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동포 유권자가 대통령 결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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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있는 국민들은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지난해 한나라당이 재외동포가 많은 국가에 해외지부를 설치키로 했다. 향후 참정권 허용을 앞두고 지지세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해외지부’는 본래의 취지를 알지 못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탓에 이미지만 구겼다.
그러나 올해 말 재외동포 국적자에게 투표권 부여 정책이 실현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재외동포 한국국적자(미영주권자 포함)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경우, 해외 최대 한인 거주지인 LA는 국내 지역구를 능가하는 표밭이 된다.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이 앞으로는 LA동포를 만만하게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12년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재외동포들의 ‘투표권’이 주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미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630여만 명. 그중 외국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와 유학생 등 재·외국민은 270만에 달한다. 지난 1997년, 2002년 대선은 초박빙 승부였다. 따라서 재·외국민에게 한 표의 권리가 주어지면 앞으로 선거에서 또 다시 박빙승부가 펼쳐질 경우 재외 투표권자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외동포의 참정권 실현과 아울러 미주동포 사회도 국민의 권리주장에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기다.


<성진 취재부기자>


한국 헌법재판소의 ‘재·외국민 선거권 제한’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정을 계기로 정치권 및 입법부의 재외동포 참정권 회복을 위한 실직적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판정을 이끌어 낸 장본인 중의 한사람이 남가주 동포출신 김재수 LA총영사다.
아직까진 현행법상 재·외국민은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지만, 투표권은 행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주미대사를 포함한 외교관이나 해외파병 국군장병도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달라진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불과 40여만 표 차이로 이회장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불과 57여만표 차이로 당선됐다. 2006년 통계에 따라 투표권이 주어질 경우 재외동포 유권자는 약 210만 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선거에서 또 다시 박빙승부가 펼쳐지면 결국 미주 투표권자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 대상은 유학생과 단기 체류자를 포함, 영주권자 등 한국 여권을 소지한 모든 재·외국민이다. 시민권자와 이중국적으로 등록된 자는 제외된다. 또 선거 참여 범위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는 포함됐지만 지방선거는 제외된다.
2006년 현재 19세 이상 재·외국민 투표권자는 영주권자 170만 명과 상사원, 유학생 등 단기 체류자를 합쳐 210만 명이 넘는다. 이 같은 숫자는 서울·부산·경기에 이어 경남과 비슷한 규모다.


“LA 비례대표 우선순위”


최근 여당인 한나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주성영 의원(한나라·대구동구갑)은 지난 7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LA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률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을 최고 3석까지 해외동포사회에 할당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오는 2012년 총선에서 재·외국민에게 비례대표 2~3석을 배정하는 방안이 한나라당에서 유력하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재·외국민 최대 거주지역인 LA에서 첫 해외 비례대표 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또 “비례대표가 91만 명당 1명꼴로 배정되기 때문에 2005년 말 기준으로 재·외국민 유권자가 285만여 명으로 파악된 만큼 차기 19대 총선에서는 1단계로 2~3명의 비례대표를 재·외국민에게 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첫 해외 비례대표가 한인최대 거주지역인 LA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재·외국민 비례대표’ 추진은 재·외국민 참정권과 맞물려 있다.
2012년부터 영주권자와 유학생, 상사원 등 해외 거주 한국 국적자는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의원의 발언은 ‘재외동포에게 투표권이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투표인명부 작성이 관건


