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해부> 김용준 낙마에서 드러난 朴 불통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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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력직 인수위원장이 껄끄러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용준 위원장은 MB정부 당시도 총리후보로 거론되었다가 버린 카드였다는 점에서 박당선인은 비난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총리인선을 두고 전현정권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벌어지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요직에 기용하기 위해 자체 검증을 실시했었으나,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며 용도 폐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당선인은 김 위원장이 총리지명이 마치 새로운 카드였던 것처럼 깜짝 발표를 했지만 인선발표를 지켜 본 청와대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의 우려대로 김 위원장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그러자 박 당선인 측에서는 검증작업을 지켜보기만 한 청와대를 원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청와대에서는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느냐며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해프닝은 설날 사면과 함께 청와대와 인수위 간 앙금만 남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의 일차적 원인을 박근혜 당선인의 독단에서 찾는다. 자신이 한 번 찍어놓은 사람은 하늘이 무너져도 바꾸지 않는 그녀의 고집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런 박 당선인의 모습이서 유신시대를 연상한다. 차기정부 주요 각료들의 인선 실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지난 달 24일 박근혜 당선인에 의해 총리로 지명될 당시만 해도 순탄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소아마비를 딛고 최연소 판사에 임용돼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삶을 산 사회적 약자의 상징으로 부각됐던 그였다. 박 당선인은 그를 지명하면서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박 당선인의 첫 인사로 꼽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야권에서 강공을 거듭 펼 경우 자칫 발목잡기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깜짝 인선’ 직후 ‘혹독한 검증’이 본격화 됐다. 박 당선인이 총리 지명을 예고한 뒤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나타날 때만 해도 먼저 회견장을 지키고 앉아있던 김 위원장은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자리한 것으로 파악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총리후보자로 지명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고 야권과 언론의 검증이 본격화됐다.



지명 이튿날부터 신장-체중 미달과 통풍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두 아들에 대한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또 부동산 붐이 일던 1970~80년대와 대법관 재직 중이던 88년~9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산 증식 과정을 둘러싸고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총리실 청문회 준비단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위법사항은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는 등의 해명만 내놨고, 결국 29일 그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자진 사의를 밝혔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부덕의 소치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길 소망한다”는 말도 남겼다.


대화불통, 신구권력 정면충돌


김 인수위원장의 낙마는 박근혜식 밀봉인사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박 당선인 측은 김 위원장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검증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 인사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선인 측이 총리를 비롯해 내각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할 경우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것을 우려, 일부러 접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당선인 측에서는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비서관, 최외출 전 중앙선대위 기획조정특보를 중심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 검증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선데이저널>측에 “당선인 측이 인수위 구성 단계에서는 민정수석실에 인사자료를 요청해 제공했다”며 “총리 후보자 검증 때도 자료 요청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이미 현 정부에서도 중용하기 위해 위장전입이나 투기 등 기초검증작업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버린 카드”라며 “김 위원장이 총리후보에 지명되자 민정실은 개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새정부 출범 전까지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검증 시스템으로는 충분한 검증을 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게다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조만간 단행될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또다시 검증사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게되면 검증과정을 놓고 신구권력간 충돌이 불가피해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조만간 총리 인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무위원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지명도 줄줄이 늦어지면서 교체 대상인 전임 정부 국무위원들과 새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총리 인선 발표를 지연하고 있는 이유는 후보자 검증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으로 후보직을 줄줄이 고사하고 있는 것도 총리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꿎은 청문회 검증시스템 비난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박 당선인의 불통 리더십에서 찾는데, 정작 본인은 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며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그동안 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해왔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은 “처음부터 원칙이 검증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었고, 나를 포함해 어느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2007년 2월)라고 말했다. 또 같은 해 6월 대선 출마선언에서 “실체가 없는 것을 이야기하면 네거티브지만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공방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2004년 7월~2006년 6월)엔 이번 김 위원장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노무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잇달아 낙마시켰다. 박 당선인은 2006년 이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나라의 큰일을 하는 자리인 만큼 철저하게 검증과정을 거치겠다. 그게 야당의 임무 아니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필요에 따라 박 당선인 검증론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 당선인의 청문회 비판론이 나오자 측근들이 줄줄이 청문회 폐지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마치 유신시대를 연상시킨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제도는 제도 자체를 바꾸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박 당선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4일 “인사청문회가 인사설(說)문회가 돼 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인사 검증과 청문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을 겸하고 있는 이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청문회라는 엄연한 제도와 시스템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설 위주로 한다. (또) 그걸 기정사실화해, 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온 공직에 계셨던 분들이 개인적인 명예훼손이나 가족들까지 회복하지 못할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공직 제안에 대해 처음부터 가족들의 반대로 거절하고 거부하는 사태도 있을 수 있어 많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박 당선인이 최근 “인재를 뽑아서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털기 식으로 간다면 과연 누가 나서겠는가”라며 불만을 드러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에선 박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이한구 원내대표 직속으로 꾸렸으며, 도덕성 관련 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부대변인 때인 2005년 2월, 이 최고위원은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경제부총리도 인사청문회 대상이었다면 이 부총리가 과연 무사했겠는가”라고 논평한 바 있다. 이듬해 7·3개각을 놓고선 대통령의 인사권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시킬 수 있는, 통제와 부담이 수반되는 제한적 권한”이라고 정의했었다.
국민들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지도자들에게 보안보다는 깨끗한 도덕성을 원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정작 보안을 목숨보다 더 중시 여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잇따르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정부 출범전부터 쌓여가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당성인의 지지율이 역대 어느 당선인들보다 10~20%포인트 낮게 나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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