이 결정타가 됐다. LA시와 LA카운티는 최근 잇달아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통과시켰다. 또 지난 7월 1일부터 는 연 3일의 유급병가 제도가 시행된데다, 지난 2016년부터는 오바마케어 확대 시행으로 종업원 의료보험료까지 책임져야 할 곳도 늘어났다. 대략 계산을 해보면 의류업체들은 2020년까지 현재보다 적어도 50% 정도 더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지난 2014년 9월에 9천 만 달러 규모의 자바시장 마약 단속 여파로 남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긴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분석됐다.
의류협회 역시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노동법 단속도 지속적이라 스몰비즈니스 형태의 의류나 봉제업체들은 크게 고전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타주로의 상가 이전을 고려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자꾸 높아지면서 업주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너무 커지다 보니 감세 혜택이 있는 곳으로 옮겨서라도 돌파구를 찾아 보려는 한인 자바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멕시코LA 다운타운 자바업체들의 텍사스 이주는 이곳 한인사회 뿐만아니라 LA시 전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2015년부터 한인의류업체가 침체된 자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 증가를 위해, 국내 최대규모 패션 박람회 ‘매직쇼’와 협약을 맺었다. 움츠러들었던 온라인 의류업계가 실속있는 유통 경로를 공략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양새다. LA다운타운 자바시장을 기반으로 한인이 운영하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 ‘패션고’가 패션 전시회 전문 주최사인 UBM과 협약을 맺었다. UBM은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패션 박람회, 매직쇼의 주최사이며 쇼에는 해마다 1900개의 의류브랜드 관계자 6만명 이상이 참석해,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통해왔던 바 있다. 한편 LA자바시장 인근에도 부동산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뉴욕처럼 프리미엄 주거지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여러방면 돌파구 찾기

다운타운 샌피드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LA 패션디스트릭트는 물론 그 주변 지역에 포진해 있던 한인 봉제, 의류, 원단 업체들이 LA다운타운 부동산 개발이라는 거대 파도에 밀려나가는 등 자바시장 전체가 기로에 서 있다. 패션디스트릭트와 그 주변인 히스토릭코어, 사우스파크, 웨어 하우스 등 주변지역에 대형 주거용 부동산 개발이 몰려 있는 상황이다. LA자바시장을 중심으로 개발 계획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LA다운타운에 더 이상 개발할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에 달한 개발 계획은 급기야는 주변 지역으로 퍼지고 있고, 현재는 남쪽과 동쪽으로 개발업체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 더욱이 LA자바시장 인근은 LA다운타운에 비해 아직 땅값이 훨씬 저렴하고 패션디스트릭트라는 문화적 특성도 지니고 있는 만큼 특히 젊은층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개발업체들은 기대하고 있다. 자바시장의 중심인 패션디스트릭트는 물론 인근 지역에 주상복합 개발이 휘몰아 치면서 한인 자바시장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2009년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에다 2014년 FBI 대규모 단속 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문을 닫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진행되면서 LA 자바시장은 지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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