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재외동포재단·보훈처 해외공관 대대적 감사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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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재단과 국가보훈처 등 정부기관들이 각국 해외동포사회를 대상으로 직·간접적인 재정지원을 하면서 수많은 문제점이 불거져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동포재단은 동포사회 여론 수렴 없이 특정 대학에 용역을 줬으며, 보훈처는 국고보조금을 특정 단체에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현지 공관들이 이를 임의로 전용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해외공관에 대한 전격적인 감사에서 드러난 이 같은 운영실태를 감사원의 자료를 단독 입수해 공개한다.
                                                                                        <성 진 취재부기자>




LA총영사관, 비위 상대적으로 적어


감사원은 지난 4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외교통상부 본부를 포함해 주 프랑스 대사관, LA총영사관(총영사 김재수) 등 17개 재외공관과 정부 파견기관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의 재외공관 감사는 특별한 사안이 없는 한 3~4년에 한번씩 현장 감사가 실시되며 이번 감사의 주 목적은 국고금인 공금사용의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184쪽 분량의 ‘외교통상부 및 재외공관 운영실태에 관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12개 재외공관과 5개 정부기관(문화원,교육원,무역사무소) 감사 결과에서 LA총영사관이 타 지역 공관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지적을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비위행위가 두드러진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은 소속 행정원이 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LA주재 부산시 담당관과 러시아와 프랑스 주재 한국 문화원 관계자들은 재정비리를 포함해 공관원 6명이 징계조치를 당했으며 부당예산 지출에 대해 환수 조치를 통고받아 총 33억 4656만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LA총영사관은 이번 감사에서 징계를 당한 영사나 행정원이 없다. 하지만 여행증명서 발급 규정 위반, 보안문서 보관상 미비점, 미지급 국고금 반환 지체, 주재국 주요인사 접촉 불입력, 전임 총영사의 예산전용 등 몇가지를 시정사항으로 통보 받았다.
감사원은 주 프랑스대사관, LA총영사관 등 4개 공관지역에 파견된 한국 문화원과 한국교육원, 무역사무소 등은 현지 공관장의 회계감독을 받지 않는 현행 회계규정 으로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하고 현지 공관장이 감독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할 것 등을 통보했다.
이 같은 제안이 현실화 될 경우 LA공관장이 LA한국교육원과 한국문화원이 별도로 집행 해온 예산을 감독하게 된다. 이번 감사에서 자격이 상실된 외교관 여권 소지자 296명에 대해 여권무효조치도 내려졌다. 이중 전직 외교관의 자녀 19명이 지난 5월 현재까지 총 83회에 걸쳐 기간이 만료된 외교관 여권으로 미국 등 해외를 드나든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언론보도 논란


한편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도한 일부 한인언론의 작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치 LA총영사관이 감사원의 집중 감사 대상이 된 것처럼 부각시킨 탓이다. 모 한인언론은 이번 감사결과 시정통보를 받지 않은 LA한국교육원과 한국문화원이 감사에서 회계비위 지적을 받은 것으로 보도를 내보내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 언론 매체는 지난 3일자 보도에서 감사원 자료를 인용, <LA주재 교육원·문화원 부당 예산집행도 적발>이란 제목을 뽑아 마치 LA한국교육원과 한국문화원이 예산을 낭비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한국교육원과 한국문화원 등 LA 주재 정부기관의 회계비위 사실도 드러났다”면서 “감사원은 LA 한국교육원과 LA 한국문화원 등 8개 해외문화원과 교육원을 점검한 결과 26억8,000여만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되거나 처리된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잘못된 보도에 LA한국교육원측은 “우리는 감사원 지적을 받은바 없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푼의 예산도 아껴서 사용하는데 우리가 예산을 잘못 썼다는 보도는 믿을 수가 없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본지가 입수한 감사원 자료와 본지가 감사원 행정안보 감사1국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LA한국교육원은 감사원에 적발당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재외공관 회계업무’(감사 전문 제67쪽)에 따르면 감사원은 프랑스, 러시아, 상하이 로스엔젤레스 주재 한국교육원, 한국문화원 등 8개 기관을 감사한 결과, 주 프랑스,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 등에서 공금관리에 문제가 있었으나, LA한국교육원과 한국문화원은 지적사항이 없었다.
감사원 행정안보국 관계자도 지난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들은 LA지역 한국정부기관 감사에서 LA한국교육원 감사에서 보고서에 수록할 지적사항이 없었다”면서 “LA한국 교육원측은 예산지출을 규정대로 했다”고 밝혔다.




