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특집-1 각광받는 ‘의료관광’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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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떠나는 의료관광이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국 주요언론들이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긍정적 보도를 내놓아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고려대·연세대·국립암센터 등 유명 의료기관 들이 앞 다퉈 LA와 뉴욕 등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미주한인 동포사회서도 ‘고국관광길에 아픈 몸도 고치자’라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환율이 급등해 한국 의료관광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 의료기관들의 관련 홍보가 거세지면서 그동안 한인 환자들의 단골병원 노릇을 해온 LA지역의 굿사마리탄 병원, 성빈센트병원, 할리웃 차병원 등을 포함해 많은 한인 병원들이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한국도 의료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 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도 갖가지 문제점들이 도사리고 있다. 고국여행길에 나섰다 볼모로 붙잡혀 고통을 받기도 하고, 잘못된 진단을 받은 뒤 미국에 돌아와 2중으로 고생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가격이 싸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도 많다.
일부 관광업체는 눈앞의 이익만을 쫒아 마구잡이 관광 상품을 내놓아 고객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한일들 사이에서는 한국 의료비가 미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데다 서비스가 좋아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수년 동안 LA코리아타운의 유명 인사들이 직접 국내병원에서 검진이나 치료를 받고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들은 “국내에서 검진을 받았더니 좋더라” “고국여행길에 싼 가격으로 건강체크를 할 수 있어 편했다” “이제는 한국의료수준이 미국과 다를 게 없다”는 소감을 내 놓아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스태튼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최모(35)씨는 최근 한국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최씨는 “플러싱에 있는 한인 치과에서는 어금니 4개를 치료하는 데 1800달러나 든다고 했지만 한국으로 가 보험 없이 60만원에 할 수 있었다”며 “서비스와 기술 수준도 만족할 만 했다”고 말했다.
우드사이드에 사는 송모(28)씨 역시 비싼 가격 때문에 한인 치과 치료를 포기하고 휴가를 이용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국내 일류 병원들이 앞 다퉈 LA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보다 좋은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바야흐로 국내병원들과 미국 현지병원들 간 고객 모시기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월 16일자에서 “한국, 의료관광으로 국부를 창출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병원들에 대해 긍정적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한국의료계가 심혈관 바이패스, 척추수술, 고관절 이식, 성형 등 분야에서 저렴하면서 뛰어난 기술로 외국환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서울대학교병원이 LA에 사무실을 열고 한인은 물론 외국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척추전문인 우리들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올 해 벌써 10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암 검사나 각종 수술을 미국에서 받게 되면 수천~수만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한국에서는 치료비가 불과 3분의 1수준이라 미국인을 포함한 수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병원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병원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골프장, 쇼핑, 관광 등 치료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점도 꼽힌다. 또 치료를 위한 대기기간이 짧은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해 8월까지 이미 3만9000명에 달하는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방문했으며 그 중 25%가 미국 출신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계기로 한국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한국의료서비스 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각광받는 의료관광













해외거주 한인들을 포함해 미국인들 사이에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보건복지부가 최근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일본인 등 700여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용성형·척추 수술 등의 분야에서 호응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미용성형 분야에서 83%, 치과치료·척추 시술, 불임치료 등의 분야에서 모두 60% 이상이 ‘가격이 적절하다면 한국에 가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진료비가 9배 수준이고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공보험 제도가 없어 의료서비스 비용이 매우 비싸다”며 “왕복 항공비등 비용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치료 받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에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해외환자를 유치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한국의료서비스를 소개하는 다국어 홈페이지 구축, 주요국가 현지설명회, 외국인 대상 체험서비스 등 적극적인 홍보·유치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 내 35개 병원이 가입한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 은 1만6000여 명. 아직까지는 일본과 중국인이 대부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의료관광을 떠나는 미국인은 매년 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주로 찾는 관광 지역은 태국·싱가포르·인도 등이다. 때문에 홍보만 잘되면 많은 미국인 의료관광 수요를 국내로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의료보험료가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 무보험자가 4000만 명이 넘는다. 치과보험은 무보험자가 1억 명 이상이다. 한국에서 대중화된 위장내시경 검사도 미국 무보험자들에겐 큰맘 먹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김대희 한양대 국제협력병원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는 “아직까지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미국인은 많지 않지만 미국과 한국의 의료비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미주동포들을 중심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80달러 대 1700달러’


