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퇴출 저지 정관계 로비, 이번에는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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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한 측근이 “조풍언씨가 대우그룹 구명로비를 먼저 제안해왔다”고 주장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우그룹에서 홍보담당 임원을 지낸 이 측근은 검찰 조사에서 “회사가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조 씨의 제안을 거절할만큼 여유롭지 못했다”고 말해 사실상 로비 시도 사실에 대해 시인하는 한편 로비가 김 전 회장이 아닌 조씨의 주도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풍언씨는 퇴출위기에 몰려 있던 김 전 회장에게 접근해 DJ와의 관계를 등에 업고 퇴출을 막아주겠다는 일종의 ‘사기극’을 펼친 것이어서 향후 검찰의 결론이 주목된다.
하지만 로비를 주도한 조 씨와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 씨등은 이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힘이 실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지난 3월 조풍언씨의 극비 귀국으로 시작된 이번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되어 왔다. 하나는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는 것과 다른 하나는 대우그룹 퇴출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1천억원 가량의 은닉재산을 찾아내고 또한 이를 위해 조풍언 씨의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LG가 3세인 구본호씨와 함께 주가조작에 참여했던 여부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구본호 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른 재벌그룹 2·3세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특히 정부 고위관계자와 가까운 J씨 등도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조풍언씨 수사를 하면서 이런 여러 가지 성과를 거뒀지만 단 하나, 실제로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었다.



로비 일부 시인


그러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결국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그룹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 것. 김우중 전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로비 시도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지난 7일 본국 언론을 통해 “조풍언 씨가 구명로비를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회사가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고, 조씨의 제안을 거절할만큼 여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김 전 대통령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조풍언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당시 김 회장은 그룹이 해체 위기에 놓이자 고교 후배인 조씨를 주변으로부터 소개받아 1∼2차례 만났고 발이 넓은 조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 등에게 로비를 하겠다고 제안하자 외면하지 못하고 ‘알아서 하라’고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김 전 회장의 해외 BFC(British Financial Centre) 계좌에서 조씨에게 건네진 돈(4430만 달러)에 대해서는 이후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그룹이 퇴출 위기에 놓였을 때 조 씨에게 돈을 보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258만 주를 사게 한 뒤 3분의 1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씨에게 보내 그룹 구명을 부탁하고, 나머지는 조 씨가 갖도록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1999년 6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홍콩 소재 법인 KMC의 계좌로 김 전 회장이 송금한 ㈜대우 미주법인의 자금 4430만 달러(당시 526억 원) 중 절반이 넘는 돈으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매입했다.
대우그룹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가 1999년 8월 결정된 점에 비춰 김 전 회장이 그룹 퇴출 2개월을 앞두고 급하게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로비를 수행한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상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나는 김 전 회장의 주식을 내 이름으로 명의신탁 하는 데 동의했을 뿐 김홍걸 씨에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김 씨는 “조 씨에게서 대우그룹 구명 청탁이나 주식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풍언과 김우중의 악연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은 조 씨에게 돈을 전달했으나 조 씨는 이를 홍걸씨에게 전달한 적이 없고 홍걸씨 또한 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면 이 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조 씨가 중간에서 배달사고를 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주장대로라면 조 씨는 대우그룹 퇴출 작업이 이뤄지던 99년 6월 김우중 전 회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김 전 회장은 조 씨가 경기고 후배인데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던 점을 알고 조 씨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우중 전 회장과 조풍언 씨 사이에서는 이때부터 적지 않은 돈거래가 이뤄졌다.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헐값 매각 의혹이나 BFC를 통한 거래 의혹 등이 모두 이 시점에 이뤄진 거래들이다.




지난 2005년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수사하던 검찰은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996년 6월 무기중개상 조풍언씨가 대표로 있던 페이퍼컴퍼니 KMC에 송금했던 돈 4430만불(원화 526억)이 김 전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한 돈이었다고 결론지었으나 실제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결과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현재까지도 이 526억원의 행방은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이런 점들로 미뤄보아 두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돈거래를 한 것으로 분명한 셈이다. 하지만 로비여부와 상관없이 대우그룹은 결국 퇴출됐고, 두 사람도 이를 계기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 씨의 의도적 접근에 김 전회장이 놀아난 모양새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조 씨를 통해 실제 DJ 정부 인사들에게 돈이 전달됐으나 대우그룹 퇴출을 막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원한 미스터리


사실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그룹 구명로비를 위해 조풍언씨를 통해 돈을 전달했고 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에도 본지 및 일부 국내 언론을 통해 김 전 회장이 조풍언씨에게 100억원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간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9년 10월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 씨에게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주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사건의 당사자인 김 전 회장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결론은 실제 대우그룹 퇴출을 위한 전방위적인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한 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우그룹 로비 의혹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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