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 인수에 물먹은 벤 홍… ‘노욕이 코리안 뱅크 이미지 추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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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앞섰던 「벤 홍」, PUB 인수전에 쓴맛
무리수 자충수 나라은행 「과욕과 오판」

등돌린 기관 투자사…
나라은행 규모로 2억불 유치 시도는 애초부터 무리수

나라은행으로부터 3개월만에 퇴출 당한 홍승훈 전 행장은 벤자민 홍 행장의 ‘2선 후퇴’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 그리고 자신의 행장 경영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최대의 실수였다.


애초 아시아나 은행에서 규모가 큰 나라은행의 “고용 행장”으로 올 때 부터 그 점을 알았어야 했다. 또 그는 벤자민 홍 행장이 이사장으로 가면서도 나라은행의 경영을 섭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어야 했다. 은행내부의 직원들의 동태를 컴퓨터와 머리 속에 입력해 놓은 벤자민 홍의 속셈을 홍승훈 전 행장이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PUB ‘라는 “맛나는 물고기” 낚시대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판 낯설은 호수가에서 PUB라는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는 떡밥도 중요하고 낚시대를 던질 몫도 중요했다.

여기에 벤자민 홍 행장이 나타나 엉뚱한 곳에 낚시대를 던진 홍승훈 전 행장을 몰아내고 자신이 낚시대를 잡게 됐다. 그러나 벤자민 홍 행장이 PUB(임시행장 데이빗 워너)를 두고 한미은행(행장 유재환)과 생사를 겨룬 혈전을 벌였으나 또 다시 한미은행에 무릎을 꿇게 됐다. 과거 98년 당시 글로벌 뱅크를 두고 서로 경쟁을 벌였으나 글로벌은 나라은행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은행의 치마폭으로 들어갔다. 당시에도 벤자민 홍 행장이 먼저 합병을 제시하고 달려 들었던 것이다.

이번 나라은행의 패배는 벤자민 홍 행장의 패배나 다름없다. 그의 끝없는 욕망이 그 자신은 물론 나라은행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이다. 그는 이번 PUB 인수를 위해 전임 행장인 홍승훈씨를 취임 3개월만에 몰아내고 자신이 직접 인수를 지휘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만약 나라은행이 PUB를 인수했다면 명실상부 한국계 은행으로서는 한미은행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설 수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괘씸죄”를 적용해 홍승훈 행장을 퇴출시킨 것은 커뮤니티 은행의 신뢰도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다. 비단 나라은행의 신용이 아니라 한인계 은행의 신용에도 금이 갈 수 있는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나라은행 PUB 인수 고배
벤자민 홍 임시행장 사면초가


나라은행은 메이저 홀더(Major Holders)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내부의 주주(약 144명)들이고 또 하나는 외부 금융기관들이다. 주식분포를 보면 내부 주주들의 지분이 18%이고 뮤추얼 펀드들이 30%, 뮤추얼 훌로트가 36% 그리고 기간 투자자들이 10% 등이다.

나라은행이 PUB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억 달러 정도의 캐쉬 투자가 필요했다. 왜냐하면 한미은행이 적어도 1억6천만 달러를 캐쉬 투자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자금운용을 위해서는 나라은행 내부적으로나 외부 투자기관들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했다. 그러나 벤자민 홍 행장이 홍승훈 전 행장을 몰아내는 악수를 두는 바람에 외부 투자기관들이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외부 기간투자가들이 나라은행과 벤자민 홍 행장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한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최근 나라은행의 사태에 대해서 “아시아 금융기관을 바라보는 미주류사회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나스닥에 상장하고 있는 나라은행은 일반 투자자들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벤자민 홍 행장은 자신을 너무나 과신한 나머지 노욕을 부리고 만 것이다. 주위에서 자신과 나라은행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1위의 한국계은행”이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라은행의 영향을 주고 있는 홀더(Holder)들 중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주식 524,000주), 와사치 어드바이서 인코퍼레이션(주식 403,083 주), 바클레이스 뱅크(주식 386,339 주), FMR 코퍼레이션(주식 314,591),
ADAM 인코퍼레이션(주식 202,800 주) 등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10개의 톱 홀더들의 응락이 없고서는 2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들 홀더들은 홍승훈 전 행장의 취임과 더불어 나라은행에 새로 투자를 한 것인데 3개월만에 은행장의 목이 날라가니 이들 홀더들도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국제적인 투자가들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서는 한동안 “나라은행의 행장 전격사임”을 두고 서로 정보를 얻으려 야단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벤자민 홍 행장은 나라은행의 지주회사인 나라뱅콥 이사회를 통해 여러모로 궁리를 해보았으나 한미은행과 상대해 배팅을 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감지했다.

