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 날씬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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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가 더워지고 하루가 다르게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질 시기다. 실제로 우리나라 10대 여학생 3명중 1명이 다이어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다이어트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선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후유증도 커져

식이장애란 자신의 몸매와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음식섭취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 병이다. 지나친 체중감소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며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는가 하면, 특히 청소년들의 성장발달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국내 10∼20대 여성의 0.7∼0.8%가 식이장애를 앓고 있으며 10% 정도가 식이장애에 걸릴 수 있는 고위험군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식이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10배 정도 많이 발견되고, 사회수준이 높으면서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국가일수록 유병률이 높다.

▲왜곡된 미의식, ‘날씬’을 넘어 ‘젓가락’ 수준

식이장애는 마르고 싶은 욕망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먹는 것을 아예 거부하거나 먹은 음식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는 행동을 특징으로 한다. 과도한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인한 식이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대식증이 대표적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식사를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일명 거식증이라고도 한다. 병명만으로는 식욕이 없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식욕은 정상적이면서 다이어트를 위해 병적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들은 주위 사람들이 걱정을 할 정도로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체중증가나 비만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거나 아주 조금만 섭취한다.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월경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이 병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신경성 대식증은 한꺼번에 다량의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폭식증이라고도 부르지만, 폭식 후에 구토 등의 제거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폭식증과는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양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어치우고, 과식과는 달리 배가 불러도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이다. 폭식은 대체로 다이어트 직후나 스트레스가 증가할 때 발생하며 폭식을 한 후 체중증가가 두려워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토하거나 구토제, 설사약, 이뇨제 등을 상습적으로 복용한다. 주 2회 이상 폭식과 구토를 하는 악순환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신경성 대식증 환자로 진단된다.

▲합병증으로 몸도 마음도 함께 병들어

누구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싶어한다. 하지만 보석을 연마하듯 자신을 갈고 닦는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시간 내에 목적을 이루려는 성급한 마음에 문제가 있다. 또 은연중 여성들에게 다이어트를 부채질하는 외모지상주의도 그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식이장애는 외모와 체형에 가장 민감한 10, 20대의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경우 극단적인 체중감소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심한 체중감소 및 식사제한으로 인한 탈모증, 체온저하, 피부건조증, 그리고 전해질의 불균형이 불러올 수 있는 신장 및 심장 기능의 장애 등의 내과적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신경성 대식증은 반복되는 구토로 인해 위와 식도가 손상되며 잇몸이 상하고 치아의 에나멜이 부식되어 충치에 쉽게 노출된다. 혈관이 붓는가 하면 침샘이 비대해져 다람쥐처럼 뺨이 볼록해지기도 한다. 특정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불안, 몸매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 등이 불안·강박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체중계를 없애고 식생활 일기 써라






식이장애 환자들은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숨기려고 하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은 더욱 어려우므로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는 식생활 일기를 쓰게 하면서 체중은 1주일에 한번만 재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음식섭취는 갑자기 정상적인 식사로 바꾸려 할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바꿔가는 게 좋다.

치료는 인지행동요법, 가족치료 및 교육, 대인관계치료, 영양관리 및 교육 등을 병행, 다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식사행동의 장애뿐만 아니라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마음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자존심이 떨어진 것, 기분의 변화가 심해지거나 불안·우울 등의 정서상태,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개인면담을 통해 풀어나간다. 심리극, 음악, 미술요법도 심리적인 갈등 해소와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 전문의들은 “환자를 대할 때 나무라지만 말고 자신의 심리적 상태와 행동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면서 “환자로 하여금 치료에 흥미를 갖게 하고 폭식과 구토 행동의 의학적 결과에 대해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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