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代통령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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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또 “2000년 3월 당시는 (현대그룹) ‘왕자의 난’ 시절이었다”면서 “당시는 현대차(現代車)가 계열에서 떨어져 나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이 좌지우지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형제 가운데 MH가 가장 크게 베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최근 “핵심 실세 K씨를 직접 찾아가 ‘현대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 정치자금 유입 얘기가 나오는데 현대상선 돈이 맞냐’고 물었는데 K씨는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현대상선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따라서 (K씨가) 현대그룹으로부터는 (돈을) 받았지만, 대북송금 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고 K씨와의 면담 내용을 전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또다른 핵심 인사 B씨도 지난 5월 중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현대의 비자금 400억원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현대는 ‘왕자의 난’에 휩싸였을 때였다. MK(정몽구)나 MJ(정몽준)는 그런(정치자금) 제안을 안했는데 MH는 다급했던지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이었다”고 말해 이 거액의 성격이 경영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북송금 특검팀(송두환 특별검사)은 6월17일 박지원 전 장관을 소환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대질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정몽헌 회장의 지시로 2000년 4월 현대건설에서 150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인출해 이를 ‘돈세탁’한 뒤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다음날인 18일에는 현대의 비자금이 모두 400억원에 달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의 성격

영장에 나오는 ‘김영완’은 누구?
현대 비자금 관련 사항 밝혀줄 인물

박지원씨 구속영장에 등장한 ‘김영완’이란 인물이 이번 ‘비자금’ 조성 사건의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핵심인물로 보여진다.
박지원씨 변호인인 김주원 변호사는 “문민정부(YS) 시절 무기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전 장관과는 지난 98년 당시 아무개 장관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언론계 인사들과 잘 알고 있었으며, 돈도 상당히 많아 카지노 사업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이야기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김씨는 98년 J&캐피탈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김 변호사는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비자금 수수에 대해 “작은 돈도 아니고 왔다갔다 한 150억원을 받을 리 없다”면서 “사실이 어찌됐건 간에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유입된 이 비자금은 건네진 시점이나 성격으로 보건대, 정상회담 대가는 물론 대북송금과도 무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북송금 특검의 1차 수사기한 종료(6월25일)를 앞두고 불거진 비자금 정치권 유입 사건은 향후 특검의 수사일정과 방향은 물론 신당 창당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0년 3∼4월 당시는 정몽헌 회장과 함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북측에 타진한 박지원 장관조차도 대북송금 사실을 알지 못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 비자금은 정상회담 대가는 물론 대북송금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한 인사는 이 돈의 성격과 관련해 “이 돈이 정치인을 통해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은 맞지만 당시는 정치자금이라기보다는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을 정부·여당에서 지원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위 인사들의 주장이 맞다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2000년 3월 당시 현대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과 벌인 경영권 다툼을 의미하는 ‘왕자의 난’을 계기로 촉발된 계열 분리과정에서 경영권 우위를 점하고 자신이 주도한 대북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대중 정부 핵심 실세에게 4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한 셈이다.

정몽헌 회장은 이를 위해 현대건설, 현대증권 등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던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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