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목숨걸고 서울시장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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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금실 전법무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젔다. 서울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지난동안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한나라당 맹형규, 홍준표 등 예비후보들과의 예비투표에서 엎치락덥치락 난전을 펴왔다. 여기에 민주당의 박주선 전법무와, 정몽준 의원까지 가세해 서울 시장 선거는 대선만큼이나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시장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하다. 대한민국의 인구 4분의 1을 포용하는 서울시의 수장은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강 전법무의 출마에 대해 인터넷신문 독립신문의 칼럼을 소개한다


-편집자

















강금실

법무부 장관 시절, “코메디야 코메디”라는 말을 툭 던지며, 일약 정치혐오증에 빠진 국민들의 스타로 떠올랐던 강금실 장관, 그가 마침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 강금실 장관에 대해서는 “노는 것 좋아하는 사람”, “당선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 등등의 편견이 깃든 보도가 홍수처럼 쏟아진 탓에, 강금실을 아끼는 사람들조차도 “대체 이 사람이 왜 나오나. 선거판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은 “강금실은 그냥 연예인일 뿐이니,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급속히 거품이 빠질 것이다”라며 승리를 자신해왔다.
그러나 이번 중앙일보의 인터뷰에 등장한 강금실의 언어는 아무 생각없이 놀기만 좋아하는 엔터테이너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그것이 강금실 본인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기자의 언어로 교정되었을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금실은 최소한 중앙일보 독자들에게만이라도,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데 충분히 성공한 인터뷰를 했던 것이다.
“지는 건 두렵지 않다. 어떻게 하면 선거를 즐겁게 치를까 고민 중이다.”
대한민국 헌정 이후, 그 어떠한 선거에서 이런 참신한 말을 던졌던 후보가 강금실 이외에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강금실은 원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일찌감치 정치를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정치투쟁력 없이 출세할 수 있는 사회인가. 강금실은 법무부 장관이라는 경력 이외에, 서울지역 첫 여성 형사단독판사, 첫 여성 법무법인 대표, 첫 여성 민변 부회장이라는 지위를 거쳐갔다. 매우 보수적인 법조계의 생리 상, 과연 이러한 지위들을 연예인 기질 하나로 획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치 과잉으로 모든 영역에서 인맥과 연줄로 인정투쟁이 벌어지는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사람이라도 프로급의 정치력 없이는 일정한 지위에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기 나름이다 뿐이지, 정말로 정치에 관심없고 놀기만 좋아하는 사람이 권력을 획득하는 경우는 사실 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강금실은 99년 11월 한국인권재단 이사를 시작으로 행정심판위원, 언론중재위 운영위원, 부방위 비상임위원 등 7개 직함을 맡기도 했다. 수많은 회의에 참여하며 자료를 조사해야하는 그 귀찮고 성가신 일들을 강금실이 인정투쟁에 바탕을 둔 권력욕 없이 어떻게 해내겠냐는 말이다. 아니 지금까지 보도된 연예인 강금실의 이미지가 진짜 본질이라면, 이러 이런 감투는 애초에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선에는 관심이 없고 얼마나 즐겁게 선거를 치를 지가 고민 중이에요”라는 문장은 열린우리당이 현재 처한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봐줘야 하는 것이 맞다. 강금실은 그냥 심심해서 나온 게 아니다. 여당 권력자들이 목을 매달며, 애원하고, 읍소하며 모셔온 사람이다. 강금실이 만약 큰 차이로 패배한다면 여당의 정치세력은 붕괴될 위기에 처한다.


시대착오적인 비판


강금실은 인생 내내 정치를 해왔다. 일단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것부터 정치의 시작이다. 강금실은 사법시험에 합격을 한 뒤, 판사에 임용되었고, 그 이후 늘 승승장구해왔다. 더구나 그것도 편하게 줄만 타고 간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국사건에 대해 과감한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변호사 시절에도 민변 활동을 하며 민혁당 사건 등을 맡는 등 꾸준히 자신의 일관된 정치적 노선을 걸어왔다.
“나를 비판하는 만큼 내 선거운동을 해주는 셈이 되는 거 아닌가(웃음). 선거가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흑색선전이 있을지 각오하고 있다. 나는 그런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 흑색선전이 너무 심해 내가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된다.”
‘그 흑색선전이 너무 심해 내가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된다’ 이 또한 얼마나 참신한 발상이란 말인가? 한나라당의 후보와 민주당의 후보는 강금실에 대해서는 사생활 등 모든 것을 다 드러낼 전망이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여성 한 명을 향해,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이 집중 공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연출되었을 때, 과연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될지는 뻔한 일 아닌가?
특히 강금실의 이혼 경력, 혹은 어머니의 신분 등,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그의 사생활을 건드리기 시작하면, 그 정치 세력은 그것 하나만으로 몰락할 가능성도 높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장인의 좌익경력을 거론하다가 “나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런 아내를 사랑한 죄로 대통령을 그만두라 그러면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그대로 역풍을 맞고 주저앉었던 이인제 의원의 사례를 상기해보라. 강금실 정도의 최고의 머리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 아이큐 두 자리 수의 평범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는 감안하고 출마했을 것이다.
 “내가 나가면 무조건 당선된다”고 주장해오는 한나라당의 후보들과는 이미 차원적으로 격이 다른 말들이다. 공중파 방송, 포털 등을 통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들의 추잡한 싸움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정치행태에 실망한 사람들의 귀에는 “떨어지면 더 자유롭고 좋잖아요”라는 강금실의 말은 톡톡 튀는 청량제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강금실이 아니라면 그 어떤 정치인이 이런 멘트를 던질 수 있겠는가?
강금실은 아마도 강금실 이전에는 최고의 쇼 이벤트 기획자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벤트란 이벤트는 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벤트의 질은 아마도 지금까지 봐왔던 기성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수준에서부터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이명박 시장 같은 사람이 “놀기 좋아하는 춤꾼이니까 공무원들이 좋아할 것이다”라며 비아냥거렸지만, 홍대 로데오 광장 같은 곳에서, 젊은층과 함께 잠깐이라도 아름다운 춤을 선보였을 때의 파급효과를 그가 계산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한 이벤트는 반드시 정치적인 판단을 하지 않더라도, 방송과 포털이라는 미디어의 특성 상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되어있다.


