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자신과 가까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건재’를 과시했다. 건강이상설 불식 우선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다는 와병설이 제기된 뒤로 외빈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면담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고 외부 세계에 자신의 통치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김 위원장이 외부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18일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의 면담 이후 7개월여만이다. 당시 같은 장소(백화원 국빈관)에서 찍은 시진핑 접견 사진과 이번 왕자루이 접견 사진을 비교해봐도 배가 들어가고 얼굴이 수척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바마에게 대화 ‘신호’
이날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중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자회담) 각 당사국들과 평화적으로 함께 지내기를 희망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김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좋은 일(good thing)”이라고 논평한 뒤 북한이 6자회담에서 이뤄진 핵폐기 합의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우드 대변인은 또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힐러리 클린턴 신임 국무장관은 6자회담이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중, 북-미간에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의 긴장상태를 원치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비추어 지난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예고한 ‘대남 강경조치’가 당장 취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통미봉남’ 행보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북-미간 직접대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자칫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핵합의 때처럼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정일, 왕자루이 만나 통치력 건재 확인
이 뉴스를 공유하기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