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와 이명박의 피할 수 없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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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맞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항마가 정동영 후보로 확정됐다. 정 후보는 ‘손학규 후보에게 뒤질 것’이라는 경선 전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함에 따라 이 후보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1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에 머물러 있어 남은 기간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권후보 단일화라는 또 다른 변수가 남아있어 정 후보가 최종적인 범여권의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도 정 후보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의 정 후보가 있기까지 노 대통령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어려워지자 노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은 경선 내내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때문에 친노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가 선출된 것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정 후보의 그 동안의 전력을 집중거론하며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제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는 앞으로 펼쳐질 2달간의 대선 레이스에서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단은 이 후보가 일찌감치 출발해 멀찍이 앞서가고 있는 형국이다. 최후의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혁진 기자
 


정동영 후보는 지난 한 달간 경선에서 지역 선거인단 투표와 휴대전화(모바일) 투표,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21만6천984표를 얻어 손학규 후보(16만8천799표)와 이해찬 후보(11만128표)를 제치고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경선 전만해도 손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됐으나 손 후보는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예상치보다 낮은 득표를 했으며 조직력에서도 정 후보에 밀려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정 후보는 경선 시작부터 끝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대세론’이 허언이 아님을 직접 보여줬다. 중간에 불법 동원 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정 후보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한나라당 ‘안도’ 속 신중론 고개들어


정 후보가 신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그 동안 3명의 예비 후보 중에서 지지도나 과거 경력 면에서 가장 상대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경제 살리기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만큼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정 후보는 이 후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자신감의 이유다. 또한 정 후보의 전력에 비추어보아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정 후보가 신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정 후보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끌어준 권노갑씨를 김대중 전 대통령 면전에서 비난하면서 정치적 도발을 시작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친정인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일등공신이 됐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또한 “열린우리당 당의장 2차례와 통일부장관까지 지내 참여정부의 국정실패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었지만 맨 먼저 노대통령을 비난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었다”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한 배신의 정치인 정동영 후보가 배신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후 범여권이 정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나갔을 때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손 후보나 이 후보가 사심을 접고 전폭적으로 정 후보를 지지했을 때는 그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 후보의 현재 지지율이 최대치인 반면 정후보는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 후보 측은 네거티브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정 후보의 상승세를 어느 정도에서 끊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정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은


반면 정 후보 측은 지금의 여세를 얼마나 더 가져갈 수 있느냐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후보들의 지지, 범여권 후보 단일화, 전직 대통령 지지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일단 불법 동원 선거 논란 등으로 경선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손 후보와 이 후보를 끌어안는 문제가 있다. 두 후보는 경선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 후보 입장에서는 형식상의 지지가 아닌 실질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데 그 고민이 있다. 특히 범여권후보 단일화가 진행 중이고 동원선거 논란으로 인해 정 후보가 내상을 입은 상태라 두 후보의 적극적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 만약 정 후보가 두 후보의 지지표를 끌어안지 못해 10월 중으로 20%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정 후보의 추격을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후 정 후보가 손학규 전 지사와 당권을 두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어 진정한 ‘화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범여권 단일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 후보도 현재처럼 ‘1(이명박 후보)대 다수(범여권)’의 구도가 유지된다면 이 후보를 이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 후보는 경선 내내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 이인제 후보나 제3 후보인 문국현 후보 등이 과연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는 대통합 민주신당이 중심이 되어 나머지 후보들을 흡수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지만 여권과 앙금이 깊은 민주당이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문 후보가 기존 정치권과 이합집산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험’을 할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도 정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신당의 후보경선 국면에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지만, 범여권 지지층 내에서 확고한 기반을 가진 두 전현직 대통령은 여전히 현실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맥을 잇는 3기 민주통합정부를 열어가겠다”며 자신이 두 정부의 계승자임을 주장하면서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인사한 것은 노·김 양자의 도움 없이 단일화 국면은 물론 본선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로서는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가장 근심거리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섰을 당시 “다음 대통령 후보는 정동영”이라며 정 후보의 손을 들어줄 정도로 정 후보에게 강한 신뢰를 나타냈다. 또한 취임 후 정 후보를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을 겸직시키며 통일·안보 분야를 일임했다. 그만큼 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지금의 정동영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가면서 노 대통령은 정 후보에게 매우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 후보가 경선후보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DJ는 ‘대통합에 힘쓰라’는 반응을 보였고 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가 당장 앞에 놓여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만 있다면 본선에서는 이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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