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BC 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1세기 미 경제 지형과 변화를 주도한 인물들로 그린스펀 전 의장과 실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회장 등 남성 9명과 여성 1명을 꼽았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이름을 올렸다.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역시 그린스펀 전 의장이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명성을 누리고 있는 그린스펀은 1987∼2006년 FRB 의장을 연임하면서 경제의 마에스트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은 가장 번영된 시기를 맞았다. 1990년대 인터넷 거품을 칭하는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난해한 화두를 던져 이후 월스트리트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해석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1987년 8월 취임이후 곧바로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미 경제가 큰 시련에 부닥쳤지만 이듬해 높은 성장률 복귀와 주식시장 강세를 이끌어내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오랜 동안의 저금리 정책으로 이번 금융위기를 불렀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그는 결국 지난해 10월 의회청문회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인해야 했다. 그의 후임으로 취임 당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벤 버냉키 의장은 1930년 대 대공황 전문가답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금융위기 정점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공화당 의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계획을 세워 베어스턴스를 JP모건에 매각하고, 정부 지원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채무를 국가가 보증했으며, AIG에 180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대형 금융사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에 대해서는 끝내 지원을 외면해 금융위기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폴슨 재무장관 재임 당시 뉴욕연방은행 총재였던 티머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은 버냉키, 폴슨과 함께 적극적으로 금융위기에 대응해 위기 진화에 한몫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뒤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가치투자의 귀재’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혀 시장 분위기를 되돌린 인물이다.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가 합병되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는 등 대형 금융사 3곳이 금융위기로 운명을 달리한 가운데 나온 그의 과감한 투자계획 발표는 시장 흐름을 바꿔 놓으며 올 주식시장 강세 발판을 마련했다. 이밖에 8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미국 채권을 보유한 국가인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0대 인물에 포함됐고, 행크 그린버그 AIG 전 회장, 실라 베어 FDIC 회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켄 루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최고경영자(CEO)가 21세기 미 경제지형을 바꾼 인물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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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미 경제에 가장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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