목숨걸고 출마했다


중앙일보 한 편의 인터뷰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강금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이 어떻게 이겨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는 선거전략 상 철저하게 숨기고 있지만, 자신의 정치세력을 지키기 위해 패한다면 목숨을 버리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나왔을 것이다. 출마했다가, 사생활 다 들추어지고 온갖 망신창이 되어 대패해버리면, 강금실의 정치인생은 그걸로 끝나는 것이고, 개인인생조차 심각한 타격을 받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래도 끝까지 대충 놀러나왔다는 강금실의 수사법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서울법대 졸업에 사시합격자이자 판사출신 강금실의 아이큐가 한 자리라고 주장하는 것밖에 안 된다.
한나라당, 민주당은 물론 심지어 민주노동당 후보들까지 강금실만큼의 비장한 각오를 결의하고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마도 열린우리당 전당 대회는 이제껏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의 정치인을 위한 대대적인 이벤트 행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벤트의 기획력에 따라, 현재 강금실의 지지율은 40%를 훌쩍 뛰어넘어 순간적이나마 6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할지 모른다. 그럼 강금실의 2차 신드롬이 불어닥칠 것이다. 머리 수준이나 내공 등에서 강금실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정동영 의장이 지난 총선 당시 전당대회 이후 민생투어라는 쇼 하나로 단번에 당 지지율을 30% 이상 끌어올렸던 것을 기억해보라.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보면, 이미 강금실은 자신의 신드롬까지 충분히 준비하고 출마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이다.
물론 그런 지지율은 이미지에 따른 거품이기 때문에 오래갈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12월 30일이 아니라 5월 30일이면 끝난다. 이효리 신드롬도 3개월은 유지된다. 그럼 강금실 신드롬이라면 딱 5월 한 달만 유지되면 그만인 것 아닌가? 지난 총선 때 탄핵반대 이미지로 여당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그 지지율은 한 달만에 급격히 꺼졌다. 그러나 그래도 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만약 총선이 2주일만 더 늦게 잡혔더라면, 그 결과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차피 강금실 지지율 거품은 선거가 시작되면 급격히 꺼질 것이라 호언장담하는 다른 후보들은 총선 당시의 기록이나 찾아보기 바란다.
노무현 정권의 실정과 강금실의 사생활을 드러낼 한나라당의 후보, 자신의 개인 비리로 구속된 일을 강금실에 덮어씌우려는 민주당의 박주선 후보의 빈약한 역사의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으로는 강금실의 참신함에 대적조차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통 좌파적 정책으로 강금실의 반개혁성을 공격할 민주노동당의 후보만이 명분이라도 찾을지 모르겠다.


강금실 신드롬?
 
만약 “놀기 좋아하는 연예인일 뿐이다”느니 “이혼 경력 때문에 장년 층이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느니 하는 수준의 비판이 난무한다면 정치에 질려버린 유권자들은 다른 후보들보다는 강금실의 발랄한 엔터테인먼트에 더 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금실에 대한 비판은 본질을 지적해야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여당의 서울시장 선거자금에는 정당의 국가보조금이 지원된다. 국민의 혈세로 선거 기간 내내 한바탕 즐기고 놀아보자는 강금실의 선거운동 전략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최소한 나는 강금실이 개인 돈으로 선거판에서 놀겠다면 이해해줄 수 있지만, 내가 내는 세금으로 역사와 정책에 대한 논의를 방해하며 자꾸 “선거에서 즐겁게 노는 데만 관심이 있어요”라는 말을 떠들고 다닌다면, 국세청에 내 돈을 토해내라는 요구를 할 것이다.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는 한국사회의 방향성을 놓고, 제 정치세력들이 역사와 민주주의라는 본질적인 주제를 놓고 논전을 벌여야 한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보다도 훨씬 더 큰 차원의 문제이다. 그게 바로 색깔론과 다른 의미에서의 대한민국의 정체성 논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고, 서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따져물어야 된다. 강금실의 이벤트는 이러한 본질을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을 해도, 강금실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랜 민주화 운동을 해온 강금실 만큼, 대한민국 현대사와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한 후보가 누구인가?
방송과 포털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할 강금실의 이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추구할 것이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정책을 따져물어봐야 재미의 홍수 속에 묻혀버릴 게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카드는 무엇인가? 나와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긴 하지만 월간조선 전 대표 조갑제의 글 <박근혜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다면?>에서의 한 문장이 눈에 띄인다. 한국의 대중문화사에서, 감동은 늘 재미를 이겨왔다. 연출되고 조작된 감동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민주주의의 역사로 유권자들의 눈물에 호소하여 그 눈물을 닦아주는 선거가 되지 않는 한, 이번 선거는 재미 이상의 것을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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