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 공청회 이후 한인사회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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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Historic-Cultural Monument Application Hung Sa Dahn)을 위한 지난 4일 제2차 공청회(비대면)는 LA시 공청회 역사상 한인사회 관련 단일 안건에 약 4시간 동안 무려 70여명의 공개 발언자가 찬반 의견을 제기하는 이례적이고 폭발적인 표현의 자리였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통해 한인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막중한 과제를 남겨 주었다. 흥사단 단소가 만약 LA사적지로 지정될 경우, 한인사회와 미국사회가 어떻게 이를 보존하고 보전할 것인 가? 그리고 흥사단 단소가 미국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한 오늘의 흥사단은 과연 도산 정신을 따라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에 개막된 2차 공청회는 줌(Zoom)으로 LA시 도시계획국 문화유산 위원회 (Cultural Heritage Commission, LA Department of City Planning)의 베리 밀로프스크 위원장 (Berry Milofsk, president / Cultural Heritage Commission) 주재로 시작되었다.

이날 밀로프스크 위원장은 공청회 의제에 오른 안건 #5와 #6을 소개만 하고 오전 11시 30분 부터 바로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의 안건 #7을 공청회 토론에 올렸다. 사적지 지정안 신청서를 작성한 LA보존 협회(LA Conservancy)의 로사린드 사가라(Rosalind Sagara)회장이 흥사단 단소 건물의 역사 적 배경과 사적지 지정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이후 공청회는 오후 3시 45분까지 장장 4시간 동안 무려 70여명의 발언자들이 찬반 의견을 쏟아 냈다. 그동안 국민회기념재단(이사장 윤효신)이 주도한 한인 단체들이 구성한 ‘흥사단 단소 구입 추진 위원회’ 측은 온라인 청원 및 서명운동 플랫 폼 ‘체인지(Change.org)’에 ‘흥사단 단소, 사적지로 지정해주세요’(Please designate HungSaDahn Building as a Historic-Cultural Monument)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여 왔으며 많은 찬성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단소 보존 캠페인의 주역인 국민회기념재단의 윤효신 이사장, 흥사단 미주위원부의 서경원 위원장, 정영조 전미주위원장, 뉴욕의 윤창희 전미주위원장을 포함 LA지부와 OC지부 그리고 도산기념사업회 등의 전,현직 임원들과 단원들을 비롯 해, 한인사회의 보훈 단체인 미주광복회의 박영남 회장, 미주 3·1여성동지회의 그레이스 송 회장, 그리고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최형호 장로, 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과 이번 사적지 신청서에 도산과 흥사단 역사를 기술한 차만제 교수, UC리버 사이드의 김영옥 연구소의 장태한 교수와 LA 주류사회의 커미셔너인 김기천 박사 등도 찬성 발언을 했다.

흥사단 옛 단소 건물 사적지 지정 호소

이외에도 이번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 신청서를 직접 직성한 아시아태평양계유적보존회 (Asian & Pacific Islander Americans in Historic Preservation) 미셀 마가롱(Michelle Magalong)회장과 LA보존 협회(LA Conservancy)의 로사린드 사가라(Rosalind Sagara)회장을 포함해 빌 와타나베 협회 회원을 포함해, LA코윈 전회장인 오은영씨와 멕시코에 거주한다는 가브리엘 유씨까지 나서서 찬성 발언을 했다. 여기에 LA총영사관의 영사도 참여하여 찬성 발언을 했으며, 향군 관계자와 다양한 직분의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한인사회의 원로 코메디안으로 알려진 김막동씨도 나와 찬성 발언을 했다. 이들 대부분은 흥사단 단소의 역사와 도산과의 관계를 강조하였으며, 미주 독립운동의 본산으로 중요한 건물이라고 지적했으며, 특히 단소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링컨이나 마틴 루터 킹의 사적 지와도 비유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찬성 발언에는 “흥사단 옛 단소 건물은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뿌리”라고 강조했고 “차세대 한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흥사단 옛 단소 건물을 사적지로 지정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한인사회의 대표적인 단체로 알려진 LA한인회나 LA한인상공회의소, LA평통을 포함한 중요 단체들의 발언은 보이지 않았다.

