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리스트 토비 도슨 부친 상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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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여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스키스타 토비 도슨(29,한국명 김수철)선수가, 26년 만에 친아버지 김재수(53)씨와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진 친아버지 김씨는 하염없는 눈물을 통해 26년간 떨어져 있던 아들을 맞이했고, 도슨 선수는 그런 아버지를 뜨겁게 포옹하며 달랬다. <뉴스포스트>에서는 눈물의 상봉현장을 취재했다.


아버지는 울고 아들은 달래고
지난달 28일, 소공동 롯데호텔 기자회견장은 극적인 부자 상봉을 보기 위해 취재진들의 열띤 경쟁으로 뜨거웠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11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도슨씨와 그의 약혼녀 리아헬미씨가 회견장으로 들어왔다.
상기된 표정의 도슨씨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26년 만에 친아버지를 만난다는 마음에 떨릴 법도 한데 긴장하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 여유로운 모습은 친아버지인 김씨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흘러간 세월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김씨는 아들을 끌어안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아버지를 달래는 쪽은 아들 도슨씨였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눈물을 훔치는 김씨에게 도슨 씨는, “아버지는 강한 남자”라며 “내게 미안할 필요 없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고 말해 아버지를 달랬다.
도슨씨는 “내가 자라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선물”이라며 미국 대표팀 마크가 새겨진 스웨터를 선물했고, 선물을 받아든 김씨가 즉석에서 스웨터를 입어보자 도슨씨는 “잘 어울린다”며 즐거워했다.
이후 가진 기자회견 시간은 두 부자의 심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도슨씨는 “이제까지 매우 혼란스러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양부모를 만나서 운이 좋은 편이다. 어렸을 땐 미국, 한국 어디에도 맞지 않는 내 상황이 미아가 된듯한 기분이었다”며 그간의 삶을 회상했다.
이어 친아버지 김씨는 도슨씨가 의문을 가졌던 ‘왜 지신을 찾는데 좀 더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철(도슨씨의 한국명)이를 시장에 데리고 갔다가 엄마가 잃어버렸다. 당시에 화물차를 운전했던 나는 고아원을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도슨씨는“완벽한 이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버지를 만난것도 원망 보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보여주기 위해 만난 자리”라고 말해 아버지와 가족들을 용서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도슨씨는 “미국는 나와 같은 입양아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많이 만나길 바라고, 나도 토비도슨 재단설립을 통해 돕고 싶다”며, 복지재단을 통해 입양아들을 돕고싶다는 바램도 밝혔다. 아버지와 동생을 만난 도슨씨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약혼녀를 소개해드리고 못 다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DNA검사로 친자확인 거쳐
이번 방문은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이뤄졌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확인을 하게 됐다.
김씨는 지난 3일 서울에 있는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에서 DNA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김씨의 유전자 16개 STR(염기서열 반복 구조)이 도슨과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친아버지가 확실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 21일이었다.
유전자 검사는 이번 도슨씨의 방한을 추진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월말 도슨의 요청을 받아 검사를 의뢰하면서 이뤄졌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비교적 긴 시간인 17일 가량 걸린 사연은 따로 있었다. 먼저 지난 3일 부산에 살고 있는 김씨는 유전자 검사를 위해 서울로 이동했고. 머리카락 6가닥과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했다. 그런데 9일 미국에서 날아온 도슨의 혈액에 DNA가 포함된 혈청이 없었다.
이 때문에 20일에야 다시 도슨의 머리카락 10여 개를 받아서 검사를 했고, 다음날 김씨가 도슨의 친아버지임이 확인됐다.
아들을 잃고 이혼까지 한 사연
김씨는 아들을 잃어버린 후 아내와 함께 부산 시내 시장과 고아원 곳곳을 돌아다녔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씨는 “당시 상황에서는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직접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트럭기사로 일하던 김씨는 아들 찾는 일에 진척을 보지 못하자 이로 인해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결국 둘째아들 현철(24)씨가 태어난 직후 부인과 이혼했다. 이후에도 김씨의 마음고생은 계속됐다.
아들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집으로 날아와 해당 초등학교까지 찾아가 실종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 7~8년 전에는 실종 처리가 제대로 안돼 군 입대 신체검사 통지서까지 날아오기도 했다.












