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2탄] 취재 경쟁에 선수들 볼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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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막을 내린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숱한 기록과 화제를 뿌렸다. TV와 신문 등지에 보도되지 않은 화제도 많았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 시청자들은 독점중계권을 휘두른 NBC의 편파 방송에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 스포츠 제전인 동계 올림픽은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행사다. 무엇보다 이번 제21회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는 말과 글로서는 모두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명실상부 피겨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LA지역 한인 언론사들은 단 한 명도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4년 만에 한번 열리는 지구촌 스포츠행사의 역사적 현장에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았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오는 6월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하지만 이 역사적 축제에도 한인 언론사의 현장보도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진 취재부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주 동안 LA한인들은 한인신문과 방송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이미 인터넷 등에서 실린 내용을 다시 한번 재탕한 것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방송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미주 지역에는 한국어 중계권이 없어 SBS의 국내독점 중계도 미주 지역에서 방영할 수 없어 경기 장면 없이 오디오로만 올림픽 소식을 전해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
교민들은 미국 내 올림픽 중계 TV 독점권을 가진 NBC에 그나마 의지했으나 실망은 더욱 컸다. 미국선수나 특정 국가에 편중된 방송으로 한인 시청자들은 답답함과 짜증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코리아타운 6가와 마리포사 인근에 사는 톰 최(67)씨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화면으로 보지 못하고 음성으로만 듣는 SBS 뉴스나 YTN 뉴스는 짜증만 유발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미국 NBC 방송을 시청했으나 미국선수들에게 편중된 중계라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오렌지 카운티 가든 그로브에 거주하는 강봉진(42)씨는 “올림픽을 보도하는 신문 기사는 이미 내가 인터넷에서 읽은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라며 “같은 내용의 기사를 두 번 읽는 것도 짜증스런 일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2주 동안 밴쿠버에 단 한 명의 취재진도 파견하지 않은 LA 한인 언론사들은 인터넷과 연합뉴스 그리고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는 내용들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다. 밴쿠버는 LA에서 뉴욕이나 워싱턴DC보다 가깝고 한인 동포들도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한국의 김연아 선수를 포함해 쇼트트랙이나 스피드 스케이드에 메달 가능성이 과거 어느 대회보다 높았다.
역사적인 현장에 취재진을 보내는 것과 안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났다)이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하늘과 땅 차이다. 밴쿠버에 취재진을 보냈다면 생생하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LA한인 동포나 미주동포들에게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캐나다 동포나 국내 동포들의 목소리도 이곳 동포사회에 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한인 일간신문과 방송사들은 올림픽에 취재진을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평소 “한인 정상의 신문” “한인 최고최대의 신문” “북미주 최고의 방송”이라고 떠들어대던 이들 언론사들은 광고수입에만 열을 올릴 뿐 독자들을 위한 뉴스 서비스에는 극히 인색했다. LA에서 비행기로 고작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밴쿠버 올림픽대회에 이곳 언론사들이 취재진을 보내지 못한 것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대회에 기자를 파견할 정도의 취재비가 없다는 이야기다.
또 동계올림픽대회에 취재진을 파견하려면 사전에 밴쿠버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취재신청서를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던 것. 아예 처음부터 보낼 생각이 없어 신청서를 보내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대표적인 신문” “최고의 방송”이라고 떠드는 언론사가 취재비 때문에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지구촌 축제를, 더군다나 시애틀 북쪽 인근인 버뱅크에 기자를 파견치 못할 정도라면 언론사로 지칭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국에 본사를 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는 본국지에서 아예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삭제시켜 배달하고 있다. 왜냐하면 본국 스포츠 기사와 이곳 미주판 기사가 중복되기 때문이다. 


