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 덕에 한숨 돌린 새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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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새한은행(행장 육증훈)이 지난 5일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와 가주은행국(DFI)으로부터 30일 증자시한 연장 동의를 얻어 기사회생했다. 지금까지 커뮤니티 은행에 대해 연장승인 전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이변이다.
연장신청을 내고 피 말리며 고대하던 새한은행 경영진은 마감일인 지난 5일(금요일) 정오 감독국으로부터 30일 연장신청 승인 이라는 낭보를 받았다. 경영진은 이날 오전까지 감독국의 연락을 받지 못하자 ‘올 것이 왔다’고 포기하기도 했으나 뜻밖의 희소식에 탄성을 터트리며 각 언론사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날 오전 한때 감독국이 연장을 불허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새한은행 주가가 50센트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낭보 이후 87센트로 원상 복귀하는 등 새한은행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새한은행이 이번 감독국의 연장 승인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30일이라는 촉박한 시간 동안 6000만 달러 규모의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확보한 4000만 달러(일부 보도는 4300만 달러로 알려짐)에 1700만 달러의 추가 증자만 이뤄지면 새한은행은 무난히 회생할 수 있다.
그러나 복병이 적지 않다. 우선 이미 확보한 투자금 중 상당수가 한국의 기업으로부터 들어 온 자금이기에 30일 이내에 혹독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하나 시간이 부족하다. 새한은행이 과연 정상화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미래은행이 될 것인지 속사정을 들어다 보았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지난 5일 오전 새한은행 경영진은 한자리에 모여 감독국의 30일 연장신청 승인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통상 하루 전에 통보해주는 감독국의 관례에 따라 이미 자포자기하는 임원들이 적지 않았다. 오후 6시 감독국 직원들의 집행을 기다리던 중 새한은행 주가는 계속 곤두박질쳤고 급기야 50센트 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일부 임원진은 은행을 이렇게까지 망친 전임행장에 대한 원망과 한탄 섞인 책임론을 벌이기도 햇다. 그러나 12시 정각 감독국으로부터 30일 연장신청안을 승인한다는 연락을 받고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 동안 직원들은 믿기 어려운 듯 ‘정말이냐?’는 말을 반복했고 감독국 결정에 신기해했다.
감독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다. 감독국의 이번 결정은 ‘새한은행 경영진들과 임원진들의 회생을 위한 줄기 찬 노력을 인정했다’는 것이고 회생을 돕겠다는 해석이다.


6000만 달러 증자 청신호






감독국의 30일 연장 요청 승인에 그동안 망설여 왔던 동포 투자가들도 줄지어 신규주식 매입 문의를 시작했다. 또 한국 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새한은행의 2차 회생에 필요한 6000만 달러 자본증자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감독국 결정은 증자명령 마감시한이 1차는 2월 5일, 2차는 3월 8일로 나눠져 있었고 감독국 입장에서도 3월 8일 2차 마감일이 남아 있어 증자가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굳이 1차 마감일 연장을 불허할 이유가 없었다.
감독국의 자본증자 명령은 모두 6000만 달러가 은행으로 자금이 입금되는 투자유치 조건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2월5일 1차 증자금인 8%에 해당하는 약 2700만 달러가 원칙적으로 자본으로 전환되어야 했지만 변호사 에스크로 구좌에 그 이상을 초과하는 4300만 달러가 입금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고 30일 연장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금융가에서는 아무리 4300만 달러가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되었다 하더라도 자본 전입이 안 된 상황에서 감독국이 연장해 줄 리 없었다는 견해가 상당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감독국이 새한은행의 연장 요청을 승인해 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다른 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새한은행은 신규 주식 1억 2천만주를 발행했다. 1주당 50센트로 약 4300만 달러에 달하며 추가 투자자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3월 8일까지 자본비율 10%인 6000만 달러 증자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새한은행은 현재 주당 1달러인 주식을 50센트에 신주인수권(warrant)으로 발행하기로 하는 한편 2년 안에 행사할 수 있는 사모펀드 방식이 투자자들을 움직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낙관은 금물

청신호 속에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한국에서 들어 온 투자금에 대한 검증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들어 온 자금은 모두 1900만 달러이며 추가 자금까지 합치면 충 증자액수인 6000만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금이다. 
한국의 상장회사인 다함그룹이 1700만 달러, 동양 PNF가 200만 달러이며 추가적으로 들어 올 자금이 약 700만 달러로 합계 26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수혈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현지 동포 기업인 PMC그룹(대표 윌리엄 박)과 한국에서 들어온 투자금이 섞여 있어 연방 차원에서 이들 돈에 대한 정밀분석을 할 필요가 요구돼 과연 30일 이내에 이들 자금의 성격이 철저히 규명될지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전례에 비춰 연방정부가 이 자금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리 없다.
지난 해 초 한국의 하나은행이 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행장 최운화)에 지배구조로 전체 주식의 70%인 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해 MOU까지 체결하고 FRB에 승인 신청을 냈으나 하나은행의 10%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국부은행인 ‘테마섹’의 투자회사 중 알카에다 자금으로 의심되는 회사의 재정을 공개하지 못해 무산된 전례(본지 693호 보도)를 비춰 볼 때 이번 새한은행의 한국 투자회사들에 대한 투자 검증작업이 3월 8일 이전에 진행될지 의문이다.
연방정부는 미국 내 커뮤니티 은행의 외국자본 유입에 대해 까다로울 정도로 검증작업을 하고 있어 새한은행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경영진은 더 이상 연장이 없는 상황에서 3월 8일 마감일을 대비해 그 전에 감독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치는 것이 우선 과제다.
또한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추가 부실대출을 줄이고 금년 1/4분기 경영실적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식시키고 6000만 달러를 확보하는 시점까지 기존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새한은행 진로는?

