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취재2> 최대석 일행 실정법까지 위반하면서 강행한 속셈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지난주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특종 보도했던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사퇴전말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주 최 전 인수위원의 사퇴가 허가받지 않은 북한과의 접촉때문이었으며, 당시 여당 국회의원  K씨와 삼성경제연구소 고위인사가 함께 있었다는 보도를 단독으로 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일부 일간지에서는 본지 기사를 전제하지 않은 채 정보기관발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당사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반박자료를 냈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인 최 전 위원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며, 인수위 역시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수위 측의 이러한 반응은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이유를 잘 보여준다. 국민들은 인수위 내부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상세히 알기 원하지만 인수위는 여전히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구중궁궐’ 같은  느낌이다. 어떠한 인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한 때 유력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던 인사가 왜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인수위를 떠나게 되었는지 국민들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이에 <선데이저널>은 지난 주 이니셜로 보도했던 인사들의 이름과 최 전 위원의 사퇴 전말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도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주 <선데이저널>은 최 교수가 베이징에 간 것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12월 25일 성탄절을 전후해서이며, 베이징행 비행기에 여당 국회의원인 K씨,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연구원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본보가 언급했던 여당 국회의원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양천갑에 출마해 당선된 길정우 의원이며,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연구원은 동영승 연구위원이다. 본지는 지난 호에 이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당사자들이 북한 고위층 인사와의 접촉사실을 부인, 급기야 실명을 밝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구소 내에 북한전문연구소를 설치하고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오고 있었다. 북한문제연구소는 실제로 연구소의 조직도에 없는 독립부서로, 동 연구위원은 사실상 연구소 소장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일반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최 전 인수위원과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로서 학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평소 세미나나 토론회에 패널로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베이징행은 여러 가지 의혹이 뒤따른다.
두 사람이 가깝게 지냈던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비둘기파’에 속한 인물들로서 평소 유화적인 대북 정책 노선을 견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선상의 유사점 때문에 두 사람은 평소 북한 측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도 여권 내 다른 인사들보다 훨씬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 최 전 위원이 인수위 내에 대북 문제와 관련해 갈등이 있었다고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인수위 내 대북강경노선파인 ‘매파’들과 노선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석-길정우-동영승 ‘대표적 비둘기파’













▲ 이번 베이징행을 주도했던 삼성연구원 동영승씨.
최 전 연구위원과 동영승 위원의 인연이야 대북문제 전문가들로서 접촉점이 많았다는 것으로 설명이 되지만 그렇다면 새누리당 길정우 국회의원의 동행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여기서 길 의원과 박근혜 당선인과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길정우 의원의 부인은 안명옥 전 의원으로서 현재 박근혜 정부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과 함께 보건복지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해온 인물로 사실상 이 분야의 가정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의학ㆍ보건학 박사인 안 전 의원은 박 당선인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해 현재 보건ㆍ의료ㆍ안전 분과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전 인수위원 역시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 출신인 안 전 의원은 사실상 박 당선인의 오랜 주치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박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을 만큼의 최측근이었다는 얘기다. 안 전 의원이 18대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 받는 과정에서도 박 당선인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길 의원은 부인 안 전 의원에 이어 19대 총선에서 양천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양천갑은 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오랫동안 의원직을 유지해온 텃밭 중 하나로서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해 있는 지역이다. 그만큼 이 지역구의 공천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길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보란 듯이 공천을 받았고,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길 의원이 공천 받는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안 전 의원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한결같은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길 의원 본인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박 당선인에게 꾸준히 자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인수위원과 길정우 의원은 박 당선인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관계인 셈이다. 결국 이번 최 전 인수위원의 방북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담겨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런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특사’였든 아니면 ‘밀사’였든 세 사람은  함께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베이징행의 목적은 북한 측 고위급 인사인 박인국 부부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 교수 일행은 베이징에서 한 차례 박 부부장과 접촉했고, 더 이상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박 부부장 측이 박근혜 당선인의 신임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교수의 베이징행은 애초에 정부나 박 당선인의 허가 없이 간 것이기 때문에 신임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만남은 한 차례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에서 최 교수 일행의 이러한 움직임은 하나하나 국정원 측에 포착됐다. 이유는 최 교수와 동행했던 길정우 의원이 관용여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최 교수 일행의 동향은 그대로 국정원에 보고됐으며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전달됐다.


