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업계 출혈 과당경쟁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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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안경업계가 심각한 출혈경쟁과 비양심에 멍들고 있다. 난립하고 있는 한인 안경점들이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경영으로 입은 피해를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리면서 소비자들의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10달러도 채 안되는 저질 중국제나 베트남 제품을 헐값에 들여와 안경테와 검안료까지 포함해 39달러에 판매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싼 값에 홀려 제품을 산 고객들이 뒤늦게 피해를 호소하는 식이다.
특히 콘텍트 렌즈의 경우 FDA인가를 받지 못한 저질 제품을 판매하다가 당국의 함정수사에 걸린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고 고객들에게 안경이나 렌즈를 판매하는 일도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인 타운에서 영업 중인 크고 작은 안경점들은 모두 10여 곳, 그 중 대표적인 업체로 I안경원, K안경원, B안경원, A 안경원, S 안경원 등이 꼽히지만 이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과 4~5년 전 장사를 시작한 후발주자가 대부분이다. 최근 ‘다빈치’라는 신생 업체가 탄생하면서 가격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눈에 관한 한 가격을 흥정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 사람의 눈이 그 만큼 중요하다. 눈동자가 맑아야 사람의 인격이 빛나고 맑은 눈동자는 그 사람의 품격을 높여준다. 사람의 외모 신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눈’ 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안경업체들이 장사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중국산 싸구려 제품을 들여와 덤핑 판매를 하는 일이 빈번해 고객들의 피해를 입고 있다. 극심한 가격경쟁으로 말미암아 업소들은 10달러짜리 싸구려 제품을 안경테와 검안비까지 합쳐 3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안경제품에 대한 문외한인 고객들은 눈에 띠는 디자인의 제품을 의심 없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피 튀기는 가격인하 전쟁













한인 안경업계의 가격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 수준이다. 20년 전 35~50달러를 받던 검안료가 지금은 안경까지 포함해 39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안료만 50달러 이상이고 안경과 콘텍트 렌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의료기준이 적용된다.
싸구려 안경제품에 대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일부 업소의 검안 내용은 단순한 시력측정 서비스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검안이 아니다. 가격을 싸게 받는 것은 업체의 판단이지만 정부가 정한 가격의 최소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보험 보전 액수보다 싸게 매기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예를 들어 메디칼이나 메디케어 또는 보험회사에 45달러를 청구하면서 일반 고객들에게 그 미만의 액수를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일부 업소는 숨어있는 가격이라고 해서 광고와 달리 검사료를 나중에 청구하는 얄팍한 상술을 펴기도 한다.
업소들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가격경쟁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소 관계자는 현재 안경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일부 안경사들이 ‘내 눈도 아닌데 싸구려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돈 몇 푼 때문에 눈이 나빠지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피 비린내 나는 업소들의 과당경쟁의 피해가 고객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무허가 제품도 버젓이 판매


한국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서클렌즈’는 끼면 검은 눈동자가 또렷해지고 눈이 커 보여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끈 제품이다. 타운에서는 주로 밤업소 아가씨들이 선호한다. FDA에서는 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허가를 불허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판매업자들이 몰래 들여와 스와밋 등지의 안경점에서 취급했고 나중에 안경원에서까지 서클렌즈를 몰래 판매하다가 당국의 함정수사에 걸리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 렌즈를 사용하다가 망막 손상을 입은 환자들이 속출, 뒤늦게 안과를 찾아가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까지 많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일부 업소에서 판매하는 싸구려 저질 제품도 상당수로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타운 안경업소에서 광고하는 39달러짜리 안경은 모두 수입산 싸구려 제품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산과 베트남에서 들여온 이들 저질 제품을 캘리포니아처럼 일사광선이 많은 건조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안경테가 닿은 피부에 물집이 생기거나 벗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은 쓰면 쓸수록 물렁물렁해져 금방 스크래치가 생기고, 안경에 금이 잘 가며, 안경알이 자주 빠진다. 업소들은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경쟁 업소에 손님이 뺏길 것을 우려해 알면서도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가격 경쟁


일반적으로 검안에 걸리는 시간은 30분~1시간이이다. 정상적인 검안료는 최소 60달러가 기본이다. 이 시력측정에는 녹내장과 백내장 검사를 비롯해 망막검사까지 눈에 대한 모든 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한인 타운 업소에서는 정상적인 검안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시력을 측정하는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오랫동안 타운에서 안경업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엉터리 검안으로 시력을 잃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인 타운에서 성업 중인 안경원의 경우 대부분 2세들이 안과 의사로 활동하며 가계 일을 돕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소관계자는 “자식을 의사로 키웠으면서 의사 대접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검안의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정상적인 다초점 안경의 경우 원가만도 350달러인데 비해 일반 안경원에서 파는 가격은 150~250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저질 싸구려 제품으로 가격승부를 거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식구조도 문제다. 오로지 싼 제품만을 추구하다 보니 업소들은 자연 저질 제품을 취급할 수 밖에 없다. 업소마다 고객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비 양심 업소를 찾은 고객들의 ‘눈’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안경업계 불문율과 카르텔


