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된 대통령 기록물의 숨겨진 비밀 ‘무엇이 담겼나’…황교안이 대선 1주일전 판도라 상자 속에 감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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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朴 부적절한 사생활과 실정,
진실은폐와 증거인멸 위해 벌인 일

사드 추가 반입 보고누락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보고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만 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본국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본국 언론에서는 국방부가 황 전 총리에게만 사드 추가 반입을 보고하고, 문 대통령에게 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황 전 총리가 봉인한 대통령 기록물에 그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봉인한 기록물에 사드협상 관련 문서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로 인해 국방부가 진실이 은폐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모두가 봉인된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기에는 사드 협상 관련 문서 및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주요 문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황 전 총리가 자신에게 법적 권한이 있는지 논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기록물을 봉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본국에서는 그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작업들이 하나 둘 펼쳐지고 있다. 과연 그 판도라의 상자에 무엇이 담겨있을지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대통령 기록관청와대는 사드 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이 청와대 보고서 검토 과정에서 추가 발사대 4기 문구를 삭제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오후 “26일 국가안보실장 업무보고를 위해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추가 발사대 4기의 보관 위치가 적혀 있었다”라며 “(이후 위 실장이) ‘발사대, 레이더 등 한국에 전개’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기재한 뒤 업무보고 시 아무런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아 발사대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위 실장은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는 공개했지만,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합의해 이번 보고서에서 삭제토록 했고, 구두로 부연 설명하라고 했다”라고 해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미군 측과의 비공개 합의는 언론 대응 기조다. 국군통수권자에 대한 보고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NSC에 보고돼 대통령 직무대행까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반박했다.

윤 수석이 발표한 내용 중에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추가 반입 사실이 대통령 직무 대행에게 보고됐다는 부분이다. 주한미군과의 비공개 합의에 따라 청와대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는 위 실장의 주장과 달리, 이전 정부에서는 황교안 직무대행에게까지 발사대 추가 반입 정보가 보고됐다는 뜻이다.

국방부가 대통령 직무대행에게는 보고 했으면서도 신임 대통령에게는 보고를 누락한 ‘간 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어떠한 문서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두루뭉술 보고하면 모든 것이 다 은폐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진행한 모든 서류가 30년 간 열람이 불가능한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황교안의 월권 논란

흔히들 이 기록에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 동선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외교 관련 주요 합의 내용들이다. 이것을 모두 봉인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보고 누락을 해도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을 한 것. 본지 취재 결고 여기에는 ▲12.28 한일 위안부 공동 발표와 관련해 생산 및 접수된 문서 목록 ▲사드 운용비용 부담 주체와 관련해 미국과 협의하는 공무수행을 위해 생산 및 접수한 문서 목록 ▲개성공단 폐쇄 결정 절차에서 폐쇄가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책 마련을 위해 생산 및 접수한 문서 목록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담긴 문서들로 황 전 총리가 이를 서둘러 봉인했다.

황교안황 전 총리는 대통령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둔 지난 5월 3일 세월호 당일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생산한 문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서면보고 등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이 문서들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6월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세부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외교·안보 실무급 회의록은 비공개 기록물에 포함됐고, 국가기록원은 특별히 공개할 수 없는 실무회의의 예로 한·일 외교국방실무급회의를 들었다. 문제는 개정 시점이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실무회의에 본격 착수한 직후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기록은 ‘외교 현안’으로 분류돼 무조건 비공개 대상이 됐다. 개정안에 따라 SOFA와 한·미합동위원회 회의록도 비공개로 돌렸고 이에 따라 정부가 사드배치와 관련된 한·미간 실무회의록도 비공개로 묶었다. 박근혜 정부가 기준을 바꾼 것은 외교·안보 분야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의 특수활동비 내역’의 비공개 기간은 늘릴 수 있게 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실무매뉴얼’도 비공개로 묶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황 전 총리다. 그가 사드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구체적 지시 내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건 그가 대선 전 사드 긴급 배치 당시 본국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대선 선거 운동 기간이 한창이던 4월 26일 새벽 한·미 당국이 군사작전을 하듯 사드를 기습 배치한 데 대해 “사드는 장난감이 아니라 무기체계다. 공개적으로 어떤 무기체계를 어디에 배치한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한 달 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패트리엇 배치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이렇게 말했다. 즉 사드와 관련한 모든 내용들이 비공개 내지는 비밀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본인 입으로 자인한 것이다.

서둘러 봉인 이유 있었나

황 전 총리는 이런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드 관련 문서 및 세월호 7시간 관련 문서 등을 모두 서둘러 봉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만든 자료는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되는데 이 중 일부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일반기록물로 분류한다. 일반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정치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경우 등에 지정된다. 하지만 지정 주체가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느냐에 따라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서둘러 봉인해 버린 것이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면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기록물 분류와 이관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었다. 황 권한대행이 권한을 가지게 되면 국정농단 사건 증거들을 대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사실상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가기록원은 기록물 지정권한이 황 권한대행에게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특히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지고 있는 기록물 가운데 일부는 목록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되더라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거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자료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서의 목록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다. 송 변호사는 6월 7일 국가기록원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문서의 목록을 공개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송 변호사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은 세월호 구조활동과 관련된 문서의 제목, 작성시간, 작성자가 적힌 목록이다. 앞서 송 변호사는 청와대에 해당 문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국가기록원 역시 비공개 처분을 내렸고 송 변호사의 이의 신청도 기각했다. 관련 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인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 고등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없으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까지 비공개하도록 한다.

황 전 총리가 주요 문서들을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한 데에는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황 전 총리는 지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면서 여러 논란을 일으켜왔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이다. 황 전 총리는 2014년 11월 당시 황 장관은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과사’ 혐의 적용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시 변찬우 광주지검장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검 관계자들은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은 안 된다는 김주현 당시 검찰국장과 수사팀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조은석 당시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여러 차례 충돌했고, 대검 수뇌부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외압에 반기를 들었던 변 전 광주지검장과 이두식 전 광주지검 차장 등은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으로부터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 역시 대학·사법시험 동기인 김진모 대검 기획조정부장(현 서울남부지검장)을 통해 변 지검장에게 ‘업과사 적용 배제’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해경에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면 세월호 사건이 정부의 과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고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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