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취재2>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에서 드러난 이재용의 반역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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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오는 17일 본국에서 열린다. 최근 본국 법원이 엘리엇이 제기한 두 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두 회사 간 합병 여부는 17일 주주총회에서 열리는 표 대결에 따라 갈리게 됐다. 양측에는 남은 기간 동안 주총에 대비한 우호 지분 확보가 급선무다.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주총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총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주총 참석자를 전체 주주의 70%로 가정했을 때, 전체 주식 수의 47%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며, 그 이상일 때는 더 많은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삼성물산으로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어느 쪽 편을 드느냐에 따라서 합병 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삼성은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법원이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다음날인 7월 8일 본국 언론은 일제히 엘리엇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투기자본이 국부를 유출해간다는 것이었다. 어느 언론을 막론하고 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본국 여론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삼성의 편을 드는 것은 삼성그룹이 본국 언론의 가장 큰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 일가로의 경영권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삼성에 밉보이기 십상이다.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의 편을 들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정말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유리한 것인가는 따져봐야 한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7일 법원은 7일 “삼성물산의 자기주식에 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라”며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등기이사, KCC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판결이유는 간단했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엘리엇과 일전을 앞둔 삼성이 무의결권주인 자사주(총주식의 5.76%=899만주)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긴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인 셈이다. KCC로 넘어가면 의결권 행사주가 된다. 다음날인 8일 본국 언론은 외국계 자본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외국 펀드 차별 안 되나 그들 놀이터 될 수도 없다’고 비판했고, 동아일보도 ‘해외 ‘먹튀 자본’ 맞서 대기업 방어할 장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과 언론의 이같은 판단은 본국 국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저 이건희․이재용 오너 일가만을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 본지가 지난주에도 지적했듯이 삼성은 이번 합병을 위해 20년 간 준비해왔고, 이로 인한 소액 주주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한테 받은 몇 십억원으로 별 노력 없이 20년도 안 돼 수조원대의 거부를 쌓은 ‘운 좋은’ 사람에 불과하다.

세 마리 토끼 잡으려는 삼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5월 26일 이사회에서 결의했고 오는 7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할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합병 추진은 삼성 일가 입장에서는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였다고 볼 수 있다. 삼성 일가가 너무 덩치가 커진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지 못하고 많은 순환 출자 고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주 큰 골칫거리였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3.38%, 이재용 부회장 지분율은 겨우 0.57%에 불과하다. 그런데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삼성 일가는 통합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을 4.1% 갖고 있는데 합병 후에도 삼성물산의 이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 다른 고리로,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다. 거기에 또 이건희와 이재용이 각각 삼성생명 지분을 20.76%와 0.1%를 갖고 있다. 그리하여 이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던 순환출자 부담을 줄이면서 지배권을 안정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3세 승계 문제를 순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라는 사실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누구보다 이재용의 지배력이 가장 공고해 진다. 이재용은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합병이 되면 이재용이 가진 제일모직 지분 23.23%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로 전환된다. 그는 통합법인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리하여 ‘이재용→통합 삼성물산→ 삼성생명·삼성전자→ 여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 골격이 구축되는 것이다. 더구나 합병을 통해 삼성 일가는 막대한 추가 자금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재용 등 삼남매는 아버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법에 따라 상속받으려면 당장 6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용이 통합 삼성물산을 장악하면 상속세를 납부하고 지주회사를 설립할 필요 없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의외의 복병

 ▲ 이건희 회장

마냥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글로벌 벌처펀드 엘리엇이 제동을 걺으로써 갑자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제야 국내 여러 기관과 세력들도 엘리엇 ‘뒤꽁무니’를 쫓아 숟가락을 하나씩 얹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에서 핵심 쟁점은 합병 비율이 적정한가로 모여지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다. 이 비율은 국내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 5)을 따른 것으로 계열사 간 합병시 합병가액(기준시가)은 최근 1개월 평균종가, 최근 1주일 평균종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기준으로 삼게 되어 있다. 그 결과 합병가액이 제일모직 15만9,294원, 삼성물산 5만5,767원으로 두 가격 간 비율이 1대 0.35로 나온 것이다. 여기서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된 시기에 합병이 결정된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또 자산가치에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나 된다는 것이 문제로 되고 있다. 자산가치가 3배나 되는 기업을 0.35 대 1의 주가기준으로 합병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주가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해 놓은 국내법까지 문제 삼아 한국정부를 투자자 국가소송 (ISD)에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는 특별히 국민연금의 선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0.15%(보통주기준.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는 9.92%)를 보유한 1대 주주이다. 엘리엇(7.12%) 이외 외국인 지분(26.7%)의 향배라는 또 다른 중요 변수가 있지만, 합병 방향에 대해 거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2014년 7월 시점의 자료이지만 국민연금은 주식투자의 약 3분의 2를 5대 재벌그룹에 투자했는데 삼성에 대한 투자액이 최대였다. 삼성의 15개 상장사 중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를 제외한 13개 계열사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가졌고, 10%내외 지분도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호텔신라 등 3곳이나 되었다.
국민연금은 상황전개를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7월 주주 총회가 가까워진 시점에서야 태도를 밝힐 공산이 크다. 지금 국민연금은 두 가지 이분법적 선택지의 압박과 유혹을 받고 있다. 한 가지 선택은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합병 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는 모양이다. 이 선택의 논리인즉, 아마도 외국계 헤지펀드 위협으로부터 토종 대기업의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될 것이다.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하나의 선택은 합병에 반대하는 것인데, 아마도 이 경우는 엘리엇이 합병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로, 합병가액 산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는 논리를 제시할 것이다. 이 움직임에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 그리고 시민사회의 ‘소액주주 진영’도 가세하고 있다.

민간기업 합병에 애국론 왜?

삼성은 과연 엘리엇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중인 삼성물산의 지분구조를 다시 보면, 삼성SDI 7.39%, 삼성화재 4.79%, 삼성그룹 오너일가 1.41%로 확실한 우호지분은 13.82%다. 여기에 삼성지원을 선언한 KCC 5.96%, 우리사주 0.08%까지 합치면 19.95%까지 올라간다. 이에 맞서는 엘리엇은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지분은 엘리엇을 합쳐서 33%정도된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인지분 전체가 엘리엇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에 국민연금(11.21%) 등 국내기관 전체지분이 22%이고 국내개인투자자가 20%를 조금 웃돈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 가운데 47%를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합병 문제를 국익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부터 적절치 않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이번 사안에서 국익에 조금이라도 더 부합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이익이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는 10% 넘는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지금 합병 비율은 자산가치가 세 배인 삼성물산의 가치를 오히려 제일모직의 3분의 1 수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당연히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가치, 즉 국민의 이익을 매우 저평가하고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 굳이 ‘국익 프레임’으로 보자면 지금 합병 추진방식은 국민의 이익, 즉 국익을 희생해 이 부회장의 사익을 추구하는 합병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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