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오서’ 진실공방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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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 김연아가 베이스캠프였던 캐나다 토론토를 떠나 미국 LA에서 새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연아가 전담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와 전격 결별한 뒤 새로운 훈련장소로 LA를 선택했다는 소식이 스포츠계에 속속 전해지고 있다.
김연아가 그 동안 훈련 장소로 애용해왔던 토론토 클리켓 클럽은 오서 코치의 ‘텃밭’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김연아가 오서 코치와의 인연을 접기 위한 시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 필립 허시는 최근 칼럼에서 “토론토 스케이트장(김연아 훈련지)에서 계속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포문을 열면서 “김연아측과 오서측이 서로를 정조준하며 죽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한편의 ‘솝 오페라’(통속극)를 보는 기분”이라고 이번 사건을 비꼬았다.
외국 언론과 한국 언론들이 “오서 코치 해고”와 관련해 저마다 갖가지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에 대한 호불호도 확실히 갈리고 있다. 당초 오서 쪽에 동정적이던 언론들이 오서 코치가 해서는 안 될 이야기(새 시즌 프로그램 관련 언급)를 공개적으로 흘리자, 김연아에게 동정론이 쏠리는 형상이다.
두 사람간의 갈등이 3 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로 있는 매니지먼트회사 올댓 스포츠에 대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미국 스포츠계에서는 가뜩이나 한국의 스포츠 선수 부모들의 도를 넘은 극성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사태 역시 미국 스포츠계는 한국인 선수 부모의 극성으로 치부하며 ‘돈 맛을 안’ 김연아 부모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오서 코치가 결별 직후 김연아의 차기 피겨 작품 내용을 누설한 것과 관련해 칼럼니스트인 필립 허시는 “오서 코치가 나에게 그 문제와 관련해 나중에 올 폭풍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설명했다”라고 하면서도 “스케이트 세계에서는 코치의 해고는 갑자기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연아가 평소 우상으로 여겨온 미국의 스케이트 영웅인 미셀 콴도 10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던 코치 프랭크 캐롤을 지난 2002년 올림픽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 전격 해고한 사실이 있음을 상기 시켰다.
특히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김연아가 오는 10월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의 아이스 쇼를 계기로 새로운 훈련장소와 활동 근거지를 캐나다에서 LA 일원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 나와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원조 피겨 퀸’ 미셀 콴이 직, 접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스포츠 관계자들은 미셸 콴이 오는 10월 2~3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리는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우정 출연한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또 김연아의 LA아이스 쇼를 위해 미셸 콴이 세계적인 스케이트 스타들을 섭외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현재까지 출연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겨 스타로는 밴쿠버 올림픽 아이스댄싱 금메달리스트 캐나다의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와 미국의 인기 피겨스타 쟈니 위어, 중국의 페어 금메달리스트 셴 슈에-홍보자오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김연아의 LA아이스 쇼에는 미셸 콴이 4년 만에 다시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미국 피겨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이렇듯 김연아와 미셀 콴의 합동공연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미셀 콴이 김연아에게 자신도 10년 코치를 해고한 뒤 충격을 이겨낸 경험담을 김연아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관계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김연아 코치를 알선해 줄 공산도 있다.
또한 이번 계기를 통해 김연아가 자연스럽게 활동 무대를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국 LA로 이동할 것이라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셸 콴은 현재 보스턴의 터프츠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콴은 LA에서 태어나 LA에서 훈련을 받았고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연아가 토론토를 떠나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LA 인근이 유력하다는 추측은 이런 까닭이다.
미셸 콴은 중국계 미국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다. 그는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회 우승의 대기록을 갖고 있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부문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 올림픽에서도 같은 미국 선수인 사라 휴즈가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녀는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부상으로 불참하였고 2006-2007 시즌 결장 후 2008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현재는 주로 피겨 스케이팅 중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연아가 그를 “자신의 우상”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탔으며, 2009년 8월 14일에 처음으로 김연아와 아이스 쇼 공연을 합작했다.