타국 공관 방만한 운영실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와 러시아 주재 한국문화원과 교육원을 점검한 결과 2008년도 예산 65억원 중 약 26억8000만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되거나 처리됐다. 러시아 주재 문화원 소속 B씨는 2007년 1월~2009년 2월까지 지출 결의서와 증빙서도 없이 67회에 걸쳐 공금 1억4880만여원을 부당 인출하고 허위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가지도 않은 출장비를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774만여원을 부당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문화원 소속 A씨는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비 176만원을 이중인출하고, 783만원을 임의로 쓰다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의 회계부정이 해당 교육원과 문화원이 외교통상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앞으로 규정된 회계출납공무원이 이들 기관의 모든 기금을 관리 출납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산광역시 LA 무역사무소의 C장은 지난 2008년 6월 브라질 국제신발산업 박람회 출장에 부인과 자녀 등 가족 3명을 동반해 이들의 항공운임과 브라질 박람회 참관 후 2박3일간의 이과수 폭포 관광비용 등 가족여행 경비 약 5000달러를 공금에서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C소장은 실제 출장자 3명의 항공운임 5400달러에 가족 3명의 항공운임 3500달러를 포함한 8900달러를 출장 항공운임인 것처럼 허위 견적서를 여행사에 요구, 이를 근거로 출장비를 지출했다.
또 박람회 일정이 끝난 후에는 2박3일 동안 가족들과 이과수폭포 등을 관광하고 해당 경비까지 출장비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C소장을 징계하고 과다 청구된 출장비를 회수하라고 부산광역시에 요구했다.


보훈처 기금지원도 문제투성이







LA 총영사관이 이번 감사에서 지적당한 사항 중 하나는 과거 한국전참전미군용사동우회(당시 회장 김동수)가 건의한 ‘한국전참전기념탑 및 기념관 건립’ 사업 관련 사안이다. LA 총영사관은 사업을 위한 국가보훈처 지원기금을 무려 5년 동안 처리하지 않고 보존했다 이번 감사에서 국고 반납을 통보받았다.
보훈처는 지난 2003년 11월 19일부로 LA총영사관(당시 총영사 이윤복)에 LA근교 빅토빌 지역에 한국전참전기념탑 지원비 1억5000만원(약 12만4000달러)을 송금했다. 해당 정부지원 기금은 미국 현지 동우회에서 기획한 45만 달러 사업비의 일부였다. 동우회는 현지 한인사회에서 3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S모씨의 약정서 등을 보훈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 후 김동수 회장의 건강상 문제와 30만 달러 기부자의 약속 불이행 등이 겹치는 바람에 이 참전비 건립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지난 2004년 당시 이윤복 총영사는 동우회에 건립지원비 1만3000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잘못 교부된 사실로 황급히 회수작업에 나서 일단 9천 달러를 회수했다. 당시 이윤복 총영사는 이 건립계획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지원금 국고반납을 고려했다.
하지만 보훈처 선양국은 문제의 지원금이 반납될 경우 자신들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지원금을 처리하는데 골몰했다.
동포사회 관련 단체들에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향군 단체들이 저마다 ‘한국전 참전비’를 건립하겠다며 보훈처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 지원금 목적을 충족시킬 계획사업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윤복 총영사는 전임되고 최병효 총영사가 LA공관장으로 부임했다.
최 총영사는 이 참전비 기금을 ‘한국정원’ 조성지역에 건립하는 문제도 고려했으나 역시 보훈처 당국과 협의를 이룰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총영사관에서 보훈관계를 담당했던 S영사와 보훈처 선양국 관계자들 사이에 모종의 협의가 진행됐다.
본보는 ‘명목이 달라진 국고금은 반납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 보훈처 당국의 회계 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훈처 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자기들 주장대로 지원 기금을 현지에서 처리되기를 모색했다. 국고금이 반납되면 자신들의 책임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 부처에서도 미완작업에 대해 처리에 고심했다. 보훈처는 이 과정에서 LA총영사관에 보존된 12만 달러 참전비지원금을 마침 재향군인회미서부지회(회장 김혜성)가 ‘오크데일 유공자묘역’에 조성한 한국전기념비 건립에 4만 달러,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의 한국전참전비 건립에 4만 달러 등 8만 달러를 지원토록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보훈처는 기금 전용시에는 반듯이 기회재정부와 협의를 해야 함에도 이를 어기고 지난해 9월 26일 LA총영사관에 대해 재향군인회 서부지회와 샌프란시스코 공관으로 각각 4달러를 보존된 참전비 기념탑 건립지원비에서 지불하도록 결정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김재수 총영사는 이 같은 보훈처 기금 사용에 대해 “부임하자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 문제가 나왔는데 당당 영사가 보훈처에서 반납을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면서 “보훈처가 기금 주체로 결정했기에 LA공관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보조금 예산 및 관리법률’ 제21조와 31조에 따르면 보조금 사용 목적 변경 시 이를 취소하고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다. 하지만 보훈처는 이를 위반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마지막에 8만 달러가 다른 목적으로 지급된 이면에는 또 다른 비리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크데일 유공자묘역’에 재향군인회측이 조성한 기념탑에 관련된 재정도 공개가 되지 않아 의혹이 나돌고 있다.
감사원 행정안보국 관계자는 지난 7일 “참전비 기금을 5년 동안이나 반납하지 않은 것은 일차적으로 보훈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8만 달러 지원금 지불은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나머지 4만9570달러 잔고는 지체 없이 국고에 반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원기금을 관저 수리비로