미국 영주권자를 포함해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모든 재·외국민들은 늦어도 2012년부터 한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인명부 작성이나 투표 방법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고 18대 국회가 지난 11일 임기 개시 43일 만에 어렵게 개원, 재·외국민 투표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선거권 제한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올해 안으로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이에 앞서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국민 선거준비기획단’은 지난번 LA를 포함해 뉴욕, 워싱턴 DC 등지에서 동포들과 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주요 한인 단체장들과 참정권의 구체적인 시행방법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의 핵심 사안은 선거인명부 작성이다. 재·외국민 선거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준비하고 있는 정훈교 재외선거기획단장은 “선거인명부 작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존의 재·외국민 등록부를 이용하거나 선거 때마다 선거인 등록 신청을 해서 명부를 새로 작성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또 “우편이나 전자 투표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신뢰성 확보가 어려운 관계로 공관에서 직접 투표하는 방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투표 기간보다 10일 정도 당겨 행해질 재·외국민 투표는 기존의 부재자 투표 형식과 비슷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 선관위 직원이 직접 파견, 해당 지역의 투표과정을 관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관이 소재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지원 여부 등의 문제가 매듭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아병적 언론형태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진 차별적인 정책에 대해 미주사회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에서 벌어진 재외동포 공직임명 파문은 한국의 세계화 정책에도 어긋나고 본질을 크게 왜곡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히 촉구할 필요가 있다.
당시 파문은 미국시민권 및 영주권을 가진 인사들을 현지 공관장에 발탁하면서 불거졌다. 해외한인들은 한국의 이명박 신정부가 재외동포 정책차원에서 ‘파격인사’를 한 것으로 보고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적잖은 반발기류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논란의 핵심에 있던 미국시민권자 공관장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나 파문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LA공관장 내정자가 미국영주권자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계속 됐다. 물론 처음엔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에 ‘보은인사’라는 점이 논쟁의 핵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 영주권자’ 신분이 문제였다는 점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단행된 공관장 인사는 대선 당시 이명박(MB) 캠프에서 일하며 이명박 후보 당선을 도왔던 인사들이 4명씩이나 해외 공관장에 내정되면서 본국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주 LA총영사로 내정된 김재수 변호사는 MB선거 캠프에서 활동했고, 주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된 김정기 베이징대 동방학 연구원 교수는  MB선거 캠프에서 국제위원장을 역임했다. 주 아틀란타 총영사로 내정된 이웅길 전 미주총연 수석 부회장은 MB 캠프 내 선대위 비서실에서 해외분야를 담당했는데 내정 당시 이씨는 미국 시민권자 신분이었다. 시애틀 총영사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준비 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측근 인사인 이하룡씨를 임명했다.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출신의 해외공관장 임명 소식은 급기야 ‘보은인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아틀란타 총영사에 내정된 이웅길씨는 이씨가 한국국적을 포기한 미 시민권자 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의 집중타를 맞았다.
여론은 ‘한국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은 외무 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국가 공무원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논공행상식, 감투배급형 낙하산 인사라고 벌집 쑤신 듯 들고 일어났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나 임명권자인 청와대측도 제대로 대응 하지 못했다. 떠들썩한 와중에 이웅길 내정자는 여론의 질타를 못 이겨 결국 자진사퇴 했다. 이에 본국 언론들은 원색적 표현조차 개의치 않고 ‘웃기는 인사’ ‘코미디 수준’ 등으로 이씨 사퇴를 보도했다.
또한 근거도 없는 불분명한 ‘카더라’ 수준의 소문에 근거한 일방적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미확인 소문에 근거한 인신 공격적 내용보도는 결론적으로 ‘이번 인사파동의 책임자격인 이명박 정부를 흠집 내는 데 열성을 보였다. 특히 한국의 일부 좌파 언론들은 미국의 동포들에 대해 심각 거부감과 반미감정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보도내용들이 동포사회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한인 언론들이 적극 대처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언론들은 본국 언론들을 따라가고 있어 한심한 면을 보여주었다.


“영주권자 무시 시대착오”


당시 재외동포 출신들의 외교부 인사파문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내정자 역시 미국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임명승인이 거부됐다. 인사 파문의 본질이 당사자의 능력여부와는 관계없이 ‘외국영주권자’라는 사실로 엉뚱하게 왜곡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미주한인사회는 “영주권자를 마치 죄인취급 하는 것은 시대역행적 발상” “영주권자는 엄연한 한국국적자로, 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차별행위” “이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중대사안”이라며 반발했다.
재외동포들은 특히 “이 대통령까지 나서 재외동포 공직부여는 물론, 이중국적 허용검토까지 약속한 상황에 단지 외국영주권자라고 공직임명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을 했다.
미주동포들은 “영주권자는 외국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을 뿐 엄연한 한국국민이며 해외경험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 쓰면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 국적자를 무슨 매국노처럼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미주한인들은 특히 한국에서는 현행 외무공무원법을 들어 영주권자가 공관장을 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법을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즉, 외무 공무원이 외국영주권을 보유하거나 취득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해외근무 중 직분을 이용해 해당국가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영주권자의 참정권 부여를 판결하면서 영주권자의 피선거권도 부여했으므로 재외동포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논리다. 위헌재판이라도 제기하여 개정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화는 말뿐”


재유럽한인총연합회 김다현 회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겐 지방선거 참정권을 주면서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에겐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한인동포사회도 참정권에 대해 적극적이다. 민주주의 역사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프랑스의 정치문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재불 동포들의 투표 참여는 지역 갈등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 정치를 합리적인 정책 논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자부심마저 지니고 있다.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한 동포신문도 “재·외국민에게 참정권 허용은 세계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 참여를 확대시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국가적 의지와 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외 국민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세계의 흐름을 흡수한다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도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경제와 정치의 세계화가 주도적 경향으로 나타나던 1970, 80년대부터 그들의 재·외국민들에게 참정권을 허용해왔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당시 유럽경제공동체의 확대와 발전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각국 재·외국민에 대한 부재자 투표제를 도입했다. 서유럽국가들이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국경을 허물고 통합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통합된 사회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음을 관찰할 수 있다.
나아가 자국민에게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국내 선거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권리를 보장해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외국으로 적극 진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국가의 정치·사회·문화적 경험을 통해 체득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이 모국 정치에 반영되는 흡수효과도 거두었다.
재·외국민의 투표권 부여를 이처럼 교류와 통합이 촉진되는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참정권 부여로 재외동포 사회에서의 반목과 갈등에 대한 우려는 국내 정치문화의 후진성이 원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정치를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고유한 문화와 전통에 기초한 정체성을 발전시키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세계화의 주도 국가로 부상하기를 바란다면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은 찬반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 방법의 논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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