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위기 내몰린 한인 테넌트의 눈물겨운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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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폐쇄명령에 따라 문 닫아 영업하지 못했는데…

건물주는 ‘사업장 포기’ 퇴거소송

퇴거뉴저지 저지시티 대형빌딩 건물주가 1층에 입주한 한인식당업자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90%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식당 영업을 재개하든지, 아니면 식당을 포기하고 나가라’고 강요, 결국 소송전으로 치닫고 말았다. 현재 50개주 대부분이 렌트비체납에 따른 강제퇴거를 유예하고 있지만, 건물주의 소송이 잇따르면서 일부 주 법원은 테넌트가 영업을 하지 않거나 사업장을 방치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 퇴거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테넌트들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문을 열거나, 임대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 한인식당인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당초 15년 임대계약을 체결한뒤 6개월간 랜로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 식당공사를 한뒤 2009년 5월 11일 임대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했다.

▲ 한인식당인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당초 15년 임대계약을 체결한뒤 6개월간 랜로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 식당공사를 한뒤 2009년 5월 11일 임대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989년 문을 연 30층 규모의 뉴저지 주 저지시티의 익스체인지플레이스센터, 건물 외부가 전부 유리로 된 화려한외관의 익스체인지플레이스센터는 허드슨 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튼 배터리파크, 뉴욕증권거래소등 월스트릿가를 마주보고 있어 젊은 부유층이 많이 찾는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건물 앞에서 맨해튼 배터리파크로 운항하는 페리가 있어 이 건물 앞 유동인구는 하루 수만 명에 달할 정도다. 바로 이 건물 1층 4천스퀘어피트에 자리 잡은 대형식당이 건물주의 횡포로 강제퇴거 위기에 몰리면서 피 눈물 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로 알려진 이 식당의 주인의 한인 제임스 김씨. 김 씨는 뉴저지주정부의 사업장 폐쇄명령으로 식당 문을 닫았고, 뉴저지주정부가 렌트비 체납에 따른 강제퇴거유예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주가 지난 3월 허드슨카운티랜로드테넌트특별법원에 퇴거가처분신청을 하자, 지난 4월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에 정식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폐쇄 명령, 건물주는 영업 강요

이처럼 건물주가 주정부의 강제퇴거 유예명령에도 불구하고 퇴거를 요구한 것은 주법원이 팬더믹이 길어지면서 올 해 들어 건물주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수용, 퇴거유예명령의 예외를 계속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약 12년여 전인 2008년 12월 5일 당시 이 빌딩 소유주였던 ‘메릿US 부동산펀드 3’와 건물1층 상가 4천스퀘어피트를 15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빌딩은 건평이 70만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고급사무용 빌딩으로, 건물주는 1층에 최고급 식당을 요구했고, 김 씨는 건물주의 요구대로 최고급설비를 하는 대신, 6개월 뒤인 2009년 5월 18일 임대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수정임대계약을 체결했다.

▲ 한인식당인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20년 임대기간중 매5년마다 렌트비를 약 11%씩  인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한인식당인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20년 임대기간중 매5년마다 렌트비를 약 11%씩 인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식당 설비에 만족한 건물주 측이 임대기간을 연장해 줌에 따라 김씨는 2029년 5월 31일까지의 임대권을 확보한 것이다. 임대조건은 ‘1년에 52주 이상,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식당영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즉 사실상 무조건 52주 이상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며, 테넌트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것이다. 김 씨는 소송장에서 이 식당의 손님이 하루 2500명에 달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19의 엄습이었다. 2020년 3월 미국 대부분의 주가 그랬던 것처럼 뉴저지주정부는 식당폐쇄명령을 내렸다.

