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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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구(解放區)’란 표현만큼 현재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 현장을 잘 나타내는 말은 없다. 집회 현장에서는 성난 민심이 불꽃처럼 들고 일어나 현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경찰이 물대포까지 동원하며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5월2일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는 벌써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노동·학계와 대학생들이 가세하면서 범국민적 저항운동으로 확산됐다. 
본국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의 열기는 이 곳 땅에서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전해듣는 것보다 훨씬 더 뜨겁다.
<선데이저널>은 본국 지사에 있는 취재기자를 통해 현재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 문화제의 현장을 보다 생생히 전한다.
                                                                                               <특별취재팀>


촛불문화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주장하는 몇몇 인터넷카페와 10대들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그러나 노동·학계와 일반 넥타이부대가 가세하면서 제2의 6·10 항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제기되는 이슈도 쇠고기 문제를 넘어 정부의 교육 정책과 대운하, 의료민영화에 이르는 각종 이슈로 번졌다.
경찰은 집회에 정치 구호가 등장하자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했다. 특히 이번 시위에 배후가 있다며 정치적인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집회가 열리기 전 인근 도넛츠 가게 등에 가보면 10대 중고생들이 한 손에는 도넛츠 봉지,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잡담을 나누는 등 정치적인 배후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는 힘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상황이 악화된 후 직접 시위 현장에 나가보고서야 이번 시위에 배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국민담화가 불질러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민심수습용’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뒤 시위 양상은 분수령을 맞았다. 24일 시민들은 처음으로 광장을 박차고 나와 거리를 점거했고 37명이 강제 연행됐다. 가두시위와 강제진압이 반복됐다. 29일 정부의 고시 강행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전국 각지에서 운집한 4만여명의 시위대는 “독재타도”를 외치며 반정부 시위로 격화됐다. 1일 경찰이 살수차와 진압조를 동원해 228명을 한꺼번에 연행하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물대포가 어린이가 포함된 시위대 2만여명을 향해 발사되자 시민들 사이에서 “이게 민주주의냐”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31일엔 오전부터 시민들이 서울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포털사이트에는 “1980년 광주가 재현됐다” “서울에서 5·31 항쟁이 벌어졌다”는 게시글이 도배됐다.
광우병대책회의는 1일 “독재에 맞서 더욱 거세게 저항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도 지난 30일 ‘정부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부정하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분노를 무시하는 정부 모습에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초기 오판이 사태 확산


5월2일 개최된 첫 촛불문화제에는 주최 측의 예상보다도 훨씬 많은 1만5000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경찰은 3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이후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경찰은 어청수 청장의 “1000명이라도 연행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쏟아냈다. 한승수 국무총리, 김경한 법무부 장관도 불법시위 엄단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시민들의 분노 기류가 명확히 감지됐으나 정부는 고시를 강행했다.
재협상이라는 퇴로까지 스스로 닫은 셈이다. 정부의 강경노선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시위대가 청와대 코앞까지 진격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규모 촛불문화제는 2002년과 2004년에도 있었지만 이번 시위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예전 시위에 비해 이번 시위는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두드러진 양상이다.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쓰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반발에 막혔다.
연단에 오른 자유발언자들도 일반인 일색이다. ‘비폭력 무저항’ 원칙도 시민 참여형 시위가 만들어낸 새로운 양상이다. 초기 탈정치, 생활이슈로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의 정치의식도 최근 점차 성장하고 있다.
“시대의 방관자가 되지 말자”는 구호가 등장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재보궐 선거에 참여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캠페인도 시작됐다.



경찰 강경진압 논란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현재 경찰의 강경진압 논란으로 새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과잉진압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비난여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촛불시위 강제진압 과정에서 서울대 여학생이 전투경찰의 군홧발에 머리를 폭행 당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전경들이 경찰 호송버스 위에서 항의하는 시위자의 바지를 벗긴 채 버스 위에서 굴려 떨어뜨리는 영상이 또 다시 인터넷에 올라와 과잉진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왼맘잡이’라는 블로그는 지난 1일 낮 12시 40분 자신의 블로그와 미디어다음 TV 팟에 “오늘 새벽에 발생한 일”이라며‘다시 현실이 된 광주의 악몽’이라는 제목의 2분 39초짜리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블로거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새벽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한 청와대 인근 효자동인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보면 경찰이 시위대의 행진을 막기 위해 도로를 막은 호송버스 위에서 2~3명의 시위자가 전경 10여명과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노란색 상의와 흰 모자를 쓴 한 남성이 머리를 잡힌 채 전경들 사이로 끌려 갔다. 이어 5~6명의 전경들이 이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 남성의 상의가 벗겨졌고, 한 전경은 바지를 무릎 밑까지 벗겼다.
이 남성이 다시 강력히 저항하자 전경 2명은 하의가 벗겨진 이 남성을 버스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고, 그는 “아”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버스 바로 밑에는 다수의 전경이 있어 이 남성이 직접 땅바닥에 떨어졌는지 전경들 사이로 떨어졌는지, 어느 정도의 부상을 당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명백한 경찰의 폭력진압이다” “정말 참혹한 영상이다” “무슨 죄를 졌다고 바지를 벗겨 버스에서 떨어뜨리기 까지 하냐”며 경찰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고의로 바지를 벗긴 것이 아니라 운동복을 입은 시위자의 허리춤을 잡아 당기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며 “또 전경들이 시위자를 떨어뜨린게 아니라 오히려 시위자가 떨어지는 것을 잡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이 전경들이 어디 소속,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시 20~30개 부대가 있었는데 어디 부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1일 촛불 가두시위 중엔 시위대를 가로 막기 위해 주차해 둔 경찰버스 사이로 빠져 나오는 서울대생 이나래(21·여)씨를 한 전경이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쓰러뜨린 뒤 군화발로 머리를 2차례 걷어찯고 이 동영상이 공개돼 시위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쇠고기 고시 무효’ 헌법소원 8만명 참가

`쇠고기 고시’ 무효를 주장하는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 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렸다.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무효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에 현재까지 8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는 농림부장관 고시가 있었던 29일 오후 6시부터 청구인단 모집이 시작된 뒤 하루 1만여명꼴로 참가 의사를 밝힌 셈이며, 특히 지난 주말 대규모 거리시위 이후로 접속자가 폭주해 이날 오전에만 홈페이지가 두 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민변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청구인단을 모집해 3일자로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었지만 밀려든 청구인단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해 세부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민변 관계자는 “오늘 아침 2시간동안에만 6천여명이 몰렸고 문의 전화도 쉼없이 오고 있다”며 “오후 회의를 거쳐 헌법소원을 내는 시점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농림부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한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위한 청구인단 공개모집을 시작했으며 참가비 5천~1만원씩을 받아 소송 진행 및 촛불시위로 기소된 시민을 위한 변론에 사용하기로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진보신당이 접수한 헌법소원ㆍ효력정지가처분신청사건은 민형기 재판관에게, 같은 날 오후 통합민주당ㆍ자유선진당ㆍ민주노동당이 접수한 사건은 김종대 재판관에게 배당했으며 각각 이들 재판관이 속한 제1 지정재판부와 제3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 중이다.
헌재는 이들 두 사건의 청구서를 검토해 같은 범주의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병합할 예정이며 민변이 제기하는 헌법소원도 마찬가지로 검토해 처리한다.
헌재는 접수한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 30일 이내에 헌법소원 청구 자체가 적법한지 `사전심사’를 거쳐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사건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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