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내용속의 박근혜 X 파일 ‘무엇이 담겨져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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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정국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KBS 새노조가 폭로해 촉발된 MB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야당은 맹공을 퍼붓는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이 폭로 초반 분위기였다.
하지만 청와대가“KBS가 공개한 사찰 문건 중 대부분은 참여정부 때 이뤄진 것들”이라며 역공을 취하면서 분위기는 전·현정권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뒤바뀌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서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양비론’을 펼치며 청와대와는 선긋기로, 민주당에는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내세우는 대표적 논리는‘자신이 전·현정권에서 모두 사찰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내세우며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 한 발 비껴가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이런‘양비론’전략 뒤에는 향후 대선 과정에서 본인에게 불거질 각종 의혹들이‘불법사찰에 의해 조작되거나 혹은 부풀려졌다’는 방어막을 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본 무대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을 받은 적이 없지만, 따지고 보면 박 위원장만큼 많은 의혹이 도사리고 있는 인물도 드물다. 그리고 이런 의혹들은 올해 대선 과정에서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즉 현재 자신이 불법사찰 피해자임을 잇따라 강조하는 전략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질 의혹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한 박 위원장의 노림수와 과연 그에게 어떤 의혹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선데이저널>이 추적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저에게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전(참여) 정부에서 박근혜 TF가 있었고, 당시에 만든 박근혜 보고서를 대통령 후보 경선때 악용한 사람들이 처벌받은 일도 있었다”며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공범이라고 말하는 것은 추측성에 불과하다.” (이혜훈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박 위원장과 측근들은 ‘박 위원장도 불법사찰의 피해자’라는 점을 잇따라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이처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발 빠르게 대응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불법사찰의 배후로 지목받는 청와대와 선을 그으며 선거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말리지 않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한다는 분석도 많다. 그렇다면 박 위원장이 불법사찰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본지는 지난 2월 ‘완벽한 박근혜에게도 약점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들을 보도했다. 그리고 826호를 통해서는 박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과 관련한 청부살인 개입설 기사도 보도했다. 두 기사는 최근 박 위원장이 ‘자신도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내용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먼저 지난 2월 기사에서 본지가 언급했던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내용들을 보자.









 ▲ 1976년 박정희 대통령(왼쪽)이 대한구국선교단 야간진료센터를 방문, 최태민 총재(오른쪽)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 당시 박근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가운데).  


참여정부 국정원에서 박근혜 보고서 작성


최태민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박 위원장과 함께 구국여성 봉사단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과정에서도 박 위원장과 최 목사의 관계, 최 목사 관련 비리 의혹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최 목사는 이미 지난 1994년 사망했으나 여전히 최 목사에 관한 루머는 여전히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이다. 심지어 부적절한 관계로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었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한가지도 없다.
최태민 목사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 2007년 국가정보원 내부에서 작성됐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2007년이면 여전히 참여정부 때다. 하지만 당시 움직였던 팀은 국정원 내 이명박 라인이었다는 설이 우세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서 국정원 내 ‘박근혜 TF팀’ 존재가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안병훈. 홍사덕 박근혜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뿐만 아니라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까지 나서 이명박 후보측에 총공세를 펼쳤다.
박근혜 캠프에선 “이명박 캠프의 핵심 실세들과 국정원 비선팀이 박근혜 후보를 음해하는 도구로 국정원의 현직 간부인 박모씨를 활용해왔다”면서 “이들은 영남 출신의 고려대를 나온 국정원 고위간부인 K씨가 박모씨의 윗선 배후라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박 캠프에선 “이명박 캠프에선 오래 전부터 국정원 간부 출신들로 구성된 비선팀이 있었다”면서 “국정원 부서장 출신 임모씨 국정원과장 출신 손모씨, 박모씨, 남모씨와 국정원 국장급 출신으로 S그룹 임원인 박모씨 등으로 구성돼 박 후보에 대한 음해공작을 벌여온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후 2010년 4월 한 월간지에서 “2007년 대선 전 박근혜 뒷조사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는 전직 국정원 증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TF팀’은 재산관계뿐만 아니라 친인척 비리 의혹, 육영재단, 영남대, 부산일보 등에 대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일부인 경남기업 의혹부분만 이명박 캠프에선 폭로한 셈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에선 MB 정권 집권초인 2008년 12월 세종시가 문제될 당시 “국정원 이모씨가 팀장인 박근혜 사찰팀이 재차 가동됐다”고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X파일’관련해선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 7월 국정원 몇몇 직원이 박 위원장관련 의혹들을 조사했고 당시에도 정수장학회, 고 최태민 목사,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관련 부분 등 정보를 수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고서는 박 전 대표 및 그 주변 인물과 관련된 여러 의혹의 요지를 앞쪽에 서술하고 뒤쪽에는 그 근거자료를 첨부하는 양식으로, 분량은 100쪽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옛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의 기록, 새로이 정부 전산망에 접속해 확보한 개인 정보가 함께 수합되어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X-파일이 국정원 직원에 의해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보안 문제 등의 이유로 국정원 외부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자세한 작성경위와 유출경로를 따지기 전에 즉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의혹 그리고 ‘박근혜 보고서’가 시기적으로는 참여정부 국정원에서 작성된만큼 결국 전 정권이 자신을 사찰했다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박지만 관련 건은 현 정부 작품


본지가 지난주 보도했던 박지만 회장 관련 청부살인 개입설 의혹 역시 현 정부 국정원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이란 설이 파다하다.
본지가 파악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과 관련된 내용은 비단 지난주 보도된 것뿐만이 아니다. 아내인 서향희 변호사 관련 내용, 정용희 비서실장 관련 내용, 박지만과 고 박태준 회장 간 특별한 관계, 박지만의 최근 마약 복용 정황 등 박 위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풍문’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박지만 친인척 청부살인설과 관련 각종 의혹과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이나 정치권은 물론 검찰에서는 아예 거론조차 금기시 되고 있다는 것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박지만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구속수감중인 매형 신동욱 교수(누나 박근령의 남편)는 여전히 증인들의 잇단 자살과 관련 박지만이 청부살인을 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선거 국면에서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손을 잡았지만 사실 지난해 연말까지만해도 친이계와 친박계는 ‘견원지간’이었지만 손을 잡게 된 이면에는 바로 사찰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친이계에서는 친박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자신들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 안전판을 여러 개를 마련해놨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중 하나가 박지만 회장 관련 의혹이고, 이 문제를 은근슬쩍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안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 그럴 경우 박 위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가동될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국정원이 파악한 사찰 내용들이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박 위원장이 자신이 사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억지라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주장은 더 나아가 자신과 관련한 의혹들이 사찰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을 할 만한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적절한 소명이 필요하다. 최태민 관련 루머야 그렇다 치더라도 육영재단 그리고 박지만 회장을 둘러싼 수상쩍은 일들은 차차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언제까지 피해자라는 주장만 되풀이 할 수 있을까. 수면 아래 있는 진실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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