뉴저지 내 모든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고,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었다. 이처럼 식당이 강제 폐쇄되면서 김 씨는 이때부터 렌트비를 내지 못했고, 지난해 6월 4일에는 뉴저지주정부가 식당야외식사는 일부 허용한 반면, 실내식사 금지는 연장함으로써 김 씨 식당의 폐쇄도 이어졌다. 하지만 건물주는 실내식사금지연장명령을 내린 다음날, 김 씨에게 렌트비 체납에 따른 디폴트를 정식 통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씨는 주정부가 렌트비 체납에 따른 강제퇴거 중단명령을 내렸으므로 퇴거 소송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팬더믹이 끝나면 영업을 재개, 밀린 렌트비를 갚는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 건물주는 지난해 10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했다.

코로나19 끝나가자 건물주 반격 시작

▲ 뉴저지 저시시티의 명물 익스체인지플레이스센터

▲ 뉴저지 저시시티의 명물 익스체인지플레이스센터

랜로드 측은 김 씨 측에 ‘지금 당장 식당 영업을 재개해라. 식당만 재개하면 체납한 렌트비는 단 한 푼도 받지않을 테니문만 열어라’고 요구했다. 김 씨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고, 현재 문을 열어도 손님이 팬더믹 이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식당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랜로드는 입주자들의 사무실 복귀여건을 만들기 위해 김 씨에게 식당 문을 열라고 요구한 반면, 김 씨로서는 랜로드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2백 명도 채 안 되는 손님을 바라보고, 하루 2500명 수용식당의 문을 열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김 씨가 당장 영업재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랜로드 측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김 씨 식당에 대한 압류와 퇴거절차를 시작했다. 김 씨는 임대계약상 1년에 52주 이상 영업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 더 큰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하루 빨리 손을 털기로 결정했다. 100만 달러상당의 시설비가 들었지만 결국 20만 달러라는 헐값에 식당을 매각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올해 2월 11일 랜로드 측에 식당매각과 관련한 리스승계 등을 요구했다. 2029년 5월 31일까지 리스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식당매입자가 리스를 승계하도록 하고 20만 달러를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김 씨는 이 같은 의사를 통보한 뒤 리스승계희망자와의 재정상황보고서, 매매계약서 초안 등을 랜로드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랜로드는 즉각 김 씨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 같은 매각의사를 밝힌 날로 부터 한 달이 경과되는 3월 10일자로 임대계약을 전면 파기하고 임대 공간, 즉 식당을 환수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결국 김 씨는 임대계약 백지화 하루 전인 3월 9일 랜로드 측에 식당매각계획을 철회하고, 임대계약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강제퇴거유예 행정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랜로드 측은 임대계약 백지화를 통보하는 등 강제퇴거절차에 돌입했을까.

▲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식당고객이 코로나19 이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즉시 식당문을 열라는 랜로드 요구를 거부한뒤 강제퇴거를 추진하자 지난 4월 19일 뉴저지주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에 정식소송을 제기했다.

▲ 비스트로익스체인지플레이스는 식당고객이 코로나19 이전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즉시 식당문을 열라는 랜로드 요구를 거부한뒤 강제퇴거를 추진하자 지난 4월 19일 뉴저지주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에 정식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가 랜로드에게 식당 매각의사를 통보하고 불과 엿새 전인 2월 5일 뉴저지 주 대법원은 ‘상업적 문제, 즉 랜로드-테넌트간 렌트비를 체납할 경우, 만약 테넌트가 비지니스를 다시 오픈하지 않으려 한다면 강제퇴거 시킬 수 있다’고 명령했다. 랜로드는 바로 이 대법원 명령을 근거로 강제퇴거에 돌입한 것이다. 랜로드는 김 씨의 식당매각의사는 ‘비지니스를 다시 오픈하지 않으려는 행위’라고 간주하고 강제퇴거 명령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랜로드는 3월 9일 김 씨가 식당매각계획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 15일 허드슨카운티 랜로드테넌트 특별법원에 ‘비지니스 재 오픈 의사가 없다’며 강제퇴거 가처분신청을 해버렸다. 랜로드 측은 ‘김씨가 2020년 3월 또는 4월부터 렌트비를 내지 않고 있으며, 식당입구에 체인을 감아서 열수 없도록 하는 등 식당운영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랜로드가 강제퇴거를 위한 법적절차에 돌입하자 김씨는 4월 16일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에 ‘랜로드의 횡포로 손해를 봤다’며 정식재판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 ‘사업장포기-영업미재개는 퇴거가능’

