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맥도널드 사태로 짚어본 LA 노인들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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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일원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인 노인들을 차별했다는 보도에 이어 대대적인 시위 소식이 전해지자 LA지역에서도 그동안 차별행위에 대한 대응 움직임과 갈 곳 없고 할 일 없는 노인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LA 노인회 등 LA지역 한인들은 웨스턴과 7가에 있는 매장과 버몬과 3가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도 한인 노인들에게 차별과 홀대가 있었다며 흥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 등 미 주류사회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맥도날드 사태에 대해 <선데이 저널>이 문제점과 대응책을 짚어 보았다.
심 온 <탐사보도팀>



“이제 맥도날드나 칼스주니어로 안 가셔도 됩니다.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드디어 탄생했습니다.”
한인커뮤니티 숙원사업이었던 한인타운의 노인센터 개관식이 11년만의 우여곡절 끝에 열렸을 때 한 연사의 축하 말이었다. 이날 행사엔 노인센터의 이영송 이사장과 하기환 전 이사장, 케니 박 LA상공회의소 회장, 신연성 LA총영사, 배무한 회장, LA노인상조회, LA노인회 관계자들을 포함, 300여 명의 한인 노인들이 참석해 ‘그들의 사랑방’에 기대와 박수를 보냈다.
190만달러의 건립기금을 지원받아 건립한 노인센터를 당시 이영송 이사장은 “치과 진료를 비롯해 영어교실, 직업훈련, 법률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5월 말이나 6월 초쯤이면 프로그램의 전체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본다. 이사회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노인센터는 끊이지 않는 잡음 속에 노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썰렁하다.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그런 이유로 뉴욕사태를 보는 LA 사람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노인 홀대에 인종차별 논란


뉴욕 사건의 발단은 플러싱의 한인타운에 있는 맥도날드 가게가 노인들이 오래 머물러 영업방해를 한다는 이유로 경찰을 불러 내쫓은 것이 노인차별과 손님 홀대의 지적이 인종 차별로 이어져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에 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 등 한인사회의 단체장들은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그동안 몇 달간에 걸쳐 수차례 경찰을 출동시켜 노인 고객들을 내쫒은 행위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전달하고 시위를 벌였다. 성명을 통해 ‘노인들을 범죄자처럼 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인들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2월 한 달간 전 세계적인 범동포 차원의 불매운동을 통해 고객을 차별한 맥도날드에 교훈을 주자’고 촉구했다.
한편, 맥도날드의 대변인은 “이번 일은 참으로 어렵다. 플러싱 매장은 노인고객들을 오랫동안 환영해왔지만 무한정 좌석을 점유한 것 때문에 종업원들과 마찰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어느 타운에 가든 아침에는 델리나 커피샵과 레스토랑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즐기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라며 “단순히 오래 앉아 있는 손님을 경찰을 동원하여 강제로 몰아낸 것은 법으로 금지된 인종차별이자 노인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 웨스턴과 7가 매장에는 한국과의 친선과시를 위한 전시품도 보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보도내용은 경찰을 네 차례나 불러 노인들을 쫒아낸 맥도날드의 과도한 행위와 고유한 동양전통인 한인사회의 경로사상의 문화차이로 해석 등의 보도를 내보냈다.
시위에 나선 한인 노인들은 “가장 참을 수 없는 점은 경찰을 불러 노인고객들을 쫒아낸 맥도날드의 무례함으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였다면 이런 식으로 홀대했겠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또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하며 장시간 있는 것은 허용하고 노인들은 홀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이며 20분 이상 앉지 말라는 경고 규정 또한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개탄했다.
이 보도를 접한 일반인들은 “만약 백인 노인에게 이러한 짓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다”고 인종차별을 조롱하기도 했다. 결국 뉴욕타임스는 찬반 격론이 벌어진 인터넷 댓글창을 폐쇄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또한 한 한인은 “70~80대의 한인노인들이 1달러의 커피를 시켜 놓고 하루 종일 머무는 것도 업주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번번이 경찰을 출동시켜 쫓아낸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한 젊은 한인은 “창피한 일이다. 왜 이런 문제가 다민족 중에 유독 한인 노인들에게서 발생하는지 기성세대들도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라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사태 극적 화해했으나 뒷맛은 씁쓸


