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부 관계자가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꺼낸 발언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측 고위 관계자가 아니어서 ‘말’에 실리는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의미심장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근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세 확보
박 전대표 캠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금의 패배를 현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당사자인 박 전대표는 정작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러 가지 셈법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캠프 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대표는 공식석상에서 “선거에서는 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까지 인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 진영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8월 27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도 논란이 일고 있다. 2000여명이 넘는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모여 ‘눈물의 해단식’이 아닌 출정식과 흡사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결연한 눈빛으로 패배의 아쉬움을 삭히지 못했다. 박 전대표측 주변에선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였다. 정치권에 주요 인사들은 대체적으로 박 전대표가 이 후보를 도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적정한 거리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두 주자간에 쌓인 감정적인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집권하기까지 남아 있는 4개월을 이 후보가 버텨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박 전대표는 이 후보가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본선에서 범여권의 파상적인 공격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박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기는 하겠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 전대표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와 관련된 각종 검증사안을 직접 스크린해 봄으로써 그의 취약점에 대해 누구보다 상세하게 알고 있는 인사다.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이 후보의 결함을 꼬집는데 주력한 것도 네거티브라기보다는 이 후보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 때마다 이 후보 또한 박 전대표와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곤 했다. 양자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대표가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한 점에 있어서도 색다른 해석이 나온다. 경선 패배를 완벽하게 인정함으로써 패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향후 박 전대표가 정치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그 모습을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본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게 될 경우, 박 전대표가 그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깨끗한 승복 뒤에 숨은 노림수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에서 깨끗하게 승복하고 물러난 박 후보에 대해 당원들은 물론이고 일반 여론도 크게 감동을 받은 것 같다”면서 “언제라도 박 전대표는 국민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진영은 이에 따라 본선까지 안착하고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전략모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캠프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는 한편, 전략적 대응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책사’로 윤여준 전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가 최근들어 윤 전장관에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측근 인사는 “윤여준 장관 같은 분이 향후 선거를 준비하는데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접촉을 하고 있다”면서 “윤 장관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장관 등 ‘책사’ 영입 나서 이 후보 진영은 이밖에도 대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취약점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의 정중동 행보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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