감사원의 ‘재외공관 감사 결과 처분서’에 따르면 LA 총영사관은 최병효 총영사 재임 때인 지난 2007년 영사민원 서비스 개선 명목으로 배정된 8만여 달러 중 2만5000달러를 총영사 관저의 1-2층 바닥 교체 비용으로 전용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주의 요구서를 통해 ‘영사서비스 개선 사업비’는 영사민원실 개선에 직접 관련되는 시설유지 및 보수비로 사용되어야 하고 관저 개선사업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머지 5만5800달러는 공관 민원실 화장실 개보수 등 영사민원실 개선에 사용됐다.
LA 총영사관은 상하이 총영사관, 주몽골대사관과 함께 여권증명서 발급처리에 부적합했다고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LA 총영사관이 지난 2008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8회에 걸쳐 병역법 위반자, 사기혐의자, 횡령혐의자 등 수배대상자들에게 신원조회 없이 여행증명서를 발급했으며 증명서 발급 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아 경찰이 이들의 신병을 공항에서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총영사관 관련자에 대한 주의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김 총영사는 “일반적으로 여행증명서 발급은 가족사망 등 긴급사항시 발급하게 되는데 규정에 따라 신원조회를 기다리면 장례식 등에 참석을 못하게 되어 편의상 발급하다보니 문제가 됐다”면서 “앞으로 규정대로 한다면 과연 긴급사항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수가 없어 해당 동포들이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여행증명서 발급 유의사항에 따르면 여행증명서 발급은 재외공관장의 재량에 따르지만 원칙적으로 신원조사를 실시하게 돼 있다. 특히 수배자 불법체류자 등 행정제재 대상자들에게 귀국에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시에는 귀국날짜 및 항공편 등의 정보를 외교통상부나 경찰청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즉시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감사원은 또 총영사관이 1층부터 5층까지 복사기 설치 리스로 연간 7000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영사관은 연간 1만4972달러를 지불하고 총 7대의 복사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량은 매월 허용된 복사량(4000장)에 40% 미만에 그치고 있어 최소한 절반에 해당되는 복사기가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밀문건 비인가자에 공개







감사원은 LA 총영사관이 지난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LA 방문과 관련된 비밀서류 33건을 부적합하게 관리해왔다며 이에 대한 보안관리 시정조치를 내렸다. 비밀서류와 일반문건을 혼합해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안담당 영사가 아닌 일반 행정원이 2008년 10월 27일 외교통상부 본부에서 LA공관으로 보내는 비밀문건을 접수케 하고 문건을 열어보는가 하면 부총영사, 총영사에게 직접 결재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3급 비밀서류는 5명의 담당영사(공항출입영사, 법무영사 총무영사, 정무 영사, 경제영사) 등이 취급해야 함에도 2009년 4월 29일 감사 당일 까지도 일반 문건과 복합되어 있었다. 비밀문건은 보통 총영사, 부총영사가 시스템을 열고 선람해 처리담당 영사를 지정하여 입력하면 담당영사가 시스템 화면을 보면서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한편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외교통상부가 관리규정으로 정해놓은 ‘각국 주재국 주요인사 접촉관리 시스템’에 LA총영사관을 포함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 있는 공관들은 지난 2년간 단 한건의 자료도 올리지 않았다. ‘주요인사 접촉관리 시스템’은 외교활동비 등을 집행해 주요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들을 입력해 정책 자료로 활용키 위함이다.
지난해 5월 부임한 김 총영사는 FTA 비준 등을 위해 미국 의회 중진 의원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나, 외교부 접촉관리 시스템에는 한 건도 올리지 않은 것은 LA총영사관 내부의 행정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항은 김 총영사가 직접 시스템에 올리는 업무가 아니기에 부총영사나 기타 담당 영사들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LA총영사관의 사항들은 대부분 영사관 자체 실무진이 담당하는 업무들이다.
하지만 이는 총영사의 지휘책임도 함께 하는 사항이다. 부하 직원이 잘못하면 상사도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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