실정법위반 당사자들 접촉 논란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남는다. 만약 길 의원의 동행이 박 당선인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면 왜 최 전 인수위원이 사퇴하게 된 것일까. 답은 두세 가지 중 하나다.
첫 번째는 삼성경제연구소 동영승 위원의 동행은 박 당선인의 뜻과는 무관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보안을 극도로 중요시하는 스타일인데, 만일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일행에 박 당선인과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 동행했다면 이는 박 당선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된다. 삼성 측에서 동 위원의 방북을 부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애초에 제기됐던 것처럼 방북 자체가 당선인의 뜻과는 무관했다는 것이다.  폭넓은 대북 네트워크를 가진 최 전 인수위원과 동 위원, 그리고 친박으로 분류되는 길 의원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보려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수 있다. 이런 것이 박 당선인의 심기를 거슬려 최 전 인수위원이 사퇴했을 가능성이다. 북한 측이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사퇴를 놓고 박 당선인의 진의를 의심한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 전 인수위원이  북측 인사를 접촉하는 과정은 매우 부적절했다. 무엇보다 사전에 정부당국에 북한 주민 접촉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대기업 관계자와 함께 북측 인사와의 만남을 추진 한 것과 새누리당 의원이 동석했다는 점은 만남의 취지를 떠나 비판 받아야 할 일이다. 또한 인수위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할 인물에 대해 각종 설이 난무 했을 때, 침묵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퇴 전말을 밝혔어야 했다. 만약 새 정부가 출범 하면서 대북 정책이 비선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동의와 신뢰를 구하는데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또한 박 당선인의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 전 인수위원은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으로서  8년 전부터 박 당선인에게 남북관계를 자문해 왔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 밑그림을 그려온 핵심 측근이다. 인수위에서 통일 분야를 담당해 차기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인지, 박 당선인의 면피를 위한 희생양인지 알 수 없으나 8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 박당선인의 대북정책관련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길정우 의원. 부인 안명옥 전의원은 박의 보건분야 핵심브레인이며 담당주치의이다.

최대석 전 인수위원과 길정우 의원은 모두 박근혜 당선인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다. 최 전 인수위원은 본인이 직접 발기인으로서, 길 의원은 아내 안명옥 전 의원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비단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2010년 12월 처음 발족했다. 류길재(경남대) 유현석(경희대) 이정민 이정훈(이상 연세대) 최대석(이화여대) 한석희(연세대) 홍용표(한양대)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출신이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8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 기고문이 이들에게서 나왔다. 연구원 발기인 중 외교통일추진단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정부 또는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이상현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과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뿐이다.
외교통일추진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윤병세 서강대 교수가 맡았다. 당초 최대석 교수가 유력했으나 남북문제를 국제관계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주문에 따라 외교관 출신인 윤 교수가 맡게 됐다고 한다.
윤 교수는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내고도 공관장(대사, 총영사)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 또는 주요국 대사, 청와대에 설치될 외교안보통일 총괄 컨트롤타워(가칭 국가안보실) 수장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밖에 김동진 전 포스코 중국총괄사장이 한중관계 전문가로 캠프에 영입됐고, 김영목 전 주뉴욕 총영사도 당선인의 통일외교특보로 발탁됐다. 국방 분야에서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비중 있는 역할을 했다.
정책자문에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기여도 많았다. 외교 분야에선 외교부 차관보를 지낸 심윤조 의원, 남북관계에선 언론인 출신인 길정우 의원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장성 출신인 김성찬(해군) 송영근 정수성 한기호 황진하(이상 육군) 의원과 여성 부사관 출신인 손인춘 의원이 국방안보추진단에서 활약했다.
아울러 대통령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의원이 남북 정상회담 발언록 의혹을 제기해 대선 이슈로 만들었고,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 의원과 북한 인권운동을 했던 하태경 의원이 외곽 지원 역할을 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박진 전 의원, 북한 인권 개선에 앞장선 박선영 전 의원도 힘을 보탰다.
정보기관 출신으로는 송종환 명지대 초빙교수와 한기범 고려대 객원교수가 있다. 송 교수는 주미 대사관 공사를 거쳐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해외정보실장을 지냈으며, 한 교수는 북한을 담당하는 국정원 3차장을 지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