안경업계의 보이지 않는 불문율과 이에 동조하는 소비자들의 묵시적인 합의가 현재 한인사회에서 거래되고 있는 안경가격의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미국 내 체인을 갖고 있는 안경업소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얘기다.
전직 안경세일즈 맨은 유명 브랜드 제품 안경의 경우 한인안경업계의 판매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로 “넓은 미국 시장을 갖고 있는 안경체인점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한인사회에 파고 든 한인안경업계가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각 안경점에서 안경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손익 분기점을 이루는 가격 선을 정하고 있으며 그러다보니 미국 안경업계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의 경우 과거부터 안경업계 마진율이 타 업종보다 높다. 이는 안경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실제 ‘안경은 알보다 테에서 남긴다’라는 속설을 뒷받침하듯 각양각색의 안경테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당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양각색의 안경테가 있듯 가격차도 천차만별이다. 안경의 테의 질과 안경알의 기능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소비자들의 지식이 전문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안경의 표준가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안경알의 경우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내 렌즈제조업체가 대량 생산하는 관계로 가격이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입증하듯 한때 한 업소에서는 렌즈를 단돈 1달러에 세일한다는 광고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안경렌즈의 가격이 각 업소마다 큰 차이가 없다고 봤을 때 가격과 마진율의 차이는 안경테에 있는 것이다. 브랜드 안경의 경우 각 안경업소의 적정가격은 안경 당 최소 100~2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가격에는 검안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검안료가 보통 35달러~6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안경가격은 적어도 250불이 넘는다.
콘텍트 렌즈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이미 콘텍트 렌즈 제조업체에서 시력에 맞는 렌즈를 제조해 나온 것을 구실을 붙여 안경 판매가격보다 약간 높게 책정해 안경보다 편리한 콘텍트렌즈의 이점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LA에서 영업하고 있는 L안경점은 소비시장이 특정 커뮤니티가 아니어서 그 만큼 넓은 시장을 갖고 있는데 소프트렌즈의 경우 30일간 장기간 착용할 수 있는 렌즈의 가격이 100달러 선이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칼라 소프트렌즈는 2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검안료를 포함하면 한인안경업계 가격과 비교해 볼때 100달러에서 200~300달러까지 차이가 난다.


안경점의 판매전략


한인안경점의 판매 전략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안경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찾는 사람들로 구분해 나름대로 공략전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실수요자에게는 안경렌즈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패션 소품으로 찾는 소비자에게는 안경테의 품질과 패션감각을 살려 가격을 정한다. 안경점의 전법을 피할 수 없는 소비자들은 업소에서 생각하고 있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함정이 있다.
안경테의 경우 원가 10달러 미만의 홍콩이나 대만제품이 150~200달러짜리 고급품으로 둔갑하는 요술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곳이 한인안경업소의 실태다. 이러한 실상에 더해 좁은 시장에 제품의 순환성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 제품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역으로 제품의 우수성으로 인해 그만큼 수명이 길다고 설명하고 있어 양측 주장에 귀가 솔깃해 지고 있다. 한편 콘텍트 렌즈의 경우 렌즈와 눈의 눈물층이 겹쳐 총체적인 렌즈효과를 나타내는 관계로 1년 정도 착용할 경우 단백질이 렌즈층에 끼는 현상(소프트렌즈)이 나타나 수명이 짧아져 안경업소로 봐서는 제품의 순환성이 그만큼 좋다고 할 수 있다.
또 렌즈의 휴대와 사용 시 분실 위험을 고려해 각 업소마다 보험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소비자들을 고려하는 제조업체나 안과의학 측면에서는 상업성 보다 더 효율적인 시력교정 방법을 찾으려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데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수술에 의한 시력 교정이다.
각막절제수술에 의한 시력교정은 70년대 소련에서 개발되어 현재 연구가 한창이며 수술방법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으나 정도의 차이가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술에 의한 시력교정이 한인사회에 소개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까지 수술로 시력을 교정한 사람들은 큰 불편을 못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안경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완성된 수술방법이 아니어서 위험성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시력교정을 위한 수술은 미래 첨단과학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레이저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며 수술이 간편하고 위험성과 부작용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안과의들의 설명이어서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력 교정을 위해 안경점을 찾는 사람이나 안과를 찾는 실소비자들은 시력교정 도구 구입에 따른 함정을 피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특히 경쟁이 심한 안경업계에서도 공정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모범업소에서는 검안인도 영업을 하고 있다” “모범업소에서는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등의 악성루머를 상대경쟁업소를 향해 퍼뜨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이에 현혹되지 않고 눈을 넓게 돌려 공정한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보는 것이 올바른 시력교정을 위한 수순이라고 할 것이다.







다빈치 안경원 출현에 초비상













최근 3가와 버몬트 한 쇼핑센터에 등장한 ‘다빈치 안경원’은 한국에서 프렌치 아이즈로 유명하며 약 100여개 체인점이 성업 중에 있다. 이 업소의 등장으로 한인 안경업계가 초비상에 돌입했다.
다빈치 안경원은 연일 신문 전면에 광고를 내며 다른 업소들을 위협하고 나섰다. 이 업소의 주인은 한국 다빈치 안경원과 일가로 소문이 나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투자이민인 E-2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이 업소의 출현으로 그 동안 잠자고 있었던 안경업계가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가격경쟁을 선언한 다빈치의 출현은 급기야 다른 업소에까지 확대되면서 싸구려 저질 제품까지 등장해 선의의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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