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제제 목적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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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제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수단인 자금줄을 정조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에서 천안함 사건 후속 대응과 관련, “유엔 대북제재 1718호와 1874호를 더욱 엄격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후 40여일만에 미국의 새 대북 제재수단의 윤곽이 드러났다.
단지 기존의 제재 리스트에 명단을 추가.확대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북한 지도부의 `불법활동’을 겨냥해 제재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제정함으로써 대북제재 수단을 제도화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추가 제재는 예고됐던 사안이지만, 공교롭게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다는 `6자회담 조속 재개희망, 비핵화 의지 불변’이라는 메시지를 공개한 날 미국이 대북제재를 발표함으로써 북.미간 긴장이 가팔라질 조짐이다.




새 행정명령..제재 타깃은 北지도부

미국이 30일 새로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 거래, 사치품 수입, 불법활동을 특정해서 겨냥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국내법적 근거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사치품이나 불법활동이 제재대상으로 열거돼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 국내법에는 이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리스트는 주로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WMD 확산에 연루된 북한의 기업 24곳과 개인 4명이 제재대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이번 제재 행정명령은 기존의 제재와 완전히 다른 타깃을 향한 미국의 `제재수단’이 법제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현금 원천인 무기 판매, 북한 파워엘리트 관리를 위한 통치수단인 사치품, 비자금 조성 수단인 위폐.가짜담배.마약 등 불법활동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제재 수단과 비교할 때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는 새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1명이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 보좌 기관.개인들이라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재 대상인 북한 지도부의 자금관리처인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은 당.군의 핵심기구로 슈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 담배위조, 아편재배, 마약거래 등 불법활동의 산실 역할을 하며 북한 통치자금의 관리처로 지목된 곳이다.
정찰총국이 통제하는 해외 무기수출업체 `청송연합’도 제재대상에 올랐고, 정찰총국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의 측근인 김영철 국장을 포함시켜 불법활동을 통한 통치자금줄을 옭죄겠다는 의지를 미국은 분명히 드러냈다.
이번에는 기업 3곳과 개인 1명을 지정했지만, 일단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미국은 북한 지도부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제재 리스트를 업그레이드 시켜나가며 고삐를 죌 방침이라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무엇을 겨냥했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발동한 후 “이번 행정명령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781호와 1874호를 어긴 채 자행되는 북한 정부와 다른 주체의 구체적인 활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기 거래 및 돈세탁, 위조지폐 제작, 현금 밀수, 마약 거래 등 불법 경제활동을 통해 북한 정부를 지원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조준하고 있다는 것.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은 이미 “북한이 불법활동으로 수억달러를 벌어 핵개발과 사치품 수입에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중앙정보국은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7억달러인 북한의 수출액가운데 불법활동에 의한 수입이 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활동의 상당부분은 위조지폐 제작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은 불법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김정일 통치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활동을 제재대상으로 한 것은 제재의 목적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재의 타깃과 관련해 “북한 주민과,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인도주의적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시키려 했다.




더 촘촘해진 제재 그물망

재래식 무기 및 사치품 수입, 불법활동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 타깃 외에 기존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제재 `그물망’도 더욱 촘촘히 짰다.
이번 제재 검토과정에서 미국은 기존 제재망의 `구멍'(loophole)를 없애는데 주력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개인으로 제재대상에 오른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간부, 리제선 원자력총국장, 리홍섭 전 영변원자력연구소장 등 3명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던 인물이지만, 나머지 5개 추가 제재 대상 기관들은 북한 WMD 수출입 핵심 기관들이다.
특히 노동당 군수공업부는 명목상으로는 1개 기관이지만 산하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수출.부품 수입을 담당하는 여러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고, 제2경제위원회도 여러 은행.업체를 휘하에 두고 있는 노동당 기구이다.
최근 수년간 WMD 관련 등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랐던 기관.개인이 모두 28곳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날 모두 12개의 기관.개인을 새로운 제재 대상에 올려 제재 리스트를 대폭 확대한 점도 특징이다.


당분간 대북기조 불변 재확인

오바마 행정부의 이날 새 대북제재 발표는 당분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는 불변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대북정책은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 트랙 노선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해서 밝히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대화의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만큼 북한의 호전적 행동 중지, 비핵화 약속의 구체적 이행 의지가 가시화되지 않고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현 시점에서는 여의치 않다는 입장아래, 대화의 여건 조성을 위해서도 당분간 압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를 조속히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대북제재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러한 대화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며 공을 북한으로 다시 넘긴 것도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오른쪽)과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이 2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방안 등 현안에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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