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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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정몽준호(號)’가 지난 7일 닻을 올렸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10월 28일 열릴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당헌ㆍ당규에 의거,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차점 득표자인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곧바로 승계해 한나라당을 이끌게 됐다.
정 신임 대표는 앞으로 당내 입지와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동시에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진영 간 갈등을 아우르면서 가깝게는 오는 10월 재보선, 멀게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등 자신의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시험 받게 됐다.
정 대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현대중공업의 오너로서 막대한 부를 손에 쥐었으며 울산 지역을 바탕으로 5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 (FIFA) 부회장을 역임하며 국외에서도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2002년 대선에 출마하며 정치에 발을 들여놨지만 현재까지 거의 야인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때문에 정 대표에게 정치판은 여전히 황무지나 다름 없다. 이런 정 대표가 168석의 거대 야당에 수장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정 대표의 취임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전대에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선데이저널>이 입체 분석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정몽준 대표가 한나라당 신임 대표에 오른 것은 그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편입됐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그는 울산 지방에서 5번, 서울 동작에서 1번에 걸쳐 국회의원에 당선된 6선 의원이지만 5손 기간 동안 당적이 없었던 ‘이방인’이었다. 그가 비로소 ‘적’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7년 대선 기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친이’와 ‘친박’으로 나눠져 있는 당내 현실상 그가 뿌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정 대표가 비로소 한나라당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전 대표에 이어 두번 째로 많은 득표를 해 최고위원에 오르면서부터다. 그는 이번 박 전 대표의 사퇴로 한나라당 입당 2년 만에 당 대표까지 오르는 어부지리를 맞게 됐다. 정 대표에게 이번 대표 취임은 공식적인 당 주류에 편입했다는 것과 함께 새로운 시험 무대에 오르게됐다.
또한 정 대표는 새로운 총리 후보로 지명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화 등 차기 대권주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대권 후보군 편입


그러나 동시에 혹독한 평가 과정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진로는 도전과 고난의 연속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내에 ‘정몽준 맨’이라 불릴만한 인맥이 없다는 점은 정 대표가 넘어야할 첫번 째 고비다. 만약 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는 향후 의사 결정 과정에서 큰 어려움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 대표로부터 지역구(울산 동구)를 물려받은 안효대 의원,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신영수 의원, 처조카 사위인 홍정욱 의원, 200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21에서 호흡을 맞춘 전여옥 의원 등이 ‘가까운 의원’으로 분류된다.
그는 한나라당 입당 후 자신의 이런 정치적 기반을 인식한 듯 당내 170명 가량의 의원 대부분과 한차례 이상 식사자리를 갖는 등 접촉면을 넓혀왔다. 한나라당 안착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친이와 친박 인맥으로 워낙 확고히 나눠져 있어 정 대표가 자신의 사람을 만들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는 양 계파간의 갈등을 조절하며 오는 10월 재보선을 치뤄야 한다. 따라서 10월 재보선은 정 대표의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번 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잣집 아들(?) 구두쇠(?)


정몽준 대표가 풀어야할 또 다른 과제는 고정 이미지 탈피다. 현재 정 대표를 규정짓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부잣집 아들’ 이미지이다. 이는 주로 대중이 바라보는 관점이다. 정 대표는 현대가의 일원으로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다. 현재는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일선 경영에서는 물러나있지만 여전히 현대중공업의 오너 위치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정 대표는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로 현재 현대중공업 주식 1조5393억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이어 국내 주식부호 4위에 올라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정 대표 하면 이런 막대한 재산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가뜩이나 부자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에 있어서 이런 정 대표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책을 조율해야 할 여당 대표가 이런 재벌 이미지가 강하다면 친서민 노선 역시 빛이 바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대표는 이런 재벌가 도련님 이미지를 탈피해야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 대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18대 국회 입성 후 전용차를 카니발로 바꾸는 등 나름대로 이미지 개선 작업에 신경 썼다. 정 대표가 또한 취임 일성으로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던진 말이다.
또한 재벌가 도련님으로 자라면서 몸에 밴 아집을 내려놓는 것도 정 대표가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게 정치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정 대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정 대표는 기본적으로 사람관계를 수직적으로 나누는 성향이 있다”며 “수평적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지 않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정치권에서 보여지는 정 대표는 ‘구두쇠’의 이미지가 강하다.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재산이 많은 정 대표는 정치권에서 ‘밥값을 잘 안내는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 대표를 두고 ‘짠돌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자신이 나온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회비로 20만원만 낸 일이 동창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정 대표는 몇 달 전 이 대통령과 독대시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잘 쓰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에게 ‘가진만큼 내놓을 줄도 알아야한다’는 조언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권도전


어쨌든 대표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곧바로 정 대표 본인의 대권 가도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몽준호(號)의 과제는 우선 과제는 당내 화합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이계측과 가깝다지만 주주라고 하긴 어렵고, 친박계측과는 미래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다. 뿌리가 얕은 정 대표로서는 어느 한 쪽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
그렇다고 정 대표가 ‘얼굴 마담’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줄곧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ㆍ당규 개정, 당ㆍ정ㆍ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당의 대문을 넓게 열어놓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나라당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기엔 “정치인 정몽준의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때가 됐다”(한 측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후 파국으로 치달은 여야관계의 정상화도 난제다. 그는 “여야관계만 너무 부각됐지만 동료의원이라는 게 중요하다”며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 하지만 친이계 핵심으로서 대야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는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내부 조율부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과연 정 대표가 본인에게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주변의 추측대로 대선 주자로 우뚝설 수 있을지 해결책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신여권핵심 ‘3鄭’






정운찬 서울대 교수가 국무총리에 내정되고 정몽준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에 내정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학교를 매개로 한 신(新)여권핵심 ‘정몽준-정운찬-정정길 3정(鄭)’의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대표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서울대 경제학과 4년 후배다. 또한 정 후보자가 70년대 중후반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할 때 정 대표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수학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는 ‘울산인맥’으로 엮여있다. 울산대 총장이었던 정 실장은 작년 대통령실장으로 발탁되면서 울산대(현대학원) 이사장인 정 대표에게 ‘대통령실장 제의’ 사실을 사전에 알렸다는 후문이다.
또한 정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와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막역한 친구 사이는 아니지만, 정 대표가 초.재선 의원 시절 박 전 대표와 자주 어울려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정 최고위원은 정치권 외곽에서 이홍구 전 총리와 한승주 전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홍구 전 총리는 현재도 정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 겸 조언자로 자리하고 있고, 한승주 전 장관은 정 대표가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과 2022년 월드컵축구 유치위원장을 맡아 정 대표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해밀을 찾는 소망’은 정 대표의 싱크탱크가 될 전망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를 목표로 설립된 아산정책연구원은 올 연말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해밀을 찾는 소망’는 정치인 정몽준의 정치.정책활동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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