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해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LA 11기 268명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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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 인선 개판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 LA지역협의회 제11기(2003-05) 명단이 지난 3일 발표됐다. 이 명단은 성정경 전LA 총영사가 서울 평통사무처장에게 추천한 250명과 평통사무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해 위촉된 18명 등 총 268명이다.

세대교체와 참신성을 모토로 해서 선정했다는 이번 11기 위원 명단을 보면 한마디로 거짓이다. 평통이 생겨난 1981년 당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을 제쳐 놓고 “문민정부”가 탄생한 1993년 제6기 평통에서부터 이번 11기까지 무려 12년을 빠지지 않는 위원만도 30명에 이른다. 또 지난 10년을 계속 위원으로 있는 사람도 40여명에 이르고, 지난9기부터 11기까지 3회 연임자도 86명이고 과거 10년 동안에 연임이 아니더라도 3회를 지낸 숫자만도 100여명에 이른다. 이 같은 통계를 볼 때 평통의 체질개선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평통에도 소위 “터줏대감”들이 자리잡고 좌지우지 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11기 위원 중에 평통생활을 6년씩 한 사람들이 전체의 4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미 평통에는 썩은 물이 고여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무려 지난 12년 동안 “장기근속” 명단을 보면 하기환(LA한인회)을 비롯해 한원구(국제한민족재단),차종환(한미교육원),최희만(미주한반도협의회장),조봉엽(한국전참전비후원회장),양석규(로얄문화재단이사장),이청광(전평통회장),이병임(전예총회장),이영송(전한인회이사장),신구현(충청향우회장),안응균(한미은행이사),오인동(한미교육연구원),박양종(전언론인),서영석(전LA한인회장),김지수(전남가주한국학원이사장),김종건(전동부한인회장),김명균(크리스찬헤랄드발행인),길옥빈(한미공화당협회장),김인환(10기평통부회장) 위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동안 정권이 3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이들이 장장 10년 이상을 계속 위원으로 존재해 온 이면에는 각 정권들에게 줄을 댔거나 아니면 해당 정권들이 이용가치가 있어 놔두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들보다는 한 단계 낮은 10년째 들어가는 위원들 중에는 김봉건(재미한국6.25참전동지회장),김홍서(의사),박재호(의사),오구(OC시민권자협회장),임춘택(10기평통재무간사), 이혁(LA한인회수석부회장), 장성균(사업), 조익현(에스크로회사장)위원 등이 있다. 그리고 지난 3기를 연임한 위원 중에는 강대양(LA인권문제연구소장), 에드워드 구(투자자문), 김기현(변호사),김문철(밸리한인회수석부회장), 김재동(의사), 노명수(OC평통), 박덕양(사업), 변태영(인랜드상공회의소회장), 유분자(나라사랑어머니회미서부지회장), 이선주(크리스천헤랄드), (OC한인회장), 정진철(세계한인무역협회장), 조민구(지휘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11기 명단 발표에서 신규 위원이 117명으로 발표됐다. 언뜻 들으면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한 짓이다. 이들 중 적어도 30여명이 과거 평통위원으로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 중 김건진(언론인), 마크 김(판사), 김영빈(KOA센터이사장),에리카 김(LA한인상공회의소회장),김철주(미국명 촬스 김, KAC사무총장), 지정구(KAC이사), 하 스테판(KAC회장), 민병용(전한미박물관장),전수현 (미국명 로라 전, 한인건강정보센터소장), 이용태(전상공회의소회장) 위원 등은 9기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김제호(한우회수석부회장), 유의상(여행업), 안이준(자영업), 김상훈(중앙은행이사),천영철(자영업), 정동근(사업) 위원 등은 7기에서 활동했다.

11기 명단을 보면 유독 눈에 뜨이는 단체명이 보인다.
바로 LA한인회이다. 이번에 신규 5명을 포함해 한인회 소속 사람들이 13명이나 포진됐다. 이는 평통 구성 목적에도 위배되는 인선이다. 이번 11기 위원이 된 한인회 소속은 하기환씨를 포함해 이혁(수석부회장), 이한순(부회장),이동양(부회장),배무한(부회장),정성남(부회장),정인철(이사장),윤호웅(부이사장),방영순,김병수,리처드 구 이사들 그리고 허상길(사무국장) 위원 등이다.

지난 4월24일 총영사관에서 평통위원 후보심사 작업이 있은 다음 하기환(LA한인회장)씨는 중앙일보 5월2일자 독자투고란에 “인선방법 이래도 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총영사관이 주도한 평통위원 심사작업을 맹렬히 비난했다. “불과 한시간에 330명을 선별했으니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A,B,C, 등으로 점수를 매겨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작업” “심사위원들의 ‘연필 굴리기’식 채점” 등등의 언어를 나열했다. OC 한인회의 이양구 회장도 “심사방법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도 역시 심사에 끝까지 남아 있었다.

만약 인선방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하기환씨나 이양구씨는 그 자리에서 뛰쳐 나왔어야 했다. 그것이 심사위원의 자세이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서 실리를 챙겼다. 11기 평통위원에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고 한인회 식구들 그리고 평소 자신을 지지하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또 평소 껄끄러운 관계나 자신의 한인회장 당선 무효에 앞장 섰던 사람들을 될수록 제외시키기에 힘썼을 것으로 보인다. 하씨는 독자투고에서 “결국은 이름이 많이 알려진 후보들은 후한 점수를 받았을 것이고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 대부분이 탈락됐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가 한 행위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도 보인다.

