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의 문제점과 취약성 – 코로나기간 휴교사태 장기화…‘없어진 교실’로 교육열 저하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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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벌어지는
교육의 빈부 격차가 최대 난제

미국은 전쟁 중에도 학교 문을 열었는데, 코로나 19 재난으로 근 일년간이나 폐쇄된 LA교육구를 포함해 미국의 많은 공립학교들이 휴교로 인한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안에 갇혀 비대면 수업으로 장기간 일관하는 바람에 정신적 피해로 인한 자살 사건을 포함해 각종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 장애 현상 등으로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도 그 후유증 조치에 고민에 싸였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학교 급식도 중단되어 학생 건강 체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어린이 자선 단체 ‘Save the Children’이 지적한 바 처럼 “휴교사태가 장기화되어 엄청난 학습 손실 등 학습권 침해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성진 취재부기자>

대면수업코리아타운에서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둔 학부모 L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좋은 점은 부모들이 학생들을 매일 학교에 등교시키고 방과 후 데려오지 않아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녀들이 부모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자녀 교육에 한결 좋다”고 말하면서 “식사 시간이나 스낵 타임도 비교적 자유스러워 좋다”고 말했다. 또한 L씨는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은데 그런 점도 아이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이런 스트레스는 선생님과의 스트레스도 있지만 동료 학생들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L씨는 나쁜점은 “친구끼리 교제하는 시간이 없어서 정서적으로 약간 감성적이지 않은 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비대면 교육이 화상교육이니 만큼 교사로 부터의 지도 감독면이 소홀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애들은 전혀 불만 없어요”라고 말한 L씨는 “방학이 길다고 불만을 지닌 학생들은 없지만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아이서 멀어지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리아타운에서 공립학교 7학년 학생을 둔 제니스 김씨는 걱정이 많다. 김씨는 “아이가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받다보니 학교 규율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걱정이 된다”면서 “한마디로 교육받는 자세가 흐트러져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버릇이 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줌으로 하는 교육은 복장 자세도 문제이고, 중간에 음식을 먹는다든가 수시로 화장실을 가든가 하는 것이 무척이나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킨더가든을 끝낸 손주를 돌보는 피터 박씨는 “아이가 학교 수업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집에서 수업을 받으니 교육 정체성에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걱정이다.

이러한 비대면 교육의 장기화는 교과 이수 수준, 건강, 취약계층,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 등에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따라서 목표의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목표 설정으로 교사, 부모, 학생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비대면 교육은 학교에서의 대면 교육이 갖는 장점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지난 1년간의 경험에서 보면 긴급하게 도입된 원격수업은 교육에서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학교라는 비슷한 공간 환경이 아닌 소득 격차가 다른 가정이라는 공간 환경에서의 스마트 기기 보유의 차이, 컴퓨터 등 디바이스를 다루는 실력의 차이, 학부모의 지원이 가능한지 여부의 차이 등이 극심하게 드러난다. 한 관련직원은 “학교 과제를 완수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조용하거나 안전하게 공부할 장소가 없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간격을 좁히기 위한 온라인 보조교사의 도입, 공간 환경의 제공과 같은 대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수업 장기화에 따른 정서적 문제

이제 LA 카운티 정부가 초등학교들의 대면수업 재개를 허용해 학교 재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제니스 한 LA 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카운티 정부가 LA 지역 초등학교들의 대면수업 재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한 수퍼바이저는 이번 조치는 LA 카운티 보건국의 동의를 받아 이뤄진 것으로 대면수업 재개를 원하는 초등학교들은 대면 수업 재개에 앞서 주정부와 카운티 정부에 안전 및 방역수칙 준수와 관련된서류들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카운티 정부는 해당 서류를 제출한 초등학교들은 대면수업이 즉시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LA 통합교육구 측은 교직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초등 학교 대면 수업 재개가 실제 언제 이뤄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LA 통합교육구 뷰트너 교육감은 앞서 지난 주 교육구 소속 교직원 2만 5,000명 이상이 백신접종을 받아야만 초등학교 대면수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카운티 정부가 갑작스럽게 초등학교 대면수업 재개 조치를 결정한 것은 최근 LA카운티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에 비해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때 1만명을 넘겼던 신규 확진자 수는 3000명대로 떨어졌고, 8000명을 넘기기도 했던 코로나 입원 환자수가 2천명대로뷰트너 떨어지는 등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수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LA교육구는 LAUSD와 교사가 합의한 주요 계획안에 따라 ▲매일 정기적인 수업 일정(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15분까지) 진행 ▲소규모 그룹 진행 ▲교사와 연락할 수 있는 오피스 시간 제공 ▲교사와 학생사이 상호작용 강화 ▲학습진행 평가 ▲교사를 위한 보육서비스 제공 등 을 실시해 왔다.