한편, 일파만파로 커지던 사태는 늦긴 했지만 지난 19일 해당업체의 공식사과로 극적으로 봉합됐다. 맥도날드 매장 점주 잭 버트 사장과 한인노인들, 한인 단체 인사들은 한인정치인 김태석(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의 중재로 만나서 상호간의 앙금과 오해를 풀고 화해했다. 맥도날드 측은 경찰 신고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매니저를 교체하고 한인고객들을 위해 한인종업원 1명을 채용할 것을 약속했다. 또 기존 20분으로 돼 있는 매장 이용시간을 1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안내하는 문구를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로 병행 표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노인들도 “우리도 미안하게 됐다”며 바쁜 점심시간엔 불편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사건은 봉합됐지만 뒷맛을 씁쓸하기만 하다. LA 한인타운 맥도날드 매장의 사정 또한 유사하기 때문이다. 웨스턴 길의 7가 매장을 비롯해 버몬길의 3가 매장 등에는 한인 노인들로 항상 붐빈다.


갈 곳이 없는 한인노인들의 애환













▲ 7가 매장 주차장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웨스턴 길의 맥도날드는 몇 년 전 노상카페 시설인 패티오 시설을 없애버렸다. 그 후  쫓겨난 노인들은 언젠가부터 맥도날드 주차장에 모여 장기를 두거나 바둑을 놓는 놀이를 일삼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씨(62, 여)는 “햄버거 사러 온 어린 친구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배모씨(75)는 “맥도날드가 분명히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까지 부르는 것은 잘못한 것이며 20분 내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식의 경고 또한 원시적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안모씨(44)는 “이번 문제는 노인문제라는 사회적 현상이지 맥도날드 업체를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맥도날드는 경로당(senior center)이 아니다. 정부나 공공단체, 교계 등이 나서서 노인문제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어제 오늘일이 아닌 거리로 내몰리는 맥도날드 노인문제를 한인커뮤니티에서 심각하게 논의한 적이 있었는지 새겨볼 일이다. 한인회나 노인회들이 조성돼 있지만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소리는 내고 있는지, 다시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세계 최대 기업인 맥도날드는 기업이윤 사회환원 차원에서 장학사업과 빈민 기금 등 매년 수백만 불을 기부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어떤 기증을 받아 냈는지도 되새겨 볼일이다. 기부는커녕 홀대만 받아왔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까.
이민 1세대 격인 이들의 고령화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지난 2010년 미 인구조사에서 노인인구가 10% 인점을 감안하면 한인들도 20만명 정도가 60세 이상인 셈이고 10년 후에는 40만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명절이 되어도 갈 곳이 없고 웰페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노인들. 만날 친구도 찾아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 그래도 낯익은 이들이 모여 있는 맥다방(맥도날드)이나 별다방(칼스주니어 매장)으로 발길을 옮겨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다 


LA 한인회, 노인 쉼터 마련부터


타운내 김모 목사는 “돌이켜보면 그들은 금광에서 금을 파는 게 아니고, 유산을 받아 매년 수백억 달러의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같은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 역사에 인종차별이나 인권유린의 사례는 넘친다. 이때마다 그들이 어떻게 투쟁했는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인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한인타운 노인 및 커뮤니티센터(이하 노인센터) 개관식에서  LA시와 한인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LA노인회의 한 관계자는 “뉴욕만의 문제가 아니고 LA도 마찬가지다. 유사 업체들인 버거킹, 별다방 등에서는 노인들과 갈등이 빚어지지 않는데 유독 맥도날드 매장에서 이런 행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맥도날드는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조차 틀지 않는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이러한 맥도날드 측의 영업행태는 투고 위주의 영업방식과 장기체류 고객들을 염려해 매장을 무덥게 한다는 답변 또한 노인 홀대 영업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즉 한인타운에서 영업을 하면서도 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해도 된다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노인센터의 박형만 현 이사장은 “타운 한인노인들의 쉼터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올림픽 경찰서에서도 노인센터 측에 여러 차례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LA 노인들이 마땅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단체의 임원진은 “오는 3월 LA한인회가 2백만 불이 넘는 비용을 들여 ‘열린음악회’ 준비를 위해 수차례 한국을 드나들면서 각 지상사와 대기업에 기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몇 시간의 가무행사를 위해 수백만 불을 낭비하기보다는 한인사회의 절실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10년 뒤에는 노인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인데 한인커뮤니티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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