총영사관에서 실시했던 추천인선작업은 그야말로 가관인 방법이었다. “야밤의 밀실작전” 처럼 야바위꾼 스타일의 심사작업은 전임 성정경 총영사가 주도한 것인데 그 자리에는 홍명기 10기 평통회장, 하기환회장, 서영석 회장,미셀 박(평통총무간사)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심사에 나섰다. 후보들에 대해서 A(3점) B(2점) C(1점)로 등급을 매기는 방법인데 후보들의 신청서에 적힌 신상명세서를 보고 매기라는 것이다. 하기환씨 말대로 “연필 굴리기”식으로 하여 박스안에 넣으라는 것인데 세상천지에 이런 심사를 버젓이 실시한 총영사관도 문제지만 여기에 가담해 공모를 한 심사위원들도 문제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방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총영사관의 작전은 변경될 수 없었다. 한마디로 ‘개판심사’였다. 홍명기 회장이나 서영석 회장 등은 하기환 회장 등과 함께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평통안에서 심으려고 서로 자기편들을 끌어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미셀 박씨는 젊은세대 영입과 여성들 영입이란 명목으로 심사위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이를 대표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번 심사결과 젊은세대층 선임에 있어 KAC(한미연합회)측이 무려 4명이나 포함된 것은 타 젊은세대 단체와 비교해서 볼 때 분명 의혹의 대상이다. KAC 소속으로 김철주(챨스 김, 사무총장),하 스테판 회장,지정구 이사,최영혜 프로그램담당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11기에 한인사회의 대표적 1.5세 단체인 KYCC의 송정호 관장이 영입되지 않은 것을 보면 여러모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10기에 있었다가 11기에 인선되지 않은 사람들의 면모도 관심사이다. 이들 중에는 강금자(주부클럽회장),김원보(한미문화협회장), 길민택(CPA),김태수(9기평통OC지회장),박평식(아주관광대표),김상호(미주상공인재단회장),김준배(예총회장),이재권(탈북난민보호남가주연합회사무총장),신영균(전SAT-2재단이사장), 정재훈(롱비치한흑회장),조남태(재향군인회서부지회장),그레이스 한(한인회이사),한춘교(태권도협회장)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괘씸죄”로 탈락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11기에 스스로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지금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재권씨는 평소 평통내에서 홍명기 회장의 운영방침에 강한 비판을 보여 온 위원이었다. 조남태씨는 LA한인회 선거부정을 비판한 단체장이다.

이번 11기 명단 발표는 지난 5월초 라디오코리아와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LA평통추천자명단’이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당시 평통위원으로 추천된 118명 중 이번 확정 명단에는 불과 49명만이 위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추천명단으로 이관옥(1기 평통회장),박상원(이민100주년기념 남가주사업회 사무총장),이예근(재미국악원장),이종구 회장,이춘자(독립투사협회회장) 등이 발표되어 이들이 확정자로 미리 알려지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그 당시 이 불확실한 명단 발표를 두고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서로 상대방을 헐뜯는 추태를 벌였던 것이다. 중앙일보가 5월1일자 먼저 추천명단을 지면에 게재하자 한국일보는 2일자에서 “웬 평통명단?”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평통접수 명단을 평통위원 명단인 것 처럼 ‘모 방송’과 ‘모언론’이 보도했다”며 긁었다. 여기서 ‘모방송’은 라디오코리아이고 ‘모언론’은 중앙일보이다.그러나 사실 한국일보도 5월1일자에서 “평통신규 후보자 118명”이라고 보도했었다. 마치 자신들의 기사가 정확하다는 식이었다. 애초 이 명단은 라디오코리아가 입수해 4월30일에 뉴스 시간에 보도했는데 중앙일보가 이 명단을 라디오코리아로부터 입수했고, 역시 한국일보도 라디오코리아에게 애걸복걸해 얻은 명단을 서로가 ‘진실’이라고 우긴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당시의 보도가 ‘오보’임이 이번 11기 명단 발표에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은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동포로서 평통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이다. 이는 평통의 법과 시행령에 분명히 규정해놓고 있다. 평통자문회의 법 제10조(위원의 위촉)에 따르면 제2호에 “…해외동포 대표 등 국내외 각 지역에서 민족의 통일의지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 또한 제5호에 “기타 조국의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의지가 확고하고 통일과업의 수행에 기여하였거나 할 수 있는 대표급 인사”로 위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처에서 통보된 것을 “낙하산 인사”로 낙인찍어 버리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사무처에서 정하는 추천에서도 물론 생겨 날 수 있지만 총영사관에서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법과 시행령에 의거해 두가지 방법으로 해외동포들이 평통위원에 위촉될 수 있는데 문제는 사무처가 추천하는 것이나 총영사가 추천하는 것이 올바른 정신에서 법대로 집행을 하지 않은데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는 총영사관이나 사무처에서 추천한 인물들이 제대로 선정이 됐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번 총영사관에서 행한 심사는 방법이나 집행면에서 한인사회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밀실의 야바위꾼” 장난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한편 사무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해 위촉한 18명 중에는 아주 특이한 인물들이 있다. 양효길(전 상공회의소회장),김상훈(중앙은행이사),안이준(전 한미은행이사장),안종식(봉재자영업),채희원(자영업),천영철(자영업) 위원 등 6명은 코리아타운에서 잘 알려진 올드 타이머 들이다. 이들은 과거부터 한인사회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한 봉재업계를 이끌어 가던 비즈니스맨들로서 타운 은행설립에도 한 주춧돌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함께 위촉된 노사모 출신들을 포함한 고동원, 김동진, 김수철,김진섭,남진선,라성원,문영조,성현경,안기홍,조형철,진철희,황호 위원들과 함께 11기 평통에서 새 바람을 불어 넣는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보여 “개혁의 축”으로 등장해 기존의 평통 세력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 18명의 공과는 2005년 11기 평통의 임기가 끝나면서 판가름 나는 단서가 붙어있다.

성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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