팬더믹에 따른 강제퇴거유예로 랜로드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지난 6월 2일 뉴저지 주 대법원은 또 다시 랜로드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랜로드가 상업용 건물의 테넌트를 쫓아내려고 할 때 렌트비가 체납됐다는 이유만으로도 퇴거시킬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즉 주거용 렌트비 체납은 퇴거시키지 않지만, 백신접종확대 등에 따른 경제정상화를 고려, 이달부터 뉴저지에서 상업용 렌트비 체납은 퇴거유예대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이다. 이 판결 뒤 랜로드는 사흘만인 6월 5일 식당 열쇠를 교체해 버렸고, 김 씨 측은 ‘열쇠교체는 건물주의 불법행동이므로, 열쇠교체 이전으로 환원하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17일 랜로드 측에 열쇠를 다시 교체이전으로 바꾸라’며 김 씨 손을 들어줬다.

▲ 뉴저지주 대법원은 지난 2월 15일 퇴거유예조치에도 불구하고 테넌트가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퇴거시킬 수 있다고 판결했고, 랜로드는 이 판결을 근거로 한인업주가 식당을 포기했다며, 강제퇴거를 요구했다.

▲ 뉴저지주 대법원은 지난 2월 15일 퇴거유예조치에도 불구하고 테넌트가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퇴거시킬 수 있다고 판결했고, 랜로드는 이 판결을 근거로 한인업주가 식당을 포기했다며, 강제퇴거를 요구했다.

이 식당의 렌트비는 지난 2009년부터 5년간은 매년 32만 달러, 그 뒤 5년은 매년 36만 달러,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매년 40만5천 달러, 그 뒤 5년은 매년 45만 5천여 달러로, 5년마다 약 11% 정도 오르는 것으로 계약돼 있다. 김 씨 측은 현재 체납된 렌트비 약 70만 달러 중 30%는 즉시 납부하고 50%는 12개월 분할 상환하는 등 신속하게 납부 의사를 밝혔지만 랜로드 측은 렌트가 8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사업을 포기했다며, 김 씨를 내보내고 새 테넌트에게 식당운영을 맡기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랜로드 입장에서는 렌트를 다른 사업자에게 승계해 주지 않고, 새로 계약하는 것이 렌트비를 훨씬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김 씨를 쫓아내 버리려는 것이다. 김 씨는 만약 지난해 10월 랜로드의 요구대로 식당영업을 재개했다면 한 달도 안 돼 망했을 것이라며, 랜로드의 요구는 횡포 그 자체 라고 주장했다.

특히 백신접종이 크게 늘어난 뒤인 지난 4월 21일 영업을 재개한 결과, 손님이 하루 150명으로, 팬더믹이전 2500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과연 랜로드테넌트특별법원이 김 씨를 퇴거시키라고 명령할지,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이 정식재판을 통해 김 씨의 손해를 인정할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정식재판 진행에 앞서 먼저 퇴거명령이 내려버리면, 김 씨는 퇴거상태에서 기약 없는 소송전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19가 서서히 끝나가면서 건물주의 주장과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각주의 법원들이 상업용 건물 렌트비체납 등에 강제퇴거유예가 아닌, 압류와 퇴거명령을 내리고 있다. 특히 김 씨 경우에서 보듯 팬더믹에 따른 영업중단,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임대계약양도를 추진하는 경우도 ‘사업장포기, 영업재개의사 없음’ 으로 간주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테넌트 위주의 정책에서 건물주의 권리가 다시 강조되고 있으며 테넌트에 대한 대대적 압박이 현실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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