‘70여명 찬반 토론으로 4시간 열띈 논쟁’

이날 흥사단 단소 사적지 공청회 초반에 현재 단소를 소유하고 있는 개발업체(3423 S. Catalina St. LLC 소유주 Donghao Li)측 차스틴 변호사가 나서서 사적지 지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사적지 지정을 원하는 사람 중에서 해당 건물에 직접 들어가 본 사람이 없다”며 “누구든 원하면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는 ‘흥사단 단소’였던 건물이 너무 오래돼 낡았고 내부 자체도 많이 바뀌어 흥사단 본부라는 의미나 면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건물주 측은 한인 이민사 연구가이며 전기작가인 한인 존 차(John Cha)씨를 증인으로 내세 웠다. 존 차씨는 미주독립운동에서 흥사단보다는 대한인국민회가 독립운동에 더 역할이 컸고 특히 도산 선생은 이 단소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고 말하며 사적지로서의 가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발회사의 대표가 나와 사적지로서 요건의 부족함을 지적하면서 지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USC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현재 주거지가 부족하다고 지정 반대를 표명했다,

▲ 국민회관에서 줌 공청회를 시청하는 LA 한인들.

▲ 국민회관에서 줌 공청회를 시청하는 LA 한인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 도산의 외손자 필립 커디(Flip Cuddy)와 외손녀 크리스틴 커디(Christine Cuddy) 변호사는 흥사단 단소 자리에 USC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도산 선생께서 옹호할 것이다 현재 이 건물은 사적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도산 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고 강력 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흥사단 단소’ 2차 공청회에서 화두는 흥사단 보다는 흥사단을 창단한 도산 안창호(Dosan Ahn Chang Ho)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이번 공청회에 나선 국민회기념재단, 흥사단, 도산 기념사업회 등을 포함해 학계와 사회 단체 등 많은 한인사회의 관계자들은 공개 발언에 나섰지만 일부 발언 이외 대부분 발언은 도산 안창호에 대한 ‘진실’이나 우리 미주 이민사의 ‘진실’에 대하 여는 “수박 겉핥기”와 같은 면을 보여주었다. 도산이나 흥사단에 대하여 막연히 “미주독립운동가” “최고의 독립운동 단체” 등등으로 미사려구 를 낭독(?)하는가 하면, 또 어떤 발언자들은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주장했으며, 심지어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 마저도 거짓말을 당당하게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제2회 공청회에서 장장 4시간 동안 찬성 반대 발언 등을 마치고 나서 밀로스크프 위원장은 공청회에 참여한 문화유산위원 4명 위원들을 대상으로 의결에 들어갔다. 게일 케나드 부회장이 동의란 안건은 3-1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사적지 지정안은 LA시 토지이용관리계획위원회 (Planning La-nd Use Management)의 3차 공청회와 LA시의회의 4차 공청회에서 최종 가부가 결정 된다. 공청회가 3차까지 ‘찬성’으로 진행되더라도 마지막 LA시의회에서 번복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번 1차 공청회에서 위원들 전원일치 찬성이었으나 이번 2차 공청회에서는 소수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다이앤 케너(Diane Kanner) 위원은 확실하게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리처드 바론(Richard Barron)위원도 애초 반대를 시사했으나 마지막에 가서 찬성 쪽으로 돌았다. 바론 위원은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에 대한 표결을 다시 할 것도 주장했다. 이날 바론 위원은 ‘이렇게 (방치된) 건물을 어떻게 도산 같은 훌륭한 인물과 연결 시킬 수 있는가, 도산을 위해서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수석 위원인 켄 번스타인( Ken Bernstien)은 사적지 신청서와 관련해 몇 가지 법적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산을 위해서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이번에 2차 공청회에서 3대1의 표결로 통과된 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안에 대하여 일각에서 ‘사적지 지정안과 관련해 LA시 도시계획국과 문화유산위원회가 적법한 절차를 진행시키지 안했 다’ 면서 법적 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되고 있다. 