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미주 한인사회 ‘독버섯’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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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사회에서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학생,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마약은 한인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미주 한인 청장년층의 정상적인 윤리 구조를 무너뜨리며 한인 커뮤니티 미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마약관련 사건에서 한인들의 연루사실이 속속 들어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어 마약류 취급에 대한 특별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자칫 이대로 고삐를 풀어났다가는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발전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거래자와 ‘카페디엠’(Carpe Diem)식 사고로 단순히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자는 생각을 가진 구매자들의 숨 가쁜 밀거래가 지금 이 순간에도 한인타운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마약에서 비롯된 한인 커뮤니티의 신종병폐들을 추적해 봤다.

<이승윤 인턴기자>


















한인사회의 마약문제가 최근 LA 한인타운 뿐 아니라 미주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근래 LA 한인타운에는 마약 밀거래가 증가했으며, 그 거래의 중심에 한인 대학생과 청소년들까지 가담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더욱 큰 병폐는 이러한 범죄의 시작이 마약판매나 중독 등에서 멈추지 않고 절도, 강도, 살인 등의 잔혹범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여러모로 골칫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30일 3명을 총살한 혐의로 기소된 31세의 한 한국인 남성도 결국 마약문제에 연루되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마약에 손대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면서 10대와 20대 한인학생들까지 이 같은 범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달 초 할리우드에 위치해 있는 모 클럽에서 경찰은 엑스터시 300여정을 소지한 채 판매를 하려던 한국인 박모씨와 김모씨를 불법 마약판매혐의로 체포했다. 지난달 14일에는 한인타운에서 마리화나를 판매하던 대학생 K군(20)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또한 지난 5월 샌디에이고에서도 22세의 대학생이 엑스터시를 불법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이와 같이 마약관련 사건사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이 갱단과 아무 관련이 없음은 물론, 과거에 범죄경력이 없는 무전과자들이란 점이다.

이는 평범한 직장인, 학생, 또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도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마약판매 ‘투잡족’ 등장

평범한 대학생 신분으로 마약 판매상이라는 ‘투잡’까지 뛰고 있는 H양(21). 그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하지만 요즘 황금알 낳는 거위를 얻은 마냥 손쉬운 돈벌이에 맛을 들여 일식집에서의 힘든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 생각 중이다.

꼬박 한 달 동안 힘든 육체적 노동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을 힘 들이지 않고 마약 거래 몇 번을 통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H양은 “요즘은 마약을 구하기도 쉽고 마음만 먹으면 딜러와 연계되어 거래를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돈을 쉽고 빠르게 벌어보기는 처음이다”며 마약 밀거래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이처럼 학비와 용돈 내지 유흥비 마련을 위해 마약거래에 눈독을 들이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젊은 학생들이 모여 사는 대학가 주위는 그야말로 ‘마약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디든지 파티가 있는 곳엔 딜러가 있다. 대부분 “옆집 이웃이 딜러”인 경우가 태반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들(딜러)은 한 번에 적게는 500달러, 많게는 1,000달러 이상의 큰 돈을 한 번의 마약판매로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발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H양은 “주말은 특히 황금타임이다. 파티가 많을수록 마약의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주문전화가 쇄도해서 정작 본인은 나가서 친구들과 놀 수가 없을 정도이다”며 파티문화와 마약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를 설명했다.

오히려 H양은 “내가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난 그저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전해주고 이익을 챙기는 공급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이렇듯 마약과 관련해 한인 청장년층들의 퇴보해버린 도덕의식은 오히려 마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집중단속 “뿌리 뽑는다”

한편 LAPD 마약단속반은 마약관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일 경찰은 한인타운 등에서 활동하던 김모(35.남)씨와 고모(35.여)씨를 불법마약 거래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타운 내에서 “마약계의 큰손”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마리화나 외에도 케타민, 코카인, 메탐페타민, 엑스터시 등 다양한 종류의 신종 마약을 밀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림픽 경찰서 관계자는 “마약밀매는 물론 불법경로를 통한 마약구매나 소지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문어발처럼 복잡하게 뻗어있는 이들의 마약 네트워크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회전문가들은 1.5세와 2세들에게 올바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더 늦기 전에 마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하는 등 계몽활동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1세대들이 피땀 흘려 고생한 대가로 일궈낸 한인사회의 위상을 허무하게도 한 순간의 유혹으로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각별한 관심과 훈육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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