사명감 망각한 한인 언론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예상외로 선전하다 보니, 현지 파견된 국내 신문 방송들의 취재열기도 ‘과열’로 변질되어 논란을 벌였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5일자에서 “경기 앞둔 선수 한밤에 불러내… 중앙, 낙종하니 ‘마타도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선수들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언론의 취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 언론이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한밤중에 불러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벌여 과열 취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20일자 1면에 이승훈·이상화·모태범 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야 포즈 잘 잡아, CF 들어올지 아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중앙은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초반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합작해내며 대한민국 선수단의 쾌속 질주를 주도한 한국체대 체육학과 07학번 동기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위해 18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선수촌 앞 커피숍에 모였다”고 밝혔다. 당시 이상화는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친 상태였지만, 모태범과 이승훈은 아직 경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 자회사이자 기사 교류를 하고 있는 일간스포츠 소속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같은 날 일간스포츠 1면에도 <“먹고 싶은 건 라면·술”>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사진과 내용이 거의 유사한 기사가 실렸다.
중앙이 세 선수를 한밤에 한꺼번에 불러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의 한국 기자들은 반발했다. 한 언론사 기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선수단 쪽에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세 선수는 19일 아침(현지시간) 아침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서야 했다. 이 사진은 각 언론사에 공유됐다.
현지에 파견된 한 언론사 기자는 “선수단 차원에서 취재를 이유로 밤중에 선수들을 불러내거나 특정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일간스포츠 기자가 단독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는지 아직 경기 일정이 남아있는 선수들까지 한밤에 불러내는 무리한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조은지 기자도 지난 22일 ‘조은지 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에서 중앙의 ‘한밤 취재’에 대해 “취재에도 ‘룰’이 있다”며 “취재진은 모든 선수들이 통과하는 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된다. 올림픽은 전화해서 선수를 불러내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이어 “올림픽은 선수 인생을 건 아주 중요한 무대”라며 “0.01초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 과열된 취재경쟁 때문에 이들에게 아주 약간의 미련이라도 남긴다면 그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기사는 독자도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앙의 한 관계자는 “다른 언론사에서 낙종을 하다 보니 ‘마타도어’를 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추태부린 취재 열기

이번 동계올림픽대회 최고의 화제는 당연히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 금메달이다. 김연아의 연기는 물론 그녀의 의상을 포함해 그녀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의 표정과 말 한미 한마디가 그대로 뉴스이고 화제다.
김연아가 이룩한 피겨 스케이팅 기록을 두고도 많은 화제가 나왔다. 김연아의 세계 신기록 228.56 점수는 2위의 아사다 마오가 받은 205.50보다 무려 23.06이나 높았다. 이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미국의 금메달 선수 이반 라이사섹크가 불과 1.31 차이로 2위인 러시아의 에브게니 푸루센코를 이긴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지금까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박빙의 차이로 서로 비등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월등한 점수로 그녀에게 견줄 선수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여성 시청자들은 김연아 우승에서 또 다른 장면에 신기해했다. 김연아가 금메달로 시상대에 올라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손으로 눈을 닦을 때 이를 시청한 수많은 한인 여성들은 함께 감동적인 눈물을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김연아의 눈가의 마스카라에서 검은 물감이 흘러내리지 않은 점에 신기해했다. 아사다 마오가 눈물을 흘릴 때는 속눈썹 마스카라에서 눈물 때문에 검은 물감이 얼굴에 얼룩져 흘러 내렸다.
이 장면이 끝나자 여성들은 “얼룩지지 않는 마스카라가 어느 나라 제품인가”에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 마스카라는 한국의 화장품 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연아는 낮 시간 최고 시청률도 갈아 치웠다. 지난 26일(미국시간 25일) SBS에 따르면 오후 1시22분부터 29분까지 5그룹 3번째로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최고 시청률은 41.9%까지 올랐다. 최고 점유율은 69.1%다.(이하 AGB닐슨 서울 기준) 지난 24일(미국시간 23일) 쇼트프로그램은 김연아가 등장한 오후 1시19분경 최고 시청률이 36.2%였다.
김연아는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8.50점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받은 150.06점을 합해 228.56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웠는데 SBS의 낮 시간대 시청률도 기록을 세우게 됐다.