도산의 외손자인 필립 커디씨도 “이번 공청회를 주관한 LA시 문화유산위원회는 사적지 유적 지정 신청서에 많은 오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접수 추천했다”면서 “이는 공무원들의 분명한 공무 수행 방해 혐의로도 볼 수 있어 필요하다면 FBI의 수사가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반대 증언을 한 존 차 전기작가는 “오늘 많은 흥사단원들이 공개 발언을 했는데 1978년에 그들은 단소를 버리고 팜 스플링스 아파트를 구입할 때에는 다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저도 과거 한국에서 방문하는 도산 학자들과 중요 인사들을 모시고 흥사단 단소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단소 형태가 너무나 황폐하여 부끄럽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수산 여사의 따님 크리스틴 커디가 발언한 것처럼 그 자리에 USC 학생들을 위한 기숙 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도산선생께서 옹호할 것이다”면서 “차라리 건물 앞에 후손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서 도산 선생의 업적과 독립운동을 표명하는 예술 작품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도산 유족 측의 반대 의사에 대하여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도산의 업적을 표명하는 일인데 왜 유족들이 반대하는지 의아스럽다’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도산의 외손자 필립 커디씨는 “많은 사람들이 도산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면서 “도산이 우게 가르친 가장 큰 계명에는 ‘거짓을 하지 말라’인데 일부에서는 도산의 뜻과 는 달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산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LA시 문화유산위원회의 사적지 지정 2차 공청회를 마친 흥사단 단소였던 건물을 두고 최근 우리 정부가 이 건물을 구입하고 보존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최근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초부터 외교부와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등 3개 부처가 합동으로 옛 흥사단 건물 보존 지원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수차례 열어 이같은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우선 LA총영사관을 통해 미국 LA시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이 건물이 사적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적지 지정 이후에는 건물 매입과 관리에 대한 지원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 이다. 이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정부가 ‘흥사단이 민간단체’ 라는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이 180도 달라진 이유는 옛 흥사단본부 건물이 가지는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로서의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건물은 단지 흥사단만의 역사가 아니라 미주 항일 독립운동의 총본부 성격이 강한 살아 있는 역사물이라는 점도 이의 철거를 정부가 방관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동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부도 이 건물 철거가 논란이 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건물을 지켜달라’는 글이 올라 오면 서부터 면밀하게 관심을 가지고 주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면 흥사단운동의 역사 뿐 아니라 미주 항일운동의 역사 보존에도 큰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도산의 뜻과는 달리 도산을 이용한다”

흥사단 단소를 사적지로 지정하는 캠페인도 중요하겠지만, 이것이 사적지가 됐을 때 어떻게 이를 보존할지에 대하여 한인사회는 명확한 대책이 없으며, 한국정부의 지원만을 눈 빠지게 기대하고 있다. 흥사단은 자신들이 지키지 못한 단소를 한국정부나 동포사회에 구걸하는 지경에 이른 것 이다. 1949년 4월 도산단보에 당시 언론인인 오기영 기자가 <도산을 파는 사람들>이란 글을 실었는데, 주요 대목을 소개한다. <오늘날 자기 일신상의 행세꺼리로,혹은 자기 죄과를 숨기는수단으로 도산을 파는 사람은 선생의 일관한 신조인 ‘거짓을 없이하라’는 그것을 거꾸로 ‘거짓을 지나고 그 거짓에 의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도산 선생이 거짓을 가차없이 미워하였듯이 그런 사람을 미워하지 아니치 못한다’ 천만단어로 도산 선생을 존경하는 것보다도, 그 정신의 일단이라도 무실역행하는 것이 진실된 추앙이고 값있는 존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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