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여기자 2명 억류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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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의 여기자 2명이 북측에 억류되는 돌발사태가 발생해 사태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북미관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북.미가 해결과정에서 마찰을 빚는다면 미사일 정국과 맞물려 북미관계는 더욱 꼬일 수도 있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이번 사태의 해결방향이 향후 북미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관계에서 민감한 사안이어서인지 북한과 미국은 양측 모두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미국의 처사를 비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원만하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보도를 통해 사건이 공개된 것이 변수”라고 말했다.
미국은 사건 발생 직후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조속한 석방’을 요청하고 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아직까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와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있는 북한이 이들을 장기억류해 미국을 극도로 자극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억류된 여기자들로부터 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다 여성이라는 점도 `조기 석방’에 대한 기대를 낳게 한다.
한 소식통은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어 벌어진 일이 아니고 우발적으로 빚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인도주의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장기화된다면 북한에도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빨리 해결하려할 것”이라며 “원만하게 풀린다면 향후 전개될 북.미 직접대화에 있어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의 특성상 예상외로 사태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1996년 한국계 미국인인 에번 헌지커가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 간첩혐의로 억류됐다 북한의 요청으로 미 정부 특사로 방북한 빌 리처드슨 당시 미하원의원의 협상으로 풀려나게 되기까지는 3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는 `간첩혐의’가 씌워졌기는 하지만 이번에 억류된 여기자들도 촬영을 하다 체포된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하려만들면 비슷한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또 1999년 6월에는 베이징을 근거로 활동하던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인 카렌 한 씨가 북.중 접경지역인 라진선봉지구 부근에서 북측에 잡혀 별다른 이유없이 한달동안 억류되기도 했다.


北, 석방 대가 요구 가능성


이번 사안과 관련, 일각에서는 북한이 석방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지커 사건때 북한은 간첩혐의에 대한 형사상 벌금으로 10만 달러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고 호텔 숙식비로만 5천달러를 지급했다.
한 소식통은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여기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훈방조치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북.미 간에 좋은 분위기속에서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문제가 중국과도 연관돼 있다면 사태해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신빙성이 높지는 않지만 북한 군이 여기자들을 체포해 억류하는 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 영토까지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중국이 자국 영토하에서 벌어진 북측의 미국 국민 체포를 방관한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또 이들 여기자를 현장으로 안내한 사람이 중국인인 조선족으로 알려진 점도 체포 당시 정황에 따라 중국측 귀책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다.


기자들 평양 억류


한편, 북한이 북중 국경지대인 두만강에서 취재도중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평양으로 압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22일 대북 소식통들이 말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들은 이날 “사안의 중대성으로 미뤄 이미 미국 여기자 2명은 평양으로 압송돼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군 보위사령부의 직접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1일 처음으로 이 사건을 공식 확인한 점과 17일 사건 발생 직후 미국에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거부한 사실에 주목했다.
소식통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같은 사건을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이미 북한의 군과 정보 당국이 평양에서 이들을 직접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17일 사건 발생 직후 북한이 미국에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거부한 것은 이미 북한의 최고 지도부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버트 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북한이 최근 더 이상 식량 지원을 원치 않는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우리들은 그 같은 결정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북 소식통들은 “통상적인 사안의 경우에는 평양으로 압송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지만 미국 국적의 취재진이 억류된 만큼 북한이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미국 국적의 한국계 은아 리(사진 왼쪽)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


장기화 가능성도


북한의 미국 여기자 2명 억류 사건은 억류 경위가 ‘우발적’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에선 조기해결의 낙관론을 내놓고 있으나, 이들 기자의 목적이 북한이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탈북자와 그 인권문제를 취재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자칫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들 기자는 두만강 탈북 루트와 탈북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 음란한 화상채팅 강요 등 북한 체제의 수치스러운 면을 취재중이었던 만큼 북한 당국은 이를 매우 중시해 우발적인 단순 월경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기자는 북한 당국 요원들의 제지에도 촬영 등 취재 활동을 계속하다 선을 넘는 바람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져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당국의 입장은 더욱 부정적이고 강경하게 나타날 수 있다.
북한이 1990년대 중반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면서 급증한 탈북자 문제는 정치범수용소와 함께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반김정일 투쟁을 정당화하는 상징이다.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권유린 행위들은 폐쇄성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는 데 반해 탈북자들의 증언과 그들이 겪는 고초 등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사례이고 김정일 체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이 점차 탈북자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생생한 취재에 나서는 경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이에 강하게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당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한국 정부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대북인권결의안’이 상정돼 26일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또 이달과 내달 각각 호주와 미국에선 남한의 탈북자 및 대북 인권단체와 연계한 북한인권관련 행사가 열리는 점도 미국 기자들에 대한 억류 사건에서 북한의 강경대응을 자극할 요인이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와 군 보위사령부 등 공안기관들의 행태로 미뤄, 남한과 외국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억류 여기자들의 취재 배경과 목적을 분석하고 억류 기자들을 직접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엄정’ 대처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지도부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외무성은 이번 사안이 북한 체제의 ‘존엄’을 건드리는 탈북자 문제 취재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들 공안기관의 의견을 제치고 대미 협상의 중요성만 내세우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오바마 미 행정부와 대화를 위해 결국은 억류 기자들을 석방하더라도, 자신들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슈화를 최소화하고 외신들의 국경지대 취재를 가능한 차단하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사과 요구는 물론 `재발방지’ 요구를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협상이 한동안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탈북자문제 취재를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파괴활동의 하나로 심각하게 간주하면서 북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등의 말로 처음엔 미국측 애를 먹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북 협상과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한 역시 석방 협상 과정에서 미국을 괴롭히면서도 결국은 미국의 ‘성의있는 조치’를 대가로 훈방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인도적’ 조치를 부각시키고 대미관계 개선의 호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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