SBS관계자는 “지난 2005년 12월 1일 지상파 평일 낮 방송이 시작된 이래 최고의 점유율과 시청률 기록이 나왔다”며 “현재까지 서울 시청률 기준만 집계돼서 그렇지 전국 시청률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많은 시청자들이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관전해 더 높은 점유율과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성 없는 NBC 중계






LA지역의 NBC 계열 방송사인 채널 4 TV방송은 27일 11시 정기 뉴스 방송시간에 ‘밴쿠버 올림픽’ 소식을 톱으로 내보내면서 이날 밤 ‘올림픽 갈라 쇼’를 보도하면서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인 김연아의 갈라 쇼 장면을 빼고 다른 선수들의 묘기만을 방영했다.
이 방송은 갈라 쇼를 보도하면서 개최국인 캐나다의 피겨 선수, 미국의 남자 피겨 금메달과 러시아의 남자 은메달 피겨 선수의 연기만을 중점적으로 내보내고 김연아의 쇼는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NBC는 이번 동계 올림픽대회를 중계하면서 유독 자국 선수들과 유럽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등 편파적인 방송중계로 특히 한인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26일 밤 녹화중계에서 5000m 남자 스피드 계주경기에서 1위의 캐나다 선수들과 3위의 미국 선수들을 계속 비추면서도 2위의 한국 선수들은 거의 비추지 않고 다만 ‘남한이 2위 했다’로만 언급했다. 만약 1위 캐나다, 2위 중국, 3위 미국이었다면 중국을 한국처럼 보도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 25일 김연아 선수가 역사적인 세계신기록으로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로 시상대에 올랐다. 이 장면을 중계하는 NBC는 유독 3위의 캐나다 선수와 4위를 한 미국 선수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금메달의 김연아를 마지못해 비추는 장면이었다.
평소 NBC는 시상식 장면을 방영할 때 금메달 선수를 중심으로 보도했었다. 김연아의 경우는 사실 다른 선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수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대최고의 선수로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2010 밴쿠버 올림픽대회의 MVP(최우수선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BC는 김연아의 비중에 비해 시상식 보도는 공정하지 못했고, 편향적이었다.
NBC기 미국의 방송이고 그래서 미국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보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이번 올림픽 중계는 방송언론으로서의 또 다른 사명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NBC 방송이 미국에만 편중되지 않고 세계적인 방송사라는 점을 망각한 처사였다. 평소 미국의 ABC CBS NBC 등 대표적 방송사들은 ‘우리들은 미국의 방송이지만 세계의 언론을 대변한다’고 주장해왔다.   
허브 콜 연방상원의원(민, 위스컨신주)은 지난 26일 NBC 방송국 회장에게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NBC 방송이 공정치 못하고 형평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BC측은 “하루 12시간 올림픽 중계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하이라이트 장면과 시상식 장면도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내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NBC방송은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대회와 2010년 밴쿠버 올림픽대회 중계료로 22억 달러로 계약했는데, 이번 동계올림픽대회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NBC 수입통계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중계방송 적자로 약 2억 달러 정도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을 통해 미국에서 이번 2010 밴쿠버 올림픽대회를 시청한 사람은 1억8천3백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동계올림픽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 1994년 릴레하메 동계올림픽 때는 2억 4백만 명이 시청했으며 2002년 솔트 레이크시티 때는 1억8천7백만 명이었고, 지난번 동계올림픽인 2006 토리노 대회 때는 1억8천4백만 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동계올림픽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는 역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IOC의 TV마케팅 담당자인 티모 럼므는 지난 23일 2010 밴쿠버 올림픽 대회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전통적인 TV시청에 비하여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시청한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디지털 시청자들이 가세해 세계적으로 무려 35억 명이 이번 올림픽을 시청한 것으로 세계 인구의 50%에 이르고 있어 주목이 되고 있다.
개최국인 캐나다 역시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대회 시설이나 진행면에 미숙함을 나타내 빈축을사고 있는데 대회 경영에서도 1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되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몬트리올 하계올림픽대회 당시도 적자로 곤욕을 겪은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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