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이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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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변은 없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압도적인 표차로 다른 후보들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많은 표차로 당선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17대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명박 대세론’이 휩쓴 셈이다.
이 당선자는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됐던 각종 검증 공세를 무사히 뛰어넘었다. 가장 큰 이슈였던 BBK 연루 의혹도 결국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기 때문에 대선 며칠 전 통과된 ‘이명박 특검법안’도 거의 유명무실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압도적인 승리였던 것이다.
이 당선자에게 가장 큰 고비는 이번 대선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 8월 당내 경선이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당선자의 승리라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패배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자가 아닌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어도 대선 승리는 무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지난 10년 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가 컸다는 것이다. 
                                                                                     <한국지사 = 박혁진 기자>


대선 전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에게 “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느냐”라고 묻는 질문에 상당수 응답자들은 ‘경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이 후보를 지지한 이유가 어차피 도덕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후보에게 제기되는 여러 검증 공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선거 초반부터 ‘경제대통령’이란 이미지를 확실히 부각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역시 ‘경제 살리기’였다. 참여정부 들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개혁을 외쳤지만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체감경기 탓에 국민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주가가 2000p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서민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20~30대 청년들 절반이 취업을 못해 마음을 졸였으며 40세만 넘어서면 직장을 그만둘까 애를 태웠던 현실이 더 뼈저리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는 곧 이번 선거가 ‘이명박 vs 노무현’의 구도로 전개된 가장 큰 이유였다.













검증공세 효과 미미


이런 현실은 이명박 당선자의 대세론이 지속됐던 밑바탕이었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는 BBK의혹 이외에도 선거법 위반, 위장전입이란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후보들의 주장대로 엄밀히 따지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던 후보였던 것이다.
후보로 당선된 이후에는 연이은 말실수도 이어졌다. ‘장애인 비하 발언’, ‘마사지걸 발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곤혹을 치렀다. 이 당선자의 말솜씨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한 TV 토론에 나와 성의 없는 발언과 동문서답 식의 발언에 네티즌의 맹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 당선자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이회창 후보의 출마 소식으로 인해 잠시 보수층의 표가 갈리면서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졌던 적인 있어도 다른 검증 공세가 그의 지지율을 꺾진 못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러한 검증공세는 오히려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층을 결집시킨 효과만 낳았다.
반대로 범여권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다시 당을 통합해 전통적인 호남 및 진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던 필승카드를 내세웠다. 여기에 이 당선자의 BBK 연루 의혹까지 더해진다면 언제든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범여권 관계자들의 생각이었다.
해체 이후 통합 작업은 계획했던 로드맵대로 이뤄졌다. 전직 대통령들도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라는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민주신당 경선 이후 후보 단일화 작업은 삐끗거리기 시작했으며 결국 범여권에는 3명의 주자가 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선거 운동 막판에 진보 세력에서 ‘될 사람을 밀어야한다’는 절박감을 나타내며 지지를 호소했고, DJ의 아들 홍일 씨도 민주당을 탈당해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었다. 이 당선자의 지지율은 떨어질 줄 몰랐던데 반해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너무나 미미했다.
BBK 의혹도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애초 이 당선자에게 ‘도덕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게다가 범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검찰은 이 당선자에게 거의 완벽한 면죄부를 가져다줬다. 선거를 3일 남겨두고는 이른바 ‘BBK 동영상’이란 범여권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호재까지 나와줬지만 이 역시 판세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결국 모든 과정이 범여권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줬지만 기대했던 결과는 전혀 이뤄내지 못한 채 오히려 ‘압승’이란 선물만 이 당선자에게 준 셈이 됐다.













노무현의 패배


이런 현실들을 종합해 볼 때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을 놓고 ‘이명박의 승리가 아닌 노무현의 패배’라는 말로 요약할 정도다. 한나라당 후보로 이명박 후보가 아닌 박근혜 전 대표가 나왔어도 대선 승리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결국은 이런 상황들과 일맥상통한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범여권의 가장 큰 패배 이유는 노무현 정부가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노무현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범여권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면서까지 ‘노무현 이미지’를 벗어버리려 했지만 결국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여전히 국민들은 범여권은 ‘노무현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정동영 후보도 ‘정동영 = 노무현의 사람’이라는 편견을 결국 깨뜨리지 못했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참여정부의 황태자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여기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결국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결국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민심을 얼마나 읽고 수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잘 보여줬다. 이는 이 당선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범여권의 주장처럼 그가 다시금 도덕적으로 부패한 모습을 보이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5년 후 이 당선자는 지금의 범여권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독선과 오만에 대한 타산지석이다.







인수위 어떻게 꾸려지나


이명박 당선자는 당장 20일부터 차기정부 인수위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인수위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1명, 위원 24명 이하,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을 포함 1백여명으로 구성된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이미 인수준비위원회 팀을 서울시내 L호텔에 구성, 당선 직후 구성할 인수위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 비서실장에 거론되는 인사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명박 당선자의 함구령 때문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인수위원장에는 한나라당 중진 의원 P씨와 외부 인사 1~2명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수위 구성이 완료되면, 인수위의 막강한 권한과 50%가 넘는 이명박 당선자의 압도적 득표율 때문에 참여정부와 마찰도 예상된다. 참여정부 역시 2월 말 임기 때까지는 현 정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특검법’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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