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을 승진시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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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을 승진시키는 나라

2009년 장자연 사건 수사 경찰관, 조선일보 추천으로 특별승진

지난 2009년 조선일보로부터 청룡봉사상을 받아 1계급 특진한 경찰관이 장자연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인물인 것으로 한 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지 두 달 만에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참석해 경찰청장과 함께 해당 인물에게 상을 수여했다. 장자연 사건의 주요 의혹 당사자였던 조선일보 측이 사실상 수사 관계자에게 상을 준 셈이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와 경찰의 유착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단 장자연 사건뿐만이 아니라 매년 한 차례 씩 수상하는 청룡봉사상 수상자가 경찰이면 조선일보 사주 일가에게 경찰 특별승진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셈이다. 청룡봉사상의 적절성을 둘러싼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제46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

▲ 제46회 청룡봉사상 시상식 현장

장자연 사건이 불거진 2009년 당시 제43회 청룡봉사상 수상자는 경기경찰청 광수대 소속이었던 A 경위(당시 경장)였다고 한다. 청룡봉사상 홈페이지에는 A 경위가 조직폭력배 등 강력범을 붙잡은 공로로 상을 받았다고 공개돼 있다.
그런데 본국 언론의 취재 결과 A 경위가 그해 장자연 사건에 관한 수사에 관여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A 경위가 대규모로 진행됐던 장자연 사건 수사에서 일정 역할을 했고, 그 근거가 문서상 남아있다는 것.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2009년 3월 경찰은 ‘장자연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A 경위가 있던 경기청 광수대와 경기 분당경찰서 형사과 인원으로 수사팀이 구성됐다. 광수대 인력이 중간에 대거 투입돼 수사팀 인력도 27명에서 41명으로 늘었다. 특별수사팀에서 정식 인력으로 상주하지 않았더라도, 광수대 인원 대다수가 수사에 뛰어들었던 만큼 동료들 사이에서 수사 정보가 광범위하게 공유됐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당사자였다. 방 사장은 그해 4월 23일 조선일보 사옥에서 기자 2명을 대동한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로부터 불과 두 달도 채 안 된 6월 17일, 방 사장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시상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과 함께 A 경위 등 경찰관들에게 1계급 특진상을 수여했다. 수사 대상자가 심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을 수사 관계자가 받았고, 해당 경찰관은 1계급 특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민갑룡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장자연 사건 관련)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수사하던 담당 경찰이 청룡봉사상을 받고 1계급을 승진했다.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장자연하지만 당시 장자연 특별수사팀은 정해진 인력만 수사를 벌인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광수대 인원이 수시로 참여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장자연 수사팀 소속이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 구성이 굉장히 유동적이었다. 정해진 인력이 아니라도 필요하면 수사에 투입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방상훈 사장이 장자연 사건 관련 의혹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겨우 두 달 뒤 경찰을 1계급 승진시키는 청룡봉사상을 수여했다는 점은 충격적인 부분이다. 청룡봉사상의 제도적 모순이 명백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청룡봉사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문제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한 해인 2009년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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