이런 분위기로 미국 스케이트 피겨계에선 김연아가 LA에서 미셀 콴과 함께 아이스 쇼의 새 지평을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김연아도 LA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아부모, 지나친 간섭?

지난 8월 2일 오서 코치가 자신의 해고 사실을 기획사인 IMG의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을 때 여론의 분위기는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오서 코치를 일방적으로 해고 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김연아의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올댓 스포츠’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오서 코치가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해고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캐나다 언론은 물론 미국과 세계 언론들이 오서에게 동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오서 코치가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시간당 고작 130달러 정도를 받았다는 사실도 캐나다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처럼 오서 코치는 캐나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봉급이 적은 수준이었으며 이유를 듣지 못한 채 해고된 것은 모욕 수준에 가깝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새 시즌 프로그램이 “아리랑”이라고 언론에 흘리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오서 코치가 도를 넘어선 ´언론 플레이´를 하자 김연아와 김연아의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매니지먼트사인 올댓 스포츠도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오서 코치가 이번 해고 결정이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 결정이라고 말하자 김연아는 자신의 트워터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김연아는 “거짓말 그만 하라. 내가 이번 결정을 내렸는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연아는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지난 4년 동안 지내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건 아니다”며 은근히 두 사람 간에 마찰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시 반격에 나선 오서 코치는 한 외신을 통해 “다음 김연아의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은 한국 민요인 ´아리랑´을 주제로 했다”고 공개했다. 결국 이 토설이 화근이 됐다. 스케이트계에서는 새로운 시즌의 프로그램은 해당 선수 본인의 입으로 알려지는 것이 관례고 그것도 대회 직전에 밝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서 코치의 이번 발언은 스케이팅 선수 관례를 깨는 것이었다.
김연아는 내년 3월 개최될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런데 담당 코치도 아닌 오서 코치가 극비 사항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은 김연아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계략으로 비칠 수 있다.
한편, 김연아와 오서 코치의 갈등은 김연아의 첫 번째 매니저먼트 회사인 IMG가 모종의 작업을 벌이면서 불거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연아는 당초 IMG 코리아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지만 회사의 불성실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 IB스포츠와 새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IMG 코리아가 김연아에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했고 이후 IMG는 김연아와 계속 불편한 관계였다. IMG는 김연아와 오서 코치 사이의 여러 가지 문제를 평소에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입을 다물어 왔던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극성부모, 한국인만의 문제?

김연아의 점담 코치이자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준 브라이언 오서가 전격 결별한 것을 두고 김연아의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올댓 스포츠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한국 스포츠 스타 부모들의 극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한 예로 골프 대회장은 미국과 국내를 막론하고 일부 한국인 극성 부모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지적이 한동안 이어졌었다. 갤러리 속에서 자녀의 플레이를 지켜보다 불만을 품고 다른 선수에게 욕설을 퍼붓는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딸이 실수를 해 동반 플레이어의 신고로 벌타를 먹자 선수들에게 심한 언행을 했다가 5년 동안 대회장 출입정지 처분을 받은 아버지까지 생겼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5회 신한동해오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2라운드 파5 6번 홀에서 A선수의 티샷이 전날에 이어 다시 오른쪽 해저드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그의 동반 플레이어이자 ‘마커’(동반 플레이어 가운데 한 명의 스코어 등을 체크하는 플레이어)인 양용은이 걸어가면서 공이 들어간 지점을 지적해줬다.
그러자 갤러리 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A선수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이 들어간 지점이 어제와 비슷한데, 왜 오늘은 뒤에다 드롭을 하게 하느냐. 그렇게 안 봤는데, 선배가 후배는 키워주지 못할 망정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반발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어 A선수의 세 번째 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아웃 오브 바운즈(OB) 구역으로 날아가자 어머니는 더욱 흥분했다. 양용은에게 심한 욕설을 해댔고,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있는 그에게 다시 가서 욕을 해대며 분풀이를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1일 제주도 더 클래식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1라운드 15번 홀에서도 보기 민망한 장면이 나왔다. B선수가 그린 위에서 볼마크를 잘못하자, 그의 마커인 C선수와 D선수가 이를 경기위원에게 알렸고 B 선수는 2벌타를 받았다.