누구보다도 나라뱅콥 이사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나라은행은 자본금에 비해 벤자민 홍 행장과 민 킴 전무의 주도하에 대출된 사업융자금이 많아 은행 자체에서 자금을 융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한미은행과의 베팅 싸움에서 불리한 여건이 많이 나타났다.

벤자민 홍 행장은 상대방인 한미은행이 쥐고 있는 “히든 카드” 들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으나 확실한 숫자는 모르고 있었다. 섣불리 있는 돈을 다 질렀다가는 그 자신은 물론 나라은행까지 심대한 타격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벤자민 홍 행장은 한미은행과 일전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권토중래할 기회가 오기는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의 나이도 70을 넘어선 것이다.

나라은행 이사회는 메이저 홀더들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PUB를 인수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한미은행과 캐쉬 벳팅을 무리하게 경쟁할 수 없다는 상항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인수 전쟁터에서 퇴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출혈경쟁을 하면서까지 인수전쟁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 된 것이다.

그래서 벤자민 홍 행장은 이번 PUB 인수작전에서 한미은행의 인수팀에게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홍 행장은 과거 한미은행을 자신이 키워 놓았기에 한미은행 인수팀의 작전을 잘 안다고 장담해왔다. 그러나 홍 행장이 이끈 나라은행 인수팀은 애초부터 한미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벤자민 홍 행장은 PUB 인수에 있어 한미은행을 제치고 1위 은행이 될 자신이 있다고 공언 해왔다. 그것이 그의 꿈이기도 하고 한미은행에 대한 그 자신의 보복을 완수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벤자민 홍 행장은 한미은행을 우습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언론들은 “나라은행과 한미은행이 막상막하로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이같은 보도는 평소 벤자민 홍 행장의 능수능란한 언론 플레이 때문이었다.

나라은행 내란 더욱 불거져
차기행장 초미 관심사로…

이번 PUB 인수경쟁에서 나라은행의 벤자민 홍 행장은 전투에서나 전쟁에서 모두 패배한 것이다. 싸워서 진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 나가려고 출진차비를 해보니 나라은행 군사들이 이미 싸울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방인 한미은행이 이미 유리한 고지들을 모두 점령했기 때문이다.

실지로 이미 초반부터 미증권가와 금융계 그리고 한인은행가에서는 한미은행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한미은행은 과거 홍 행장이 키워논 당시의 은행 실력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 국제적으로도 “착실한 커뮤니티 뱅크”로 인정을 받을 만큼 성장했던 것이다.

이번 성공적인 인수작전을 끝낸 유재환 한미은행장은 “우리의 메니지멘트 팀의 작전이 유효했다”라고 한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미은행은 PUB 인수를 위해 자금조달과 금융컨설팅 그리고 법률팀 등 3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한미은행과의 전쟁에서 허무하게 무너진 나라은행은 앞으로 내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금까지 벤자민 홍 행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직원들이나 일부 이사들이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지금까지 벤자민 홍 행장의 경영 방식을 추인하는 쪽으로 지내왔는데 앞으로는 안건을 집고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우선 PUB 인수 실패에 따른 책임 규명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계기로 차기 행장이 선임되는 내년 상반기에 벤자민 홍 행장이 완전히 경영 일선에서 은퇴할 지도 모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나라은행 내부적으로도 민 킴 전무의 독주시대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벤자민 홍 행장의 절대권력 체제에도 변동이 올 것으로 보인다. 구본태 부행장은 원래부터 벤자민 홍 행장의 왼팔 격이고 민 킴 전무가 오른 팔 격이었다.

그러나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민 킴과 경쟁적인 보니타 이(Bonita Lee/Vice-President) 수석부행장의 행보가 다시 관심이 되고 있다. 차기 행장이 선임되면 보니타 이 수석부행장이 다시 발탁될 소지가 많을 것으로 은행가에서는 점치고 있다. 보니타 이 수석부행장은 11월3일 현재 주식 16,998 주를 갖고 있다. 은행 경력 17년째로 알려진 보니타 이 부행장은 외부로 나타내려는 자세보다는 실무 중심의 노력형으로 알려졌다. 은행 직원들의 신뢰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번 PUB 인수전쟁을 두고 타운에서는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금년에 나라은행이 인수한 지점과 은행만 따져도 4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결국 벤자민 홍 임시행장은 먼 발치에서 한미은행을 처다보는 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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