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비자금 폭로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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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그룹 본관은 요즘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 검찰이 삼성증권과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조만간 삼성 본관에도 들이닥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전략기획실 소속 홍보팀 직원들은 휴일이었던 지난 2일에도 회사에 나와 다음날 나올 일간지 가판과 당일 저녁 TV 뉴스를 꼼꼼히 체크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퇴근은 9시가 넘어서야 이뤄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번 X-파일 사건 때도 이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최근 느끼고 있는 위기감을 내비쳤다. 
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 요즘 삼성그룹의 분위기는 거의 ‘초상집’ 수준이다. 그룹 차원에서 “이번 일에 동요치 말고 평상시처럼 업무를 수행하라”고 격려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연일 터져 나오는 삼성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터져나온 위기론은 해외 언론에서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대선 직후 특검이 시작되면 삼성그룹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쉽사리 도피처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은 어디로 갈 것인가. 최근 급속히 불고 있는 삼성그룹의 위기론을 취재했다.
                                                                                              <특별취재팀>



김용철 폭로 파문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지난 1일은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삼성그룹은 애당초 20주년 행사를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올 여름부터 분주히 움직여왔다. 특히 지난 10주년 당시에도 IMF 위기가 불어닥친 지 불과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은 때여서 별다른 행사없이 지나갔다. 때문에 이번 20주년은 이건희 회장의 그 동안의 성과를 정리해보고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내놓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인해 삼성 측의 계획은 한낱 ‘일장춘몽’이 되어버렸다.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갔던 것. 지난 3일에는 삼성그룹 사내방송인 SBC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 특집 프로그램 방영도 취소했다. 오히려 삼성 계열사 압수수색 소식이 신문 지송과 방송 뉴스를 도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계열사 압수수색에 대해 삼성 측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특검이 도입되기로 한 이후 곧바로 실시된 압수수색이어서 그 충격이 더했다. 특검을 대비하기 위한 내부논의가 시작되던 마당에 ‘허’를 찔렸기 때문이다.













파문 더욱 확대될 듯


문제는 이번 파문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삼성 문제와 관련해서 김 변호사 이외에도 몇몇의 내부고발자들이 검찰과 언론에 제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제보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정부분 일치하고 있어 단서를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 폭로 이후, 그룹은 물론 각 계열사별로 내부 보안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임직원들의 ‘입단속’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삼성 안팎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내심 당혹해하고 있다.
사실 삼성그룹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바로 내부고발자에 의해 파문이 일었다는 것이다. 삼성은 회사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내부고발과 같은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왔다. 삼성그룹이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이런 문제를 떠드는 것이 회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우를 하는 것도 사실 업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직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이번 사태가 터지고 언론에 모습을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지만 이러한 내부고발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위기감은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있던 삼성그룹 임원 인사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시작될 특검이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감안한다면 그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때 60만원을 오르락내리락 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40만대에 머물러있다.













현대차와 희비 엇갈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의 현 상황을 현대차그룹의 상황과 상당 부분 대조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여수가 EXPO를 유치한 데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큰 몫을 한 것이 알려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라는 것. 또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원사격을 한 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에 실패했다는 것도 정몽구 회장과 대조되어 나타나는 점이다.  
또한 현 정치 상황도 삼성보다는 현대차에게 유리하고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본국 언론이 지적했듯이 삼성과 참여정부는 상당한 밀월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산법 등 삼성에 불리한 정책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삼성그룹은 참여정부 밑에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반면 현대차 그룹은 최근 몇 년 간이 그야말로 수난시대였다. 정몽구 회장은 수 차례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재판정에도 섰았다. 하지만 현재 대선 지지율대로라면 현대 출신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정권 교체 이후 어느 정도 유리한 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두 그룹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마디로 현대차는 뜨는 해, 삼성은 지는 해라는 것이다.


최대 관건은 경영권 승계


특검을 받는 삼성그룹의 최대과제는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이 무사히 승계될 수 있냐는 점이다. 특히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나 계열사 비자금 조성 등 경영권과 관련된 부분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삼성 측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검이 시작되면 이 부분들도 다시 조사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발행 사건 등은 그 동안 검찰이 미온적 수사를 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본지가 이미 수 차례 보도한바 있는 해외비자금 조성과 관련해서도 조사가 시작될 수 있다. 그렇다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는 이재용 전무나 이건희 회장이 법정 구속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난 십 년간 쌓아 온 공든 탑이 고스란히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삼성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30일 기사에 한국에서는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삼성이 가지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표현이다. 삼성은 창사 이후 사카린 밀수 사건, X-파일 등 수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그 때마다 무사히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상황이 좀 달라보인다. 구체적인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삼성은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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