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처남 권기문씨 우리은행 LA지점 전격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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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중앙일보 10일자 최초보도
LA 한인들 권씨 발령 반응 엇갈려…

한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척이 LA코리아타운에 자리잡은 본국은행의 해외지점 간부로 발령받아 그 이면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권기문씨(49)로 청와대 영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동생이며 노 대통령에게는 처남이 된다.

▲ 한인들의 거리 올림픽 가의 위치한 우리은행 LA 지점.
ⓒ2004 Sundayjournalusa

한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인척이 LA코리아타운에 자리잡은 본국은행의 해외지점 간부로 발령받아 그 이면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권기문씨(49)로 청와대 영부인 권양숙 여사의 친동생이며 노 대통령에게는 처남이 된다.

권씨는 우리은행 부산지점의 기업영업 지점장이었다. 이번 권 씨의 인사발령은 총선열기가 한창 치솟고 있을 지난 11일 시행됐다. 당시 우리은행측은 총 258명에 대한 승진과 전보 발령을 내려 권 씨의 발령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발령 인사 중에는 여성이 최초로 영업본부장에 올라 모든 언론들이 여성승진에 관심을 쏟았다. 노 대통령의 인척의 인사발령이 눈에 뜨이지 않게 될 수도 있었을 분위기였다.

이번 권 씨의 LA지점 발령은 정상적인 금융기관의 인사정책과는 다소 동 떨어져 여러모로 의구심을 품게 한다. 우선 현직 대통령의 직계 처남을 해외 지점망에 전보했으나 새로 부서를 만들어 발령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부서가 아니라 새로 권 씨를 위해서 해외 지점망에 특정부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LA지점 조사역(Research Officer)이 바로 새로 부임하게 될 노 대통령 처남의 자리이다. 현재 10명 이내의 LA지점에서 조사역은 필요충분한 자리가 아니다. 이 자리는 일을 하려면 끝없이 해야 하는 자리이지만 책상만 지키고 있어도 되는 자리다. 말하자면 LA에서 일하게 될 권 씨에게는 시간이 많다는 셈이다. 은행의 기존 간부가 기를 쓰고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이 같은 분석에서 보면 권 씨는 모종의 임무가 부여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권씨의 발령을 두고 서울의 우리은행(행장 황영기) 측이나 LA지점 관계자들 모두가 말하기를 극히 꺼려 하는 분위기다. LA 지점(金종운) 측은 본국의 본점 은행에서 실시한 것이라 내막 자체도 모르고 있는 형편. 우리은행 본점의 한 관계자는 (이름과 직책을 밝히지 않고서) “우리은행 해외지점망의 확장을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면서 “해외 펀드자금 유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권씨가 LA지점에 꼭 필요한 사람이냐”라는 질문에는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우리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본점에서 승진을 하려면 해외지점 근무도 평가에 들어 간다”고 묘한 대답을 하였다.

성진<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권기문 씨는 지난1973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현재는 부산의 부산 경남 기업영업 본부의 기업영업 지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만 30년을 근무했다. 그러나 은행에서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직책은 아니다. 우리은행의 인사체계를 보면 계장에서 부점장까지 올라가려면 보통 20년 정도 걸린다.

일반적으로 계장에서 대리까지 3년, 이어 과장까지 5년 그리고 과장에서 차장은 다시 5년, 그리고 부지점장까지 3년으로 도합 20년이다. 이런 승진 계단을 볼 때 권 씨가 지금까지는 승진이나 부서 서 직에 뛰어난 인재로는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기관들 속성상 노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기에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이 대통령의 인척을 최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번 인사에서 LA지점에 없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보내는 것도 의구심을 받을만한 것이다. 우리은행 본점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 은행에 노 대통령의 처남이 근무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코리아 타운의 한 은행관계자는 이번 권 씨의 LA인사 발령에 대해 “최근 본국 은행들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치작전에 인원을 파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번 권씨의 인사발령은 유치작전과는 크게 관련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전망했듯이 현재 한국의 은행들이 외국인 투자유치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과거의 외환은행이 행했던 업무를 유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우리은행은 외국인투자 지원팀을 통해 투자상담은 물론 법률과 세무상담 서비스를 제공,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 4억 달러에 이어 올 3개월간 2억3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우리은행이 “외국인 큰 손 잡아라”에 나선 것이다. 이같이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창출 방안으로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위해 전문적인 금융서비스와 상담을 제공하는 외국인투자업무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외환은행이 주도하던 외국인투자업무를 둘러싼 은행들의 유치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본국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 1·4분기이후 외국인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관련 금융서비스와 투자상담을 제공하는 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히 외국인 기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활성화 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13 일 “부산지점의 권 지사장이 11일 인사에서 LA지사로 발령 받았으나 지사에 부임하는 것은 총선 후가 될 것”이라면서 “권 씨가 해외근무자로 비자 수속절차 등에 적어도 3-4개월은 지나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권 씨가 발령 받은 지점의 조사역은 본점에서나 설치되는 역할이지 소규모인 LA 지점 같은 에이젠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부서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처음 LA에 진출했을 때 조사기능이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권 씨를 위해서 일부러 만든 부서로 볼 수 있다. 본국은행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코리아타운의 한 금융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번 권 씨의 LA 발령은 여러가지로 모호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본국은행의 속성상 부서나 직책은 때에 따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본국정계와 선을 대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재정관계 비리로 사법 처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권 씨의 LA 발령은 묘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가장 신임할 재무관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도 아주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그럴 경우 은행에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영부인의 친동생이라는 점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은행 측으로 볼 때도 권력의 핵심과 교감을 지닐 수 있는 인물을 한 직에 그대로 둘 수는 없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타운 일각에서는 이번 권 씨의 LA 발령을 두고 전직 대통령인 DJ의 인척들이 비자금에 관여했던 것처럼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도 따라 할 것이 아닌가로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한다. 타운의 전직 야당 계열의 한 관계자는 “DJ보다 한 수 더 배워가는 노 대통령이 어떤 수를 놓을지 주목이 된다”면서 “이번 인척의 LA진출도 두고 볼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귄기문 씨 전보발령 인사 때 황의선 학동지점장을 여성 1호 영업본부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부점장급 258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또한 이번 인사에서 영업실적이 우수한 김진미 씨 등 4명의 여성 부지점장을 지점장으로 발탁해 여성 지점장 수가 27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고주의나 청탁을 철저하게 배격한 채 영업실적을 가장 중요한 인선의 잣대로 삼은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며 “영업력 강화를 위해 직원의 영업점 근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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