또한 교육구는 온라인 학습으로 뒤쳐지지 않도록 토요일 보충수업, 개인지도, 영어·수학 특정과목 지도 등 일대일 추가 교육도 제공했다. 온라인 수업에 필수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디바이스, 인터넷 및 교육자료를 제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 왔다고 교육구는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학교 수업재개 지침을 마련해 2주 연속 코로나 19 모니터링 목록에서 벗어난 카운티만 대면수업을 허용하고 있는데 LA 카운티를 비롯해 대부분 남가주 지역 카운티 교육구들은 대면 수업이 금지된 상태다. 하지만 주정부는 초등학교 경우 캠퍼스 재개를 위한 면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승인되면 학교는 교직원 및 3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 발열 점검 및 최소 6피트 물리적 거리유지 등을 포함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주 지침을 따라야 한다.

평소 교육 수준에서 7달 정도 뒤처질 것

지난해 비대면 교육에서 특히 문제점은 디지털 격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코로나 19의 갑작스러운 확산으로 인해 급하게 디지털 전환을 해야 했던 교육계는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다양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주가 컴퓨터가 없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받지못하는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여러 사정으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다. 이같은 점에 관하여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최재원 미디어연구 박사과정이 분석 연구한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다양한 연구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급격한 학교 수업 중지와 디지털 수업으로의 전환이 학생들의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 컴퍼니(McKinsey&Company)의 분석에 따르면, 양질의 온라인을 통한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K-12학생의 비율은 약 32%로 예상하며, 48%의 학생들은 낮은 수준의 원격 교육을, 20%의 학생들은 제대로 된 원격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비율의 격차는 낮은 소득 수준의 가구에서, 그리고 흑인 및 히스패닉 인구에게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평균적인 미국 K-12 학생들은 디지털 원격 수업 환경 전환으로 인해 평소 교육 수준에서 7달 정도 뒤처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각각 10달, 9달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비대면 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수업 기준이 학교마다 큰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상대적으로 학생의 교육 참여에 유리한 온라인 실시간 교육을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의무화 한 학교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부유한 학군의 학교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모여 있는 학군에 비해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제공할 확률이 두배 이상 높았다. 나아가 도서 산간 지역의 학군 중 약 27%는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은 후 교육 진행과 관련한 어떤 지침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와 정책이 관건

인터넷과 컴퓨터 등 정보통신 기기 접근성의 불평등으로 인한 교육 격차는 중대한 사회적 이슈이며 미국 교육계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정보통신 기기 접근성은 특히 저소득층 및 소수 집단에 큰 문제가 돼왔고, 이러한 격차는힘든아이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지난해 봄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격리 이후 집에 컴퓨터가 없어 자녀가 학교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한 저소득층 학부모는 전체의 약 36%를 차지했다. 나아가 저소득층 학부모의 약 40%는 집에 인터넷이 안정적으로 설치돼 있지 않아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주 안에서도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와 같이 크기와 예산 규모가 큰 학군(school districts)의 경우 이같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트북 컴퓨터 및 인터넷 핫 스팟 지원을 위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교육구는 종이로 된 학습 패킷을 보내주는데 그쳤다.

아메리칸인스티튜트포리서치(American Institutes for Research)의 설문에 의하면 팔로 베르데와 같이 빈곤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설문에 응한 교육구의 47%가 종이학습 패킷과 같은 실물 안내문이 원격 수업 진행의 최우선 수단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경우 18%만이 이에 동의했다. 혹자는 소득 격차에 따라 여름 방학 중 사교육과 같은 보조 교육 수단 접근성으로 인해 생기는 교육 수준의 차이를 일컫는 ‘썸머 슬라이드(summer slide)’에 빗대어 코로나로 촉발된 교육의 디지털 원격 전환으로 인한 ‘코비드 슬라이드(Covid slide)’가 생길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교육청(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은 약 70만 명의 학생에게 컴퓨터 디바이스를, 약 40만 명의 학생들에게 와이파이 핫스팟 기기를 대여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지만, 핫스팟 기기의 배송이 지연되고 있어 꼭 필요한 학생들이 학기 초반 음성 전화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격차는 학계와 정책 분야에서 이미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논의와 실무적 해결책이 제안되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높고 컴퓨터 접근성 또한 현저히 높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도서 산간지역의 브로드밴드 보급 문제와 더불어 저소득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사회에 편향적으로 나타나는 디지털 디바이스 격차가 중요한 이슈다. 디지털 기기 및 인터넷에 대한 실질적 접근이 불가능해 학교 과제 수행 및 성적에 발생하는 격차를 나타내는 ‘과제 격차(homework gap)’라는 개념으로 디지털 격차가 교육의 맥락에서 논의된 바 있다.

최근 2018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진행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앞서 언급한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 인구에서 현저히 높은 비율의 학부모들이 여전히 자녀 교육에 있어 과제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는 적어도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 디지털 격차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고 그로인한 영향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 대유행과 같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를 겪는 가운데 드러난 표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 접근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 종식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보다 장기적인 디지털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간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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