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침체 ‘최악 시나리오’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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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비농업 취업자는 시장예상(-52만명)을 대폭 뛰어넘은 전월비 34만5000명 감소에 그쳤다. 2008년 9월 이후 최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미국 고용시장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경제가 깊숙한 침체영역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조기에 연방 기금금리를 인상하거나 국채수익률의 급등을 용인하는 등의 판단 착오를 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려되는 미국 연준의 두 가지 판단착오 가능성은 미국경제가 2009년 상반기 중 침체 폭이 둔화되는 변곡 국면을 넘는 시점에서 5월 미 고용지표의 대폭 개선이 연준으로 하여금 조기 정책금리 인상 및 국채금리의 급등세 용인이라는 두 가지 치명적인 판단착오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돼 온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경기 바닥론이 재차 힘을 얻고 있다. 미 금융권의 공적 자금 상환 규모도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미 노동부는 지난 5일 발표한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34만5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다. 또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76명의 전망치(52만명)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기업들의 감원 속도와 폭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앞서 발표했던 4월 비농업부문 고용 규모도 당초 53만9000명에서 50만4000명으로 축소 조정했다. 3월 감원 규모도 당초보다 4만7000명 줄어든 것으로 수정했다.
나리만 베라베시 글로벌인사이트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후퇴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여전히 취약하지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치솟고 있는 실업률은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4%로 전월 8.9%에서 0.5%포인트 올랐다. 25년래 최고치로 월가 예상치는 9~9.4%였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2월 이후 미국에서는 모두 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비드 맬파스 엔시마글로벌 대표는 “고용 감소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치솟고 있는 실업률이 미국인들의 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경제 회복은 더디게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약 20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고 실업률이 연내 10%에 도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고용이 보통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도 기업들이 당분간 고용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금융시스템 안정 기미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Tarp)을 받은 은행들의 자금 상환 가능액이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번 주 구제금융 상환 가능 은행의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구제금융 상환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25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금융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이 충분하다고 진단된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 9개 은행들이 모든 구제금융을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처드 보브 로치데일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상환하면 이와 관련된 8%의 높은 이자 비용이 사라져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들은 규제당국의 지원 아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필요 이상의 자본을 축적했기 때문에 ‘황금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상환하더라도 은행들은 당분간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부가 은행들의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 워런트(일정수준의 보통주를 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워런트를 재매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상을 벌여 적정 가격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지난 5일 미국 국채 수익률 역시 급등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 데다 고용 악화가 진정되고 있다는 낙관론이 가세하면서 국채 가격 하락 압력을 높인 것이다.
여기에 미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국채 수익률 급등, 2년물 1% 넘어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83%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장중 3.8972%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4일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주목할 부분은 2년물 국채 수익률이다. 10년물이 오름세를 지속하는 사이 1% 아래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2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며 1%를 뚫고 오른 것. 이날 2년물 국채 수익률은 1.30%를 기록, 전날보다 34bp 올랐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FRB 내부에서도 제기되자 투자가들 사이에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연내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국채 선물은 연방기금 금리가 오는 11월까지 최소한 0.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70%로 반영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 지표도 국채 수익률 상승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9.4%로 26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동시에 전문가 예상치인 9.2%를 웃돌았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 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에 다시 불을 지폈다.
5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34만5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4월까지 6개월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FRB 금리인상 현실 가능성은?


시장 지표는 연내 FRB의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노동 시장이 안정되면 가계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활기를 되찾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채권 부문 책임자인 브라이언 에드몬드는 “투자자들 사이에 FRB가 머지않아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며 “특히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FRB 내부에서도 아직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고,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상당 기간 잠재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긴축보다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퍼리스 그룹의 전략가인 존 스피넬로 역시 “현재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FR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FRB가 장기물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1%포인트 가량 올랐다. 경기가 살아나기도 전에 섣불리 제기된 금리 인상론이 오히려 회복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높일 수 있고, 주택뿐 아니라 신용카드 연체를 부채질해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는 금융시스템을 또 다시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 시장의 바닥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지만 압류와 모기지 연체는 여전히 상승 추세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연체 또는 압류 상태에 있는 모기지 비율은 1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말 11.9%로 뛰어오른 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모기지 부실이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 등급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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