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영화에 대처하는 싱글들의 자세!

이 뉴스를 공유하기















그나마 서로 낙엽던지며 뛰어다니는 눈꼴 시려운 커플들을 피해, 숨어둔 극장 스크린에서도 연일 ‘연애질’을 해대는 주인공들을 대할라 치면, 왠지 어두운 극장에 숨어든 삶이 궁색해져 보이기 시작한다.


에이즈에 걸려 조기사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난 ‘사랑밖에 모른다’고 울부짓는 시골총각 황정민의 세레나데 ‘너는 내 운명(박진표 감독)’, 서른살 자락 비로소 사랑으로 충만한 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김정은의 소나타 ‘사랑니(정지우 감독)’, ‘사랑은 원래 힘든거야’라며 차분하게 충고하는 ‘외출(허진호 감독)’ 등을 앞에서, 영화관 티켓창구를 찾은 싱글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볼 것이냐 말것이냐, 그것이 문제구나’


▶’단기 악재’가 두렵다


싱글과 솔로들이 멜로 영화가 넘쳐나는 가을 극장가에 그나마 슬기롭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의 로드맵을 그려보기 시작하자, 바로 ‘단기악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극장가를 장악한 멜로 영화들로 인해,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진 싱글들은 일단 맘을 굳게 먹어야 할 듯 하다.


이미 개봉된 멜로 영화들에 더해, 한국과 할리우드, 그리고 유럽의 멜로영화까지 다국적 멜로연합군이 한국 상륙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곧 개봉을 앞둔 한국 멜로 영화 두편에 싱글들은 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인해전술 전략을 택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민규동 감독)’과 ‘새드무비(권종관 감독)’가 첫 상대다.


두 영화 합쳐 총 9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명수로 따지면 18명이다. 그리고 영화 자체도 시종일관 가슴 아프게 사랑하는 얘기다. 더욱이 영화는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 싱글 관객들이 두 영화를 모두 관람할 경우, 총 18번의 가슴아픈 이별과 해피엔딩을 지켜봐야 한다.


이는 힘든 일이다. 통상 영화 한 편당 한 커플의 가슴 떨리는 해피엔딩을 지켜보기도 버거운 싱글들의 ‘상심’에 비춰볼 때 이 영화들은 가히 ‘911테러’에 가깝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화려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황정민-엄정화, 임창정-서영희, 김수로-김유정, 주현-오미희, 윤진서-정경호 등의 배우가, ‘새드무비’에서는 정우성-임수정, 차태현-손태영, 신민아-이기우, 염정아-여진구 등, 인해전술을 무기로 내새운 멜로 블록버스터들이라 할만하다. 각각 오는 7일과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두 편 멜로영화의 단기악재에 싱글들은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 ‘물 건너온 다섯편의 멜로영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물 건너온 외국 멜로 영화 다섯 편, 역시 쉽지 않은 상대들이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요소 다분한 ‘로맨틱 코미디’라면 그래도 봐줄만 하다. 웃음은 만병의 특효약 아니던가.


일단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저스트 라이크 헤븐(마크 워터스 감독)’과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패럴리 형제 감독)’는 코미디 양념이 듬뿍 들어가, 멜로 영화의 특유의 느끼함과 달콤함을 많이 없애 다행이다.


특히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미국여성 관객의 사랑에 힘입어 지난달 미국 개봉 주말(9월 16∼18일), 1650만 달러의 수익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한 작품이다. 한국 여성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한국 싱글 남성들 역시 리즈 위더스푼의 귀여운 매력과 극장을 찾은 여성 싱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위기 속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다. 12월 초 국내에 개봉된다.

















10월 7일 개봉하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도 싱글들이 가뿐하게 보아 넘길수 있는 멜로 영화다. 드류 베리모어의 여성적인 매력에, ‘덤 앤 더머(1994)’,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1998)’, ‘붙어야 산다(2003)’ 등에서 독특한 코미디 멜로를 선보인 패럴리 형제 감독의 상상력으로 인해 싱글들에게는 차라리 코미디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친구, 지미 펠론을 향한 드류 베리모어의 상냥한 배려심에 싱글 남성들은 눈살을 찡그릴 수도 있고, 지미 펠론의 유쾌한 순애보에 싱글 여성들의 심기가 불편해 질수도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싱글들은 다음 외국 영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의 가슴저리는 멜로영화 ‘빨간 구두(원제 Don’t Move,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시카고의 세 남녀가 그리는 사랑이야기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원제 while you’re falling in love, 폴 매기건 감독)’, 짐 캐리가 코미디를 등지고 멜로배우로 귀환한 ‘이터널 션샤인(원제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미셸 공드리 감독)’ 등이 그 ‘당사자’들이다


‘빨간 구두’는 싱글들이 옛 사랑의 추억을 다시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영화로 가슴 속 깊이 잠재된 동경과 욕망이 붉은 톤의 영상속에서 쉼없이 꿈틀대는 작품이다. 특히 신비스럽고 오묘한 시골 처녀로 변신한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으로 인해 2004년 이탈리아 개봉 당시, 장기 상영중이던 로맨틱 코미디 ‘러브 액츄어리’를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도 했기 때문에 싱글남성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남녀 싱글 모두가 신경써야 할 작품이다. 분위기 있는 꽃미남 배우 조시 하트넷과 ‘트로이’에서 각각 헬레네 및, 브리세이즈 역을 맡았던 다이앤 크루거와 로즈 번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깊고 짙은 눈에 낮게 깔린 목소리, 매끈하고 탄탄한 몸매를 갖춘 조시 하트넷의 매력적 연기는 싱글 여성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첫 눈이 내리기 시작한 늦가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남녀의 사랑이 배경만큼이나 아름다워, 자칫 눈물 잦은 싱글들의 눈물샘을 다시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터널 선샤인’의 개봉으로 싱글들은 할 말을 잃었다. 마른 하늘의 날벼락도 유분수지, 짐 캐리의 배신은 가슴 허전한 가을 싱글들은 두번 죽이는 일이라 서운한 맘을 금할 길이 없다. ‘마스크’, ‘브루스 올마이티’,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에서 싱글들의 외로움을 유쾌한 웃음으로 날려주고 했던, 우리의 ‘짐 캐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멜로 영화라니. 그것도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타이타닉’ 배 앞에서 팔벌리며 환화게 웃던 케이트 윈슬렛, ‘스파이더 맨’의 연인 커스틴 던스트과 함께 출연해, 전세계 관객들의 멜로감성을 자극할 계획이라니 말이다. 그러나 작품성이나 대중성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제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미국 개봉 당시, 현지언론들이 짐 캐리 감성 깊은 멜로 연기에 호평을 보낸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싱글 여성들이 또 다른 짐 캐리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작품이다.


‘빨간 구두’는 10월 14일,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10월 13일, ‘이터널 선샤인’은 11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볼 것이냐, 말 것인냐’ 그것이 문제인데


선택만이 남았다. 볼것인가 말것인가. 물론 멜로 영화만이 극장에 걸리진 않을 것이며, 동성친구들과 극장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을, 멜로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싱글들이 존재하고, 작품성마저 갖춘 멜로영화들이 개봉되는 현실에서 그냥 지나칠 수 만은 없다.


결국 문제의 본질과 해법은 여기로 귀결될 듯 싶다. ‘혼자 볼 것인가, 누군가 만들어 함께 볼 것인가’, 역시 이것이 문제였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