지난 5일은 새한은행에 있어 피를 말리는 하루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가주은행국(DFI)이 새한은행의 만약의 사태에 대비, 지난 주 은행 인수를 위한 비딩절차에 착수해 윌셔은행과 나라·중앙은행 등 LA한인은행 3곳과 텍사스의 유나이티드 센트럴 벵크 등 4곳이 입찰에 참여했다.
4곳 모두 얼마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3천만 달러 선인 것으로 금융가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뜻밖에 새한은행의 30일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자 입찰 의향에 참여한 은행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되어 버렸다.
30일 연장 요청 승인에 대한 감독국 결정에 대해 업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1차 자본증자 명령과 관련 비록 자본 전환이 되지 못했지만 신주인수권 주식발행으로 무려 4300만 달러가 사모펀드를 통해 에스크로에 입급 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비딩에 참여한 은행들이 헐값에 새한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감독국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미래은행을 불과 3000만 달러에 인수해 재미를 본 윌셔은행의 이번 입착규모 역시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비딩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건 은행은 중앙은행으로 윌셔는 미래은행을 인수했고 나라은행은 불과 2주전 행장이 전격 교체돼 이번 비딩에서 제외됐다. 텍사스 유나이티드 센츄럴 은행은 타주가 본거지라는 점에서 중앙은행으로 낙점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특히 지난 1월 자본금 증자에서 무려 7000만 달러를 투자 받은 중앙은행은 어떤 이유에서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기에 상식선에서 액수를 써 낼 것으로 보였으나 막상 결과는 달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아는 감독국이 결국 ‘30일 연장’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금융가의 분석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새한은행을 인수할 경우 중앙은행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때에 따라 윌셔은행을 제치고 제1의 한인커뮤니티은행으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책임론 분명하게 가려야

한인은행 가운데 5번째로 손꼽히는 새한은행은 중견은행으로 한동안 나스닥 상장을 시도할 정도로 건실한 은행이었다. 그러나 벤자민 전 행장이 부임한 후 새한은행은 나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벤자민 홍 전 행장은 취임 후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새한은행을 제2의 나라은행으로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취했다. 홍 전 행장이 취임하면서 나라은행에서 자신을 따르는 10여명의 간부들을 입성시켜 무려 3곳의 지점망을 확장하고 리모델링에 은행돈을 퍼부었다. 또 은행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제작 등 홍보활동에도 큰 비중을 뒀다.
보통 새 행장이 이전 부서의 직원들을 데리고 가는 것은 자신의 경영과정에 유리한 수족을 만드는 것과 예금주들을 몰고 가기 위함이다. 이를 은행권에서는 “예금도둑”이라 부르고 있다. 은행장이 바뀌면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 나돌기 마련이다.
그러나 홍 행장의 계산은 들어맞지 않았다. 함께 데려온 간부들은 과거 자신이 한미은행에서 나라은행으로 가면서 함께 갔던 이들과 수준이 달랐다. 기대했던 예금실적도 오르지 않았다. 거기에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타운의 경기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결국 새한은행은 20%의 인원을 감원하면서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으로 7~8달러하던 새한은 주가가 1달러대로 곤두박질 쳤으며 2008년 7월 부터 지난 12월 30일까지 6000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보도록 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일관했다. 
이런 환경에서 육증훈 신임행장이 취임했으나 새한은행에서의 운영의 폭이 별로 크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2400만 달러의 증자를 실시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이 산적해 있었던 까닭이다. 결국 헹콕팍 부근의 콘도 개발과 관련 융자부실 건 등과 분기별 감사에서 나타난 손실 등으로 우려했던 당국의 개선명령조치(CND)를 받게 되었으며 은행의 타격은 더욱 심각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해 새한은행에 대한 감사를 통해 지난번 홍 행장 취임 후 급속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미비 등으로 여러 개의 규정위반 사항들을 지적당했으며 결국 홍 행장이 발생시킨 문제들을 육증훈 행장이 뒤집어 쓴 꼴이 되어 버렸다.


육증훈 신임행장의 굴욕

육증훈 행장은 취임 2개월 만에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환경이라면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육 행장은 그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새한은행을 중견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2008년 10월 취임 후 “새한이 처한 각종 현안부터 처리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선적으로 부실대출 정리, 효율성 높이기, 유동성 문제 등 현안 해결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현재의 타운은행 환경이 과거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새한은행은 육증훈 행장이 취임한 뒤 자본금이 거의 잠식  당한 상태였으며 은행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던 까닭이다.
여기에 취임 직후 터져 나온 윌셔 본점 간부가 연루된 절도 사건은 은행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겨 주었다. 육 행장은 지난 2008년 행장에 낙점된 직후 “새한은행을 중견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실지로 육 신임행장은 지난 90년대 말 한미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당시 자본금 7억 달러 규모의 한미은행을 퇴임 시 15억 달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지만 새한은행 행장으로서는 굴욕을 맞이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자본금 증자를 계기로 직원 모두 재충전의 기회와 반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제2의 위기 또 저승사자처럼 찾아 올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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