 


스키는 나의 운명
도슨은 부산에서 발견돼 한국 이름 ‘김수철’로 불리며 부산 남광아동일시보호소에 6개월간 머무르다 1982년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미국으로 간 도슨은 운명처럼 스키를 접하게 됐다. 그의 양아버지 마이크는 눈으로 뒤덮인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해 하는 꼬마를 슬로프로 데리고 나갔다.
혹시나 다칠까봐 벨트를 아이의 가슴에 묶고 자신의 손에 꼭 쥔 채 눈밭에서 마음껏 뒹굴게 했다.
어린 도슨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1년 뒤 서울에서 동생 K.C. 도슨(한국명 김권)을 또 입양했다. 4살때 스키에 입문한 그는 12살때 모굴로 전향했다. 슬로프를 질주할 땐 잊을 수 있었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여느 입양아와 같았다. 하지만 도슨 부부는 아들에게 출신배경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국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양부모의 지극한 관심과 사랑 덕에 도슨도 자신을 버린 한국을 포용할 수 있었다. 한국말도 조금 배웠고, 입양가족을 위한 상담원으로 활동하면서 같은 고민을 안은 아이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애썼다.
정신적 안정을 찾으면서 도슨의 스키 실력도 눈에 띄게 늘었다.
02∼03시즌엔 세계랭킹 2위에 올랐고, 지난해 열린 05∼06시즌 프리스타일 월드컵스키에선 올림픽 챔피언인 얀네 라텔라(핀란드)를 꺾고 정상에 섰다.
토리노 북부 소재 둘스 조벤소에서 열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에서 도슨은 26.30점을 획득, 데일 베그-스미스(호주·26.77점)와 미코 론카이넨(핀란드·26.62점)에 이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1차시기에선 긴장한 탓에 6위에 머물렀지만, 2차시기에서 720도 공중 회전묘기 등 고난도 연기로 높은 평점을 얻어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당시에 도슨은 “양부모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이제야 보답을 하는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었다.
지난 27일 입국해 한국관광명예홍보대사가 된 토비도슨은, 2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김포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떠났다.
골프선수로 전향한 토비 도슨은, 제주도에 체류하는 동안 제주 중문 골프장에서 그동안 닦은 골프 실력을 보여줬다. 아버지 김재수씨는 토비도슨이 미국으로 돌아간 4일 부산에서 올라와 떠나는 아들을 배웅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인상준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계 미국인 스키스타
토비도슨


한국계 입양아인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29·한국명 김수철)은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2006년 2월 NFL 슈퍼볼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한 미식축구 한국 혼혈 스타 하인스 워드에 버금가는 입양아 스타로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토비는 한국 이름인 수철의 이니셜을 넣어 자신의 이름(토비 S.C. 도슨)을 표기할 정도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인 81년 9월 집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던 중 경찰에 의해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고아원에서 본명이 아닌 김수철이라는 이름을 얻었던 그는 82년 5월 미국의 스키 강사인 마이크 도슨 씨 가정에 입양됐다.
콜로라도 주 베일의 눈 덮인 산악지대에서 새 삶을 얻어 스키 선수로 거듭난 토비는 입양되던 해인 네 살 때부터 스키를 탔으며 울퉁불퉁한 눈 둔덕 사이로 벌이는 숨 막히는 질주에 매료돼 모굴 스키에 빠져들었다.
2002년 미국 모굴 챔피언이 됐으며 이후 7차례 월드컵 스키대회에 출전해 6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2005~2006 시즌 프리스타일 월드컵 남자 모굴 우승, 2005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모굴 2인조 우승 등이 주요 수상 경력이다. 한편 도슨은 지난해 9월 스키 은퇴를 선언하고 프로 골프 입문을 준비해 왔다.
도슨은 “동계올림픽을 위해 몸만들기를 하는 과정에서 골프를 쳤는데, 21초만에 모든게 끝나 버리는 스키와 달리 4시간 동안 몰입 할 수 있는 골프의 매력에 빠졌고, 제2의 직업으로 골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골프전향 동기를 설명했다.


<Profile >


본명 : 김수철
출생 : 1978년 11월30일
출생지 : 부산광역시
신장/체중: 173cm/70kg
경력사항 : 2007. 1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
                2007. 2  2014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
수상내역 : 2004 스키 모굴 월드컵 종합 2위
                2005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모굴 2인조 부문 우승
                2006 05~06시즌 프리스타일 월드컵스키 남자 모굴 우승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스키 남자 모굴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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