최근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뉴욕 플러싱 대동연회장에서 개최된 의료관광 설명회가 열렸다. 한양대병원·가톨릭대 성모병원·인하대병원·국립암센터 등 한국 주요 병원이 참석한 설명회는 한인 여행사 관계자와 함께 중국계 미국 여행사, 일반 미국 여행사 관계자들도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의료관광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한국과 미국의 의료비 격차다. 박수헌 가톨릭대 성모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미국에서 대장 조영술 검사를 받으려면 1700달러가 들지만 한국에선 80달러면 충분하다. 그리고 검사에서 대장 용종이 발견돼 제거하려면 미국에선 5000달러가 들지만 한국에선 300달러면 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에서 위장내시경 검사 비용이 182달러라는 설명을 듣자 “미국에선 보험 없이 검사를 받으려면 최소한 3000달러가 든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의 성형수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원장은 “한국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을 하는 데 1000∼1700달러 정도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그랜드홍콩 트래블 여행사의 마틴 조 국장은 “여행객들이 중국에 갔을 때 한국에 들러서 성형수술을 받는 여행상품은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 내 유명 병원에는 미주한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류 톱스타처럼 얼굴을 고쳐 달라는 성형외과 환자부터, 진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국내 대학병원을 찾는 미국 한인 환자들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
의료 서비스와 관광을 연계한 ‘메디 투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각 병원마다 외국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유학생 등 미주한인들의 고국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일부 미주한인들은 단지 국내병원을 방문하려는 이유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부 병원은 전문 여행사와 손을 잡기도 한다. 고려대학병원과 하나투어가 바로 이런 경우다. 미국 동포를 위한 맞춤식 의료 관광 프로그램을 출시한 것. 미국에서 예약한 후 한국에서 검진을 받고 국내 관광을 모두 끝내고 나서 결과를 통보받는 식이다.
해당 여행 상품에는 결과에 따른 치료 활동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출시 초기부터 신청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국립암센터, 인하대학병원 등 주요 종합병원들도 해외 한인을 상대로 직접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해외 환자 전용 콜센터나 인터넷 상담을 실시하는 곳도 많아졌다. 해외한인 환자를 단체로 유치하기도 한다.
해외 한인들이 국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미국 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비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1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 해외동포도 내국인과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문자가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미주한인들이 찾는 국내병원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성형외과나 치과, 혹은 피부과 등 미용 관련 분야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수개월째 환자 붙잡아


그러나 한국으로 떠나는 의료관광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한국과 미국은 각각 의료과오 발생시 그 대책을 놓고 각각 다른 입장이다. 환자들이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도 곳곳에 즐비하다.
최근 LA에 거주하는 C씨는 한국에 방문한 와중 몸이 아파 모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의 의사는 C씨에게 수술을 강요했다. 미국에 돌아가 치료를 받겠다는 C씨에게 의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출국을 연기시켰다. 2개월 예정으로 한국을 찾았던 C씨는 결국 수개월째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LA에 개업한 의사 A씨는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환자의 경우 주치의가 있는 LA로 돌려보냈어야 했다”며 불경기에 환자를 볼모로 잡는 일부 의료진의 행태를 지적했다.
A씨는 “한국이 미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으나, 일부 의료진이 도덕성을 떠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나친 모습이 보인다”면서 “무조건 값이 싸다고 국내 의료관광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아직도 한국과 미국간에 의료체계에 다른 점이 많아 의료관광을 떠나기 전 여행상품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검진 후 오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생명에도 관계가 되기 때문에 돈만 따질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회의 안유헌 회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료법 개정 문제와 함께 의료과실이 발생했을 때 병원, 환자, 에이전시의 책임 한계 및 배상 시 배상방법 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에 관한 문제는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연구 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율적인 외국인 진료를 위한 전문 인력의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고, 언어 소통이 원활한 의사, 간호사, 의료관광 전문코디네이터의 인력 확보도 해외 환자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 관광교육원에서는 간호사, 병원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관련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이 개발되어 코디네이터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전문가 양성이 활성화되면 의료관광도 한층 더 전문화될 전망이다.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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