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단소리 – 한국적 발렌타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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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마다 2월14일이면 St.Valentine의 이름을 걸고 사랑하는 이성에게 쵸코릿, 꽃, 선물을 주고받는다. 성 발렌타인은 누구일까?

기독교 교회에는 3명의 Valentine 또는 Valentinus라는 이름의 순교자가 있다고 한다. 한 전설, 3세기 로마 시대에 발렌타인이라는 사제가 투옥되어 있었다. 당시 Claudius II 황제는 군 전력유지를 위해 법으로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하였는데 발렌타인은 몰래 젊은이들을 결혼시켜다고 한다.

이 사실은 들통나고 Clauius II 황제는 발렌타인을 사형시켰다고 한다. 또 하나는 발렌타인은 감옥에서 젊은 여자(교도관의 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가 죽임을 당하기 전에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 오늘날 사용하는 표현인 From your Valentine 으로 사인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서기270년경에 일어난 발렌타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식을 2월 중순에 가진 것이 유래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교도 축제인 Lupercalia를 기독교화 하기 위해 발렌타인 축제를 행사화 하였다고도 한다.

당시 Lupercalia축제에 젊은 여자들은 자기 이름을 큰 항아리에 적어 넣고 남자들이 항아리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짝짓기 행사가 있었다. 이를 교황이 보기에 이 축제행사가 매우 비 기독교적이며 위법적이라고 생각하여 서기498년에 2월14일을 St. Valentine’s Day로 선포하여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에서 2월14일을 이른 바 새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날이다고 하며 그래서 이날을 그날로 정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발렌타인데이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때는 17세기부터이며 18세기 중엽까지 친구간, 연인간에 전 사회계층에서 연정을 표시하는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이날 영. 미. 불 등 소수의 나라에서는 카드와 초콜릿을 연인에게 선물하는 풍속이 있지만 정작 발렌타인의 고국인 이탈리아에도 그런 습속은 없다. 이날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도 그 원천을 따지고 보면 불순하다.

초콜릿의 원료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그 원산지인 멕시코의 아즈텍인 들에게 있어 최음약이었고, 18세기 유럽에서는 색남 카사노바가 초콜릿을 먹여 부인들을 유인한 것이 뿌리가 되어 은밀한 침실의 묘약으로 알려져 유럽의 상류사회에선 내놓고 먹을 수 없는 금단의 식품이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초콜릿을 장사 잇속이 밝은 일본인이 발렌타인데이와 결부시켜 사랑의 선물로 치장하여 유행시킨 것이다. 고향 한국에서 발렌타인 데이까지 끌어들여 극성을 떨고 있는 몰지각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자. 백화점이나 제과점에서는 발렌타인 대축제니 페스티발이니 하여 법석을 떨며 분별 없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 유인하는 상혼을 과시하고 있다.

수십 억 원대의 초콜릿이 수입되고 하나에 수 만원짜리 발렌타인 초콜릿까지 나왔다 하니 발렌타인 광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신토불이 발렌타인 데이를 만들자. 우리나라에도 연인의 날이 있다.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정월 대보름의 탑돌이는 우리 고유의 발렌타인데이 풍속이었다.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었던 신나는 축제날이었던 것이다.

연중 단 한 번의 공식외출을 허락 받았던 정월 대보름날 밤에 다리를 밟다가 눈이 맞은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자들의 상사병을 보름병이라 했다. 대보름날도 한국의 발렌타인 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날(양력 3월5일)이 또한 연인의 날이었다. 경칩이 봄의 절기이고 보면 동서고금의 사랑의 날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이 무렵인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이다.

물론 외국 사람들처럼 동물적으로 상스럽게 짝을 짓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고상하고 추상적으로 사랑을 하였다. 은행나무에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있는데 서로 마주 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가 결실을 한다는 순결한 사랑을 느낀다 이날 정을 돋구고 싶은 부부나 멀어진 정을 결속시키고 싶은 부부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처녀 총각들은 은밀히 숨어서 은행을 나눠먹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을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승화시켰던 우리 선조들 정말 멋있었다. 또한 달콤하지만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질 초콜릿 같은 사랑이 아니라, 쓰지만 영원히 변치 않을 은행 같은 사랑을 나누었으니 우리 조상들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또 하나는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를 가로질러 상봉하는 날이다.
이날 밤 아가씨들은 걸교라 하여 반원형의 달떡을 빚어 놓고 베 짜는 솜씨와 바느질 솜씨를 비는 민속이 있는데 걸교- 재주를 비는 행위-는 명분이요, 실속은 마음먹은 사람을 움직이게 해 달라거나 시집가게 해달라는 사랑의 기도였음이 우리 옛 잡가나 속요에 보면 잘 나타난다.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더불어 입을 대는 표주박을 합근박이라 하는데 이 사랑의 표주박을 칠석날 가려 심는 것도 사랑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먹는 반달 떡을 `짝떡’이라 하는데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의 떡이란 의미이다.

원색적인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릿에 비겨 짝떡은 얼마나 낭만적이며 시적인가? 나라가 아무리 부유해도 민족의 정신이 사라지면 식민지 노예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청소년은 민족의 미래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민족 고유의 풍속을 개량 계승하여, 정월 대보름(음력 1월15일)이나 경칩(양력 3월5일)·칠석(음력 7월7일)을 [우정과 사랑의 날]로 기념하여 서로에게 부럼(땅콩, 밤, 호두 등)을 선물하거나 지난 가을철에 책갈피에 넣어 말려둔 은행잎에다 사랑의 시를 적어 전하고, 신토불이 은행씨앗을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의 징표로 선물하면 참 좋겠다.

문의 : 자비원 (323)735-2784 / (213)268-2986
주소 : 1224 Crenshaw Blvd. LA 9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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