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관원들의 공항영접‘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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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그동안 재외공관에 대해 제기되는 큰 비판 중 하나가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 대접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외국에 나가 있는 재외국민들이나 동포들의 애로사항을 도와주는 일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재외 국민들과 동포들의 어려움을 재외공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재외 공관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강한 톤으로 그동안의 잘못된 재외공관의 역할을 지적하면서“앞으로 재외공관은 본국의 손님을 맞는 일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고 했다. 앞으로는 재외동포 서비스에 더 많은 시간을 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외공관의 현실에서는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박대통령의 지침 하달이 어떻게 지켜질지 궁금하다. 2년전 M모 대법관이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문지 공관 에서 차량 제공 등을 주선했으나 일체 거절하고  현지 친지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일정을 소화했다. 공관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않다. 이 같은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해외공관원들의 본국 손님과 고위층 접대에 따른 실태와 문제점들을 <선데이저널>이 취재해 보았다. <제임스 최 객원기자>

지난 메모리얼 연휴에 신연성 LA총영사는 쉴 틈이 없었다. 27일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재향군인 회미서부지회(회장 박홍기)가 주최한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안보간담회가 타운내 JJ그랜드 호텔에서 개최되었으나 신 총영사는 이 자리에 참석할 수가 없었다. 대신 보훈담당 박 모 영사를 대신 참석케 했다. 실상은 본국에서 온 국회의원들을 영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 총영사는 메모리얼 연휴 전후에만 국회의원 5개 팀을 영접해야 했다. 불과 1주일 전에 박 대통령이 재외공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관장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고 했으나, 실제로 공관장들이 이를 준수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대통령의 이 같은 말은 동포들에게나 공관원들에게는 ‘지당한 말씀’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이 말이 실제로 현실화되기에는 아직도 매우 먼 거리에 있다.


공관원들은 본국 VIP의 가이드













국회의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나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해외에 공사로 나설 때 의례히 현지 공관에서 당연하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공무일 경우에 현지 공관의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공무 수행상 필요한 수단일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나 고위공무원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외교통상부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를 그대로 준수하는 공관은 없다.
LA총영사관의 경우, 본국에서 정기국회가 끝난면 외교통상위원들을 포함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미국이나 남미를 방문하면서 중간 기착지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쯤이면 아예 총영사관은 공항 영접 스케줄을 짜야한다. 총영사관의 정규 임무가 지장을 받을 것은 뻔하다. 어떤 경우는 일주일에 2~3차례씩 영사관 직원이 공항에 마중을 나가야 한다. 남미로 가는 중요 의원일 경우는 LA에서 하루 정도 묵는 일정도 살펴야 한다. 의원들이 남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할 때도 역시 LA를 기착하기에 이를 영접하는 것도 영사관 직원의 몫이다.
국회의원 중에서 외교통상부위원들을 가장 잘 영접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부처 상임위 의원도 영사관 내 관련 부처 파견 영사나 직원들이 담당하게 된다. 과거에도 역대 대통령들과 외교부 장관들은 ‘공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지시를 때마다 하달했으나 이를 안지키는 것이 공관들이 아니라, 청와대나 외교부 또는 국회 상층부들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한 외교부 본부는 언제 그랬냐는 등 국회 쪽에서 연락이 오면 해당 지역 공관에 전문을 보내 ‘아무개 국회의원이 방문할 예정이니 가능한대로 편의 를 제공하라’고 시달한다.


고위층의 개인일정 방문까지 챙겨


전문 내용대로라면 해당 공관의 여건상 시간이 된다면 편의를 제공하라는 것인데, 해당 공관에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시간은 없지만 상대가 국회의원이고 고위 공직자 또는 무시할 수 없는 전직 고관대작이라 공항 영접을 안 나갈 수도 없고, 차량 제공 등도 해야 하는 것이다. LA총영사관에는 입법관이란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는 본래 목적보다 방문 하는 국회 의원들의 심부름하는 자리라는 것이 걸맞고 있다.
원래 공관 업무를 따진다면 주어진 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일과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국회의원 등 VIP가 올 경우 공항 영접은 애당초 업무와 관계없이 시간을 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VIP 등을 영접하다보면 원래 해야 할 공관 업무에 충실할 수 없다는 것이 공관원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거 LA총영사관에서 영사로 근무했던 C모씨는 본보에 “기존에 맡겨진 업무량도 많은데, 귀빈 접대로 공항을 나가고 그분들의 부탁사항을 처리하다 보면 본연의 일은 밤을 새워도 다 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 공관 본래의 업무는 소홀이 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C모 전직 영사는 “그러기 때문에 교민들을 위해 창의적이고 봉사적인 업무를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공관에서 지켜지기 위해서는 행정부, 입법부 등 요직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직의 국회의원 영접도 문제인데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까지 영접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유럽 지역의 대사를 지낸 A씨는 국내 언론에 자신이 공관장으로 지낸 2년여 동안 200여 차례나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맞았다고 했다. A씨는 한국에서 공전(공식 전문)과 업무 차원에서 손님을 맞는 경우도 있지만 부부 동반 여행 등 개인 일정도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비행기 환승하기위해 몇 시간 머무는데 얼굴을 보자며 불러내거나, 개인 일정에 ‘대사관 차량을 지원해 달라’는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베이징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은 ‘공항에 영접 나가고 식사 대접 하는 건 일도 아니다’며 한국에서 불쑥 전화를 걸어 ‘누구를 만나도록 일정을 잡아달라’ ‘어디를 시찰하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LA총영사관에서 영사로 지냈던 K모씨는 본보에 “현직 국회의원이 경우에는 공무상 영접을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어떤 경우는 전직 국회의원까지 영접을 나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노를리제 오블리제’ 정신이 우리사회에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해외공관원들의 고충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고 주재원들이 파견된 모든 국가의 공관원들의 공통된 문제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재외공관장들에게 그동안 재외공관의 역할을 비판하면서 재외국민 보호와 현장 맞춤형 영사서비스로 재외공관의 업무를 재정립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간담회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첫 재외공관장 간담회로 재외공관장 122명이 참석,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지금 720만 재외동포와 15만 명의 해외 유학생들, 그리고 1천300만 명의 해외여행 국민들이 매일 매일 외국에서 많은 일과 직면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외공관에서는 본국 손님 맞는 일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셔서 이런 비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 했다. 이어 “동포, 유학생, 관광객 등의 안전에 한 치 소홀함이 없도록 힘써 주시고 동포사회의 다양한 민원들도 투철 한 서비스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 처리해주시기 바란다”며 “이번 방미 중 동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약속한 재외국민용 주민등록증 발급과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확충, 재외국민들의 한글`역사 교육 지원 등과 관련해서도 유관부서와 협업해서 실천방안을 마련해 줄 것”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재외공관의 역할 재정립을 주문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외공관장회의에서 ‘세일즈 코리아’를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국민께 큰 심려를 끼치고 국정 운영에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며 “앞으로 공직자들은 철저한 윤리의식으로 무장하고 근무기강을 바로 세워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방미수행 중 빚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 추행 의혹 사건 논란을 염두에 둔 경고라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각 공관이 국정 변화에 맞춰 각국 재외동포들과 체류 국민에게 맞춤형 현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영사관은 해외동포의 고충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체류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사후에 잘 처리를 해 달라”면서 “정부가 외국에 나가 있는 국민과 동포들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재외공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 재외공관이야말로 또 다른 대한 민국이고, 재외공관이 정부를 대신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이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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