그러자 B선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둘에게 심한 욕설을 해 결국 협회 주관 대회장 B선수 아버지는 60개월 출입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2008년 4월에는 E선수 오빠가 대회장에서 경기위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하다 5년 동안 대회장 출입금지를 당한 사례도 있다. E선수는 2년 동안 국내 대회 출장정지를 당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미국 LPGA투어를 강타한 ‘코리안 파워’의 숨은 주역으로 한국 부모들을 꼽았다. 한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한국 골퍼 아버지들의 ‘바지 바람’ 논쟁에 대해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강조하며 한국 선수들의 편을 들어준 셈이다.
미국 LPGA는 한때 일부 한국 선수들의 아버지가 딸의 공을 치기 좋은 자리로 옮겨 놓는가 하면 그린 뒤에서 수신호로 방향이나 적당한 클럽을 알려주는 부정행위를 한다며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골프 칼럼니스트 마이클 애커시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아시아 골퍼들은 LPGA가 고향’이라는 칼럼에서 ‘한국선수 부모에 대한 오해는 한국문화가 (미국문화와)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테니스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미국도 일부 스타들의 부모가 지나친 간섭을 한다’라며 ‘한국 부모들은 자신의 삶을 팽개친 채 낯선 땅에서 언제나 자식들 과 함께 한다’고 썼다. ‘부모님은 빨래를 해주고 좋은 식당을 찾아주며 나를 위해 요리까지 한다’는 김미현의 말도 인용했다.
재미동포 골퍼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은 이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모든 것을 함께하는 문화”라고 이해를 구했다. 한국 여자골퍼가 최근 시즌 합작한 6승은 피나는 훈련과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부모들 사랑의 힘도 그에 못지않았다는 것.
애커시는 부모들이 경기 도중 한국어로 부적절한 지시를 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언어장벽 때문에 겪게 되는 문제’라고 풀이했다.
또 “부모들이 ‘더 잘해라, 선수들과 프로암 출전선수들, 스폰서 관계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라’는 말 정도밖에는 하지 않는다”는 여민선의 말을 빌려 ‘한국인 골프 대디’에 대한 비난이 편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한편 이 칼럼은 최근 열린 LPGA 퀄리파잉스쿨에 32명의 아시아 선수들이 출전해 한국 선수 6명을 포함해 14명이 1차 예선을 통과했다며 ‘황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 가운데 가장 특기할 만한 분석은 한국 부모들의 자식 사랑이다. 한국 선수들의 부모는 경기장을 따라 다니고 온갖 뒤치닥거리에 힘쓰는 등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자식들의 외국 생활을 돕는 데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아커시는 말했다.
프로골퍼 김미현(KTF)이 “부모님들이 빨래를 다 해주고, 좋은 식당을 찾아다니거나 직접 요리를 해준다”고 말한 대목도 같이 소개됐다. 이런 경향이 지나쳐 한국 선수의 아버지가 나무 뒤쪽에 떨어진 딸의 공을 옮겨놓았다는 의혹을 산 사건과 경기 도중 규정에 어긋난 코치 행위를 해주다가 비난을 받았던 일도 있었지만 아커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재미동포 골프 선수 김초롱(미국명 크리스티나 김)이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함께 한다. 그것이 한국인이 사는 방식”이라고 한 말을 인용함으로써 미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알린 것. 미국에서도 테니스 등에서 스타 선수의 극성 부모들이 지나친 간섭으로 비난 받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같이 소개했다.
그 밖의 성공 비결로는 강도 높은 훈련과 조기교육, 든든한 재정 지원이 지적됐다. 한국 선수들의 지독한 훈련에 대해서는 김초롱의 “한국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되도록 강요받는다. 제대로 될 때까지 무슨 일이든 한다”는 설명이 덧붙이면서 또 어렸을 때부터 수준 높은 기초교육을 받으며 한국 기업들의 후원으로 금전적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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