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한명숙 제2라운드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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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는 ‘오비이락’인가 아니면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의도적으로 흘린 전형적인 언론플레이이자 ‘먼지털이식’ 표적수사인가. 5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이의 1심 대결은 9일 한 전 총리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 쪽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항소심이 남아 있는데다, 선고 전날 터진 ‘10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검찰이 한 전 총리에게 수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경기도 고양시의 현재 부도 상태의 한신건영과 그 시행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는 여당과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수사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수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뇌물공여 의혹 사건과 패턴이 비슷해 검찰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지난 8일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건설업체인 한신건영과 이 회사의 시행사, 회계법인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회사 대표 한만호 씨(49)가 한 전 총리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방의 한 교정시설에 수감돼 있던 한 씨를 최근 서울구치소로 이감한 뒤 몇 차례 소환조사한 끝에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 12일에는 한 씨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는 분양대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 한 전 총리와 2라운드

검찰은 한신건영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가 국회의원 시절 한 전 총리의 지역구였다는 점에서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한 씨가 한 전 총리와는 먼 친척 사이이며 과거 한 씨와 한 전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한 씨가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 본인에게 직접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미화 20여만 달러를 포함해 9억원 가량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8년 한신건영이 부도가 나면서 한 씨가 채권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 어려움을 당하자 9억원 중 2억원을 자신의 측근인 김 모(여)씨를 통해 반환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불법정치자금 전달시점과 회사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시점, 달러 환전 시점 등이 일치하는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대표와 한 전 총리가 종친회 등의 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아오고 한 대표 사업이 한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 고양에서 진행된 점, 한 전 총리가 경선에 나선 시기 전후로 정치자금이 전달됐다는 진술이 나온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을 가진 날인 2006년 12월 20일 한만호씨와 경기 고양시의 C건설 배 모 회장, 프라임 그룹 백 모 회장 등 3명과 만찬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백 회장과 배 회장을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당시 만찬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측근 김 모 씨와 H사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한 뒤 혐의가 구체화되는 대로 한 전 총리의 소환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맡겨 ‘한명숙 수사팀’을 사실상 확대한 것도 이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의 액수가 최대 10억원에 이르고 경선자금 등의 목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는 진술과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대검찰청 간부들은 “곽 전 사장 때와는 다르다. 이번엔 확실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사건 유죄가 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사건 병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5만달러 뇌물 의혹사건 항소심을 천천히 진행시키되, 정치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어 유죄 판결을 받아낸 뒤 항소심에서 두 사건을 합쳐서 심리하도록 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여기서 받았으니 저기서도 받았다’는 논리 구성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검찰의 바람대로 새로운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집중심리제로 1심을 마친 항소심과 실제로 병합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별건수사 논란

그러나 검찰의 이번 수사에 대해 별건 수사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8일 실시한 압수수색은 한 전 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아닌 특수1부가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별건수사를 벌였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이날은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공판 하루 전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별건수사를 시작했다”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명백한 흠집내기용 수사”라고 비난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선고를 앞둔 시점에서 왜 그런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별건수사의 배경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가 예상되자 무리하게 판을 벌인다거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압수수색을 선고 이후로 미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특정 혐의를 밝히기 위해 다른 혐의로 수사를 벌여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수사를 지양해야 한다며 수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검찰 측은 “기소 뒤 신건 수사 과정에서 다른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사기관의 임무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선고 하루 전에 일부러 맞춘 것이 아니다”며 “수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준비를 마친 대로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씨가 한 전 총리에게 거액의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첩보를 검찰이 이미 지난해 말 입수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수사는 곽 전 사장 연관 수사와는 다르다는 게 검찰 내외부의 평가다.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아 그를 수사했던 검찰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한 상황이다. 또 한 씨가 다른 것도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돈을 줬다는 한 씨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무죄에는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곽 전 사장 진술이 가장 큰 몫을 한 만큼 흔들릴 수 없는 증거가 없는 한 한 씨의 진술만 믿고 수사를 벌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6·2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둔 가운데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한 전 총리로서는 소환 요구 등 검찰의 수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도 비판

이번 수사에 대해서 야당 측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당과 심지어는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보기가 별로 안 좋다”며 “다른 수사는 보안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수사는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검찰이 이번 별건수사에 의도적으로 착수했으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 공판을 의식해 일부러 흘렸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 역시 “1심 선고가 끝난 뒤 (수사)하면 될텐데 (언론에)흘리는 것 자체가 ‘1심에서 무죄 선고하지 마라’는 시위다”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라며 “오해 사기 딱 좋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절묘한(?) 별건수사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도 강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황희석 대변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형사소송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별건수사가 얼마나 위법한 일인지 다 안다”며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벌인 일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별건수사를 지양하겠다는 등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운운했던 김준규 총장의 말은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한 전 총리 쪽은 “혐의 내용이 터무니없다”고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한 전 총리의 측근인 한 민주당 의원은 “곽영욱 사건에 비해 훨씬 마음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ㅎ사에서 받은 돈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검찰의 추정을 두고도 “경선 비용은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아직 다 갚지 못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 쪽은 1심 재판부에서 수사 자체가 무리했다는 판단을 받은 검찰이 앞으로 더욱 노골적인 흠집 내기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예정인 한 전 총리를 항소심 재판에서 ‘골프채 선물’과 같이 공소 사실과 별 관련 없는 내용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새롭게 수사 중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소환해 기소하는 이중의 압박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귀남 법무 “별건 수사 아니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별건수사와 관련, “검사가 적극적으로 찾아낸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신고가 있어서 이뤄진 만큼 별건수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한 전 총리에 대한 별건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별건수사란 입증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뒤져 나가는 것”이라며 “이번 건은 검찰이 신고를 받고 여러가지 사실을 확인한 뒤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수사가 이뤄진 만큼 전혀 별건수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건이 인정 안 됐다고 해서 검사가 적극적으로 다른 건을 찾아 나서는 별건수사는 안 좋다고 본다”며 “피의사실 공표의 경우 오늘 조간신문에도 단독보도가 나갔는데 담당기자에게 확인해 보니 ‘내가 아는 유명한 사람이 조사를 받고 나오길래 확인해 보고 기사를 썼다’고 하더란다. 피의사실 공표를 하면 안 되지만 여러가지 취재환경이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10만달러를 줬다는 진술과 관련, “검찰이 곽 전 사장에게 다시 묻자 ‘해외출장을 가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준 것 같다’고 했다”며 “판사가 판결문을 쓸 때 앞